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하나 실존하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소멸한다
멈춰 있기도, 끊임없이 움직이기도 하나
또 다른 자아와 같아서
스스로는 절대 움직일 수 없다
나이를 먹지 않아
누구도 나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으며
세상 만물처럼 나의 모습도 다양하나
서로 만나 낯선 조합을 이루기도 하며
쉬이 분리되어 온전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늘 하나의 색을 띠는 듯 하지만
더욱 짙게, 더욱 옅게 시시각각 변하며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아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며
존재 자체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빛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존재하며
빛의 양면과도 같아 서로 떨어질 수 없으니
그 찬란함 뒤에 서린,
어두움으로 침묵하며
삶의 고단함을 따라다니는
나는 '그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