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부엌에 좀 갔다와!

부어케? 부어게?

by 김도현

사람들에게는 '의식적으로'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뭔가를 생각없이 말할 때와, 생각을 하며 말할 때가 발음이 다르다. 내가 작성하는 대부분의 글은 아마 발음에 관한 것일텐데, 이러한 발음을 읽으며 '뭐야! 난 저렇게 안읽어!'라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아마 이러한 내용을 읽으며 의식적으로 발화하여 평소와 다른 발화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본인의 발음이 표준발음법과 일치하는 아주 정확한 발음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발화하는 것을 상상하며 내 글을 읽기 바란다.


어쨌든 오늘 다룰 것은 '연음 법칙'이다. 우리 말은[마른] 이렇게 말을[마를] 할 때, 이어져서 발음[바름]된다. 이를 표준발음법 제 13항에서 다루고 있으니 이 조항을 보도록 하자.


제13항 홑받침이나 쌍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제 음가대로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이렇듯 현대 국어에서는 연음 법칙이 존재한다. 만약 고등학교 때 중세 문법을 배웠다면, 당시에는 연철(이어적기)를 해서 연음이 된 상태로 표기하였고, 현대에는 분철(끊어적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발음에서 '연음'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이는 소리가 이어진다는 뜻으로, 깎아를 [까까]로 발음하는 것이 이러한 연음 법칙의 예시이다. 이러한 연음 법칙을 우리는 꽤나 많이 어기곤 한다.


연음법칙과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다. 이는 표준발음법 제 8항과 제 9항에서 다룬다.


제8항 받침소리로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의 7개 자음만 발음한다.
제9항 받침 'ㄲ, ㅋ', 'ㅅ, ㅆ, ㅈ, ㅊ, ㅌ', 'ㅍ'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 대표음 [ㄱ, ㄷ, ㅂ]으로 발음한다.

이에 따라 '부엌'은 [부억]으로 발음된다. 이러한 음절의 끝소리 규칙과 연음 법칙을 사용할 때가 꽤나 헷갈리곤 하는데, 이러한 것은 뒤에 어떤 단어가 오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앞에'는 뒤에 나오는 '~에'가 제 13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음 법칙에 따라 [아페]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부엌 안'의 경우에는 '안'이 제 13항에서 언급한 경우에 포함되지 않기에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적용되어 [부억 안]이 되고, 이것이 자연스레 이어져 [부어간]으로 발음된다.


제목에 내가 언급한 '부엌에'의 경우, 사람들은 이를 [부어케]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만약 [부어케]라고 발음한다면 이는 처음에 언급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부어게]라고 발음한다. 이와 유사한 예시로 '꽃이'가 있는데, 이를 [꼬치]라고 발음하는 것이 연음법칙에 적합한 발음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꼬시'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꼬치]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으면 더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발음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우선, '부엌에'를 [부어게]라고 발음한 것은 연음 법칙이 아닌 음절의 끝소리 규칙을 먼저 적용한 오류에 있다. 이는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꽃이'를 [꼬시]라고 발음하거나, '꽃밭이다'를 [꼳빠시다]라고 발음하는 이러한 오류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이는 음절의 끝소리 규칙을 연음법칙의 대상에 잘못 적용한 예시라 보기는 어렵다.


나는 이 '꽃이'의 발음에 꽃혀 이 이유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고, 여기에 대해 내린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중세에서 현대로 넘어오던 시기에는 '7종성법'을 사용했다. 이는 ㄱㄴㄹㅁㅂㅅㆁ의 7개의 자음을 받침의 표기시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전에는 8종성법으로 ㄷ도 포함하여 사용했다. 이는 17세기 경 확립되어 20세기 정도까지 굳어져있었다고 하는데, 현대 국어에서는 초성에 사용하는 자음들을 전부 가져다 받침에 쓰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우리 조상들은 받침에 ㅌ,ㅋ따위가 있는 것이 매우 어색했을 것이다. '부엌'의 경우는 '졍지'라는 옛말로 쓰이거나 브ᅀ업(= 블 + 섭) 또는 브ᅀ억으로 쓰였고,(브런치 스토리가 옛말 작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나, 반치음이 초성 위치에 가는 것이 맞다) '꽃'은 '곳'으로 쓰였으니, 이러한 받침에 ㅋ, ㅌ이 어색할만 하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부엌에'를 [부어게], '꽃이'를 [꼬시]라고 발음하는 현상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발음 중에는 굉장히 많은 오류가 있다. 나는 이들이 '나쁘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사소통만 원활하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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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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