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맨이 되다
그렇게 15세의 나이로 처음 밴드를 시작하게 된다.
highway star를 친 내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무슨 배짱으로 오디션에서 쳤나 싶기도 하다.
사실 첫 밴드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꽤 여러명 있었는데 기억나는 합주곡은 뷰렛의 거짓말과 yb의 붉은 노을밖에 없다. 잠시 하다가 대부분의 인원이 탈퇴를 했는데, 왜인지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내 두 번째 밴드. 목표는 중학교 축제였다. 중학교 축제에서 연주했던 곡은 동방신기의 주문과 김아중의 마리아였다. 이 두 곡은 당연히 쉬운 곡이었고 문제가 없었지만, 놀랍게도 난 중학교 때 기타 악보를 산 기억이 전혀 없다. 그 때부터 코드만 보고 연주하는게 더 쉬웠다. 타브악보에 적힌 숫자는 복잡했고, 그것보단 코드를 보고 내가 생각하기에 곡에 잘 어울리는 리듬으로 연주하는게 더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코드만 받아서 연주했던 것 같다. 또는 듣고 라인들을 따서 연주했다. 이러한 습관은 지금까지도 남아 악보를 거의 보지 않고 코드를 보고 연주하는게 더 좋은 경지에 이르렀다.
여기서 잠깐 얘기를 하자면, 악보를 절대로 믿지마라. 대부분 스쿨밴드들이 악보바다같은 사이트에서 악보를 사서 보고 연주를 하지만 그 악보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코드도 다르게 적혀있는 경우가 꽤 있고, 타브 악보의 경우 다른 줄을 연주하는 것으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음이어도 2번줄에서 연주하는 것과 3번줄에서 연주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이러한 디테일이 내 연주를 더 듣기 좋게 만드는 것인데, 악보바다에서는 코드 보이싱이 다르다던가 아예 잘못된 악보인 경우도 꽤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존재하는 라이브 영상들을 많이 찾아보며 실제 연주자가 어떻게 연주하는지를 최대한 주의깊게 보고, 악보와 비교해서 수정한다. 실제로 최근에 합주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보수동쿨러의 0308도 악보바다 악보대로만 연주해서 잘못 연주하는 스쿨밴드들의 영상이 많았다. 항상 악보보다는 자신의 눈과 귀를 신뢰하며 연주하는 것이 좋은 커버를 만든다.
암튼 저런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지금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두 번째 밴드는 저렇게 축제 공연을 하고 끝이 났다. 나름 옷가게에 가서 공연 의상도 사고, 무대 올라가기 전에 보컬에게 화장을 당하기도 하고 재미는 있었다. 이 때부터 무대의상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걸까?
다음 밴드는 꽤나 본격적이었다. 내 밴드 가치관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친 밴드였다. 밴드 이름은 '미녀'로, 공연을 갈 때마다 진행자에게 '미녀를 좋아해서 미녀 아닌가요?' 맞다. 라는 질문을 듣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아뇨, 미친 녀석들이라 미녀입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이 밴드로 밴드 대회도 많이 나가고, 밴드 공연도 참 많이 했다. 이 당시 친구들이 참 음악을 잘했던거 같다. 악보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부딪히며 편곡을 해서 밴드 대회들을 나갔으니 말이다. 대체 어느 중학생이 곡을 편곡해서 밴드 대회를 나갈까? 요새도 잘 못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드럼에게 주문할 때 '읏따읏뚜두따다'이렇게 쳐봐라고 말한다. 그럼 그 친구는 내가 상상하던걸 연주했다. 베이스도 이펙터도 구매하며 톤을 잡고 라인을 짜서 쳤고, 건반 친구는 절대음감에 이론도 잘 알아서 편곡도 잘했고, 요새 보니 작곡도 하는 듯하다.
밴드 대회에 나가서 대상도 받고, 국회의원 상도 받고 하며 꽤나 밴드에 자신감이 생겼다. 요새 기타를 처음 치는 사람들을 많이 봐도 내가 저 당시에 참 성장이 빨랐구나 싶다. 스스로 라인을 만들기도 하고 즉흥도 해보고 여러 방면으로 부딪혔던 것이 나에게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곡의 라인이 맘에 안들거나 하면 내 맘대로 바꿔서 친다. 불평 불만을 들은 적은 딱히 없던거 같다.
이러한 밴드 생활은 이후에 이어지는 내 밴드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학생들은 다른 고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지며 슬픈 이별을 만들었다. 남자 다섯이 하는 밴드치곤 나름 화목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니네 밴드는 해체가 취미냐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해체를 자주 했다.
이번 글은 내 중학교 밴드 이야기 선에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요새 동아리 등을 통해서 밴드를 하는 학생들이 참 많다. 이러한 학생들이 밴드를 오래, 잘 하기 위해서는 악보만 보고 연주하는 것으론 모자라다 생각한다. 연주자는 '개성'을 지녀야 한다. 난 내 기타 소리를 들으면 무조건 '내 소리'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연주하는 스타일과 톤이 곡에 묻어나와야 한다. 갓 밴드를 시작하는 학생들도 너무 그냥 악보에 의존해서 따라 연주한다기 보다는 나만의 흔적을 남기고, 라이브 영상을 보며 더 정확히 커버해보고, 맘에 안드는게 있다면 좀 바꿔보고 다양한 도전을 하면 좋겠다. 생각보다 그리 심오한 음악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간단한 이론만 공부하면 되니 유튜브에서 배워서 각자의 악기로 적용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