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도현?

ㅎ은 어디로 간 걸까

by 김도현

이 매거진에는 앞으로 국어학에 대한 관심을 담아서 나의 얕디 얕은 국어학적 지식을 담은 글을 적어볼 예정이다. 가아끔 어려운 단어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당신은 전공자가 아니니 대충 읽고 넘기길 바란다.


첫 주제로 이를 잡은 이유는 내 이름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부분에 관한 내용인데, 최대한 이해하기 좋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ㅎ이란 자음은 참 유별난 녀석이다, 중고등학교 문법에서 배우듯 ㅎ은 '성문 마찰음'에 해당한다. 물론 교과서에서는 성문 마찰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교과서에서 ㅎ은 조음 방법 상 마찰음에 속하고, 조음 위치상 목청소리(후음)에 해당한다. 성문 마찰음이라는 말은 그냥 이를 한자로 조금 유식하게 적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ㅎ'이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는 대충 알았다라고 치면, 현실에서 어떻게 발음되는지 한번 살펴보자.


'제 이름은 김도현입니다.'


내 소개를 할 때 당연히 나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나를 부를 때도 '야 도현아'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어보면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 사람들은 도대체 나를 뭐라고 부르는 걸까?


내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별 생각 없이 말하게 된다면 '도현'이 아니라 '도연'으로 들리게 된다. 그래서 내 이름을 명확히 받아적어야 하거나, 확실하게 내 이름을 각인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내 소개를 할 때 '저는 김도 현입니다.라고 '도'와 '현'사이에 약간의 휴지를 두고 'ㅎ'발음을 강조해서 말해야하는 불편이 있다. 심지어 내 친척, 지인들 중에서도 '도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이들을 부를 때 나는 100퍼센트 확률로 돌아보게 된다. 이는 비단 내 이름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발음은 다른 일반적인 단어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이 카톡으로 대화를 나눌 때, 전화를 걸어도 되겠냐라는 물음을 던질 때 '저나 가능?'이라고 보내곤 한다. '전화'라는 단어의 발음을 생각해보자. '전화'에는 분명히 'ㅎ'이 존재한다. 누구나 적을 때 저렇게 적는다. 이제 한번 읽어보자. [저놔]또는 [저나] 정도로 읽는게 보편적이다. 만약 당신이 이를 [전화]라고 명확히 발음하였다면, 내가 적고있는 글을 본 탓에 의식적으로 ㅎ을 발음하게 된 것이다. [전화]라고 읽으면, '전'과 '화'사이에 약간의 휴지가 생긴다. 화학과답게 유식하게 '산화'를 설명한다고 하자. 이도 마찬가지다. [사나]또는 [사놔]정도로 읽힌다. '쌓아'라는 단어도 [싸하]가 아닌 [싸아]로 읽힌다. '잡아'는 [자바]로 읽으면서 '쌓아'는 [싸아]로 발음한다.


하지만 '하차'같은 단어에서는 명확하게 'ㅎ'발음을 인지할 수 있다. 대체 사람들은 왜 어떤 때는 'ㅎ'을 발음하고, 어떤 때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 것일까?


우선 이를 고민하기 전에, 한국어의 발음을 정리한 '표준 발음법'에서 이 ㅎ의 발음을 어떻게 규정해두었는가 보자.


제12항 받침 'ㅎ'의 발음은 다음과 같다.
1. 'ㅎ(ㄶ, ㅀ)' 뒤에 'ㄱ, ㄷ, ㅈ'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 음절 첫소리와 합쳐서 [ㅋ, ㅌ, ㅊ]으로 발음한다.
[붙임 1] 받침 'ㄱ(ㄺ), ㄷ, ㅂ(ㄼ), ㅈ(ㄵ)'이 뒤 음절 첫소리 'ㅎ'과 결합되는 경우에도, 역시 두 소리를 합쳐서 [ㅋ, ㅌ, ㅍ, ㅊ]으로 발음한다.
[붙임 2] 규정에 따라 'ㄷ'으로 발음되는 'ㅅ, ㅈ, ㅊ, ㅌ'의 경우에는 이에 준한다.
옷 한 벌[오탄벌], 낮 한때[나탄때], 꽃 한 송이[꼬탄송이], 숱하다[수타다]

2. 'ㅎ(ㄶ, ㅀ)' 뒤에 'ㅅ'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ㅅ'을 [ㅆ]으로 발음한다.

