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02.

도전, 초단편 01.

by 반디

주연은 다음날 번쩍 눈을 떴다. 어제 일이 생생했다. 설마 하며 부랴 부랴 어제 입었던 코트를 찾아 안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지갑은 온전한 상태 그대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꿈이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주연은 벌떡 일어나 안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뭔 놈의 술을 그렇게 마시고 그래! 그러다 사람 잡겠어."

동갑내기인 주연의 아내 화영이 콩나물국을 끓이다 말고 타박을 했다.

"내가 어제 몇 시에 들어 왔드노? 들어와서 뭐라 안 하든가? 규원이는?"

"갑자기 왜 그래? 돼지꿈이라도 꿨어?"

주연은 꿈이라는데 안도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찜찜한 마음에 자신의 스마트폰 최근 기록을 열어 보았다. 대리운전 번호는 찍혀있지 않았다. 마지막 통화 기록은 '규원 엄마'였다.

'그러면 그렇지...'


천국보다 아름다운

새벽 두 시경.

화영의 휴대폰이 정적을 밀어내고 울리기 시작했다. '임영웅'이 '천국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조용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따뜻한 찰나의 우리

차가운 새벽에도 피어나는 꽃처럼

영원이란 계절 속에서

부디 잊진 말아 줘요...'


"이 새벽에 어느 미친 인간이 전화질이고!"

모처럼 깊이 잠들었던 주연은 누구에겐 지 모를 화를 버럭 냈다. 규원이 들어오지 않아 기다리다 선잠이 들었던 화영도 화들짝 일어나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규원이니?"

"거기 이규원 씨 어머니 되시죠?"

수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규원이는 우리 아들인데요. 누구십니꺼?"

"여기 119인데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지금 병원 응급실로 이송 중입니다!"

"뭐라고 예? 우리 규원이가 교통사고라고예?"

옆에서 인상을 쓰며 수화기 너머 소리를 듣고 있던 주연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사고라는 말에 화영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갈라진 음성으로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우리 규원이가 왜! 왜! 아니 왜!"

"당신들 장난전화면 내가 당신들 전부 죽여 버릴 거야!!"

흥분한 주연의 전화를 화영이 다시 뺏다시피 하며 부들거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화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많이... 다쳤... 는가요..?"

"위급합니다! 받아주는 응급실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단 병원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툭. 화영의 정신이 끊어졌다. 넋이 빠진 얼굴 위로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러면 규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화영아! 규원이 어떻다노! 어이? 어디라노! 어이?"

"우리 규원이... 우짜노... 우리 규원이... 이를 우짜노..."

같은 소리만 연발하고 있는 화영을 보다 못한 주연이 걸려 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려던 찰나였다. 화영의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주연이 받으며 연신 소리부터 쳤다.

"여보세요! 규원이 아빱니다!"

"아버님... 아드님이... 사망하셨습니다... B대학 응급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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