갈매기의 비상

by 반디

오래전,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볼 때가 많았다. 바다는 유년시절부터 내 성장의 모태였다.

현대적인 건물들이, 현란한 네온사인들이 어지럽게 들어서기 전, 태곳적 바다를 아직도 기억한다. 바다와 뭍의 경계에 있던 돌멩이들을 들춰내면 모래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던 각재기들, 그 미세한 움직임도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했던 바다, 고바위에 앉아 까무룩 대던 갈매기떼들, 시선 너머 세계를 동경하게 만들던 수평선, 을씨년스럽도록 적막감이 감돌던 겨울 해안가 풍경.

바다는 매일 같은 듯 보였지만 하루도 같은 적이 없었다. 시간이 머물러 있을 수 없듯이 바다도 결코 머물러 있지 않았다. 시간에 색을 입힌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색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바다, 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갈매기떼가 그 사이 대가족을 이루었는지 해변가며 바다 위며 떼 지어 있다. 비둘기인지, 갈매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두 무리가 뒤섞여 아이들이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를 받아먹느라 정신없이 바닥을 쪼아대고 있다. 늘 멀리서 맴돌며 곁을 주지 않던 갈매기들이 언젠부터인가 사람들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왜인지 비둘기 무리 속 갈매기를 보니 슬퍼진다. 갈매기도 꼭 언젠가는 자신의 날개를 접고 바다 위가 아닌 육지에만 머물 것 같아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쉬이 받아먹으며 비둘기와 같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아서.

언제였던가? 비둘기 무리 중에 다리 하나를 잃은 외다리 녀석이 있었다. 다른 녀석들처럼 먹이를 먹기 위해 더이상 쫓아가지 않고 포기한 듯 그 자리에 멈춰 서 있기만 했다. 도심 거리에 뒹굴던 머리카락이 녀석들의 발목과 발가락을 휘감아 절단된 채 절룩거리던 녀석들도 숱하게 보아 왔다.

날개를 꺾고 더 이상 비상하지 않는 비둘기들은 쉬이 먹이를 얻는 대신 신체 일부를 잃어가고 있었다. 갈매기들마저 녀석들처럼 될까, 하얀 포말이 이는 바다 위 창공을 잊을까 노파심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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