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근 1년 넘게 신경 쓰지 못했구나.
버려두었는데도 너는 굿굿하게 살아남아 너의 존재를 나에게 알려 주었지.
죽은 듯 보이나 숨 쉬고 있었던 너의 생명력에 놀라울 뿐이다.
버려진다고 모두 죽고 소멸되는 것이 아님을 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너, 성장의 뿌리가 어디 즈음인지는 모르나 감춰진 그 어딘가에 분명 너를 뿌리내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겠지.
너를 버리듯 재활용 플라스틱통에 담았을 때, 너는 보란 듯이 허공으로 줄기와 잎새를 뻗어 내렸지.
하루가 멀다 하고 통에 담긴 증발되는 물을 보면서 그동안 네가 얼마나 목마름에 굶주렸을지 가히 짐작이 되더구나. 미안하다. 살아 숨 쉬는 너를 그렇게 대해서...
몸통 사이사이로 잔뿌리를 내리는 너의 모습이 살아남고자 부단히도 애쓰는 것 같아 안쓰럽고 경이롭구나.
참 대견스럽다. 사람들이라면 너처럼 그러했을까? 이미 말라비틀어져 속까지 썩어가고 있진 않았을까.
너, 고구마. 오늘부터 너에게 직함을 내리마. 너의 직함은 '거두리'다. 네가 생명의 뿌리를 내린 대로 넌 거두고 있으니 말이다.
창을 통해 한줄기 빛이라도 마주했건만 내 욕심을 채우고자 너를 오늘 방 안으로 들였구나.
불만이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너를 좀 더 가까이, 자주 마주하자는 것이니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마치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섰는 푸르른 소나무처럼 싱그럽구나.
이다음엔 감자도 한번 뿌리내려 보련다.
고구마와 감자, 아주 찰떡궁합일 것 같구나. 너도 이산화탄소만 뱉어내는 나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동족이 곁에 있는 게 아무래도 더 편하겠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