3. 'ㅎ' 뒤에 'ㄴ'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ㄴ]으로 발음한다.
[붙임] 'ㄶ, ㅀ' 뒤에 'ㄴ'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

4. 'ㅎ(ㄶ, ㅀ)' 뒤에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나 접미사가 결합되는 경우에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

표준 발음법의 제4장 받침에 발음에서는 'ㅎ'의 발음을 이렇게 따로 규정하고 있다. 발음이 아무래도 특이하니 이렇게 따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보면, 결국 요약해보면 우리가 문법(언매)에서 배웠던 '거센소리되기'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제외하고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있다. 발음을 하지 않는다니, 참 무책임한 발음법이다. 근데 여기도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고, '김도현'같이 초성에 오는 경우는 설명되지 않았다.


이런 발음을 인지하고, 고민을 쭉 해봤다. 대체 왜 'ㅎ'은 발음되지 않을까,,, 나의 고민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우선 한국어에서는 무성음과 유성음의 연속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무성음은 안울림소리로, 마찰음(ㅅ, ㅆ, ㅎ), 파열음(ㅂ, ㅃ, ㅍ, ㄱ, ㄲ, ㅋ, ㄷ, ㄸ, ㅌ), 파찰음(ㅈ, ㅉ, ㅊ)를 말하고, 유성음은 울림소리로 모든 모음과 비음(ㅁ, ㄴ, ㅇ), 유음(ㄹ)을 말한다. '국물'도 [궁물]이라고 발음하여 무성음인 'ㄱ'을 유성음인 'ㅇ'으로 바꾸어버린다. 우리가 배운 '비음화'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유성음과 무성음의 연속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우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간다'가 [간다]로 발음되는 것과 같이 이러한 무성음과 유성음의 연속을 피하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이유를 더 생각해보았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ㅎ'의 특성이었다. 'ㅎ'의 발음은 앞에서 말했듯이 성문 마찰음이다. 다른 자음들을 생각해보면 순음, 치조음, 경구개음, 연구개음이 있는데 이러한 조음 위치의 변화는 나오던 소리(기류)에 방해를 줄 때, 입술을 닫았다가 연다거나 혀의 위치를 살짝 조정한다거나 하는 아주 효율적인 방식으로 발음을 바꾼다. 하지만 'ㅎ'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성문'은 성대의 두 막으로 성대의 움직임을 통해 'ㅎ'을 발음한다. 이렇게 혀의 움직임만으로 발음을 하다가 성대의 움직임을 통해 발음하는 'ㅎ'을 연쇄적으로 발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ㄱㄴㄷㄹㅎㅁㅂㅅㅇ 를 이 순서대로 발음해보면 'ㅎ'을 발음할 때, 멈추었다가 공기를 강하게 밀어내며 성대를 움직여 내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또한 'ㅎ'은 성문 마찰음이라고 하긴 했지만, 다른 자음처럼 이러한 방해 위치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기도 하고,


이를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문법이 아닌, 대학 전공의 문법에서는 'ㅎ'탈락이라고 배우긴 한다. 이에 대한 근거들은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특히나 비전공자라면 더더욱. 그래서 이러한 정도에서 설명을 마치고자 한다.


물론 '김도현'은 [김도현]이라고 발음하는게 정확한 발음이고, '전화'도 [전화]라고 발음하는게 정확한 발음이다. 이는 표준 발음법에 근거한 발음인데, 나는 표준 발음법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저놔]라 발음하는데,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표준 발음법에서도 이런 발음을 허용한다고 언급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발음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국어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저런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내가 존경하는 신지영 교수님의 논문 링크를 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표준 발음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신지영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6568577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고, 신지영 교수님의 '한국어의 말소리' 책의 9.3.2 공명음 사이 /ㅎ/탈락 에서 언급하고 있으니 책도 한번 보면 좋겠다. 여기서도 이유를 자세히 적지는 않았다.


첫 글이라 욕심도 나고, 꽤나 자세히 적은 것 같다. 이러한 소재가 내 머리에서 고갈될 때까지 이러한 글을 연재를 할텐데, 댓글로 평소에 궁금했던 발음, 맞춤법에 관련된 내용들을 올려주어도 좋다. 친절한 답변을 기대하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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