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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지윤 Dec 10. 2021

엄마라는 일터로 첫 출근?!

그리고 외로움을 이겨내는 법.

지나고 보니 엄마로서의 육아를 그저 업무의  파트로 생각해버리면  힘들었을까? 하고 자문을 한다.


그저 매뉴얼대로만, 너무 심한 애정과 감정의 몰입은 조금 넣어두고, 적당히 건조한 태도로 했다면 어땠을까?


엄마로 태어난 나의  출근! 한동안 상황 파악이  돼서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했다. 마치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모든 것들이 낯선 상태와 비슷한 느낌이다.


업무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전적으로 누군가를 돌보는 업무의 경험은 인풋 대비 아웃풋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패턴조차 쉽게 가늠할 수가 없어서  그저 어두운 밤에 손전등 없이 더듬거리면서 길을 찾는 것과 같았다.


매일 저녁에 한번 더 확인되는 '아이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소진된' 나의 하루,  시간 속에 남겨진 것은 바쁨보다는 외로움이었다. 24시간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외롭다. 남겨진 시간에 아무것도 채울  없어서 공허해진 마음, 그럴  느껴지는 나의 현재(흔히 현타라고 한다)


정답도 없고 또 당장의 결과물도 없고 평가의 기준도 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서 나의 마음은 자신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면서도 내면은 너덜너덜 해졌다. 모든 기쁨과 행복의 감정은 누군가에게서부터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었다.


누군가와의 외출, 누군가의 미소,  건강 ….  나에게 조차 내가 타인이 되어버린 시간들…. 게다가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SNS  누군가를  때는 얼마나 열등감에 시달리는지, '사람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인가?  사람이 저렇게 괜찮은 건, 아이는 누가 종일 줘서 그런거야. 육아에는 관심도.없고 애정도.없는 엄마!' 하고 조소를 날리기도 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핑계로 이뤄진 쇼핑들, 관음적인 타인 훔쳐보기 , 이런 별로 영양가 없는 일들이 반복되었고, 건강을 해치는 식습관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루 하루 아무거나 먹고 아무렇게나 사는 일상. (나만 쓰레기야?) 그러다 아이아 아프기라도 하면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자책하곤 했다. (나만 이러냐구)


런 일상이 나에게 빛나는 순간이   있을까? 아니 생존을 할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순간에 나를 살게 했던 것은 (어쩌면 급한대로 심폐소생술이란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기 이전에는 무가치하게 여겼던 그런 일들이었다. 너무 사소해서 인생의 다이나믹 항목에서는 제외 됐던 그런 일들.


이를테면 시간들여 좋아하는 커피 한잔 마시기, 햇살에 흔들리는 커튼 보며  때리기, 무작정 걸어보는 유모차 산책, 맛있는 음식을 위한 작은 사치(배달도  괜찮아), 아무거나 독서, 나를 위한 사소한 선물들, 나만의 루틴 만들어 가볍게 도전해보기(칼럼읽고 글쓰기, 필사, 에세이 읽기, 좋아하는 작가의 글 편식하기, 온라인 동아리 참가 등)


내 성향에는 어색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과 육아 수다 떨기 같은 (기존에 무의미 하다 여겼던 일)도 의외의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업무특성상, 안타깝게도  모든 일들은 아이의 일상 패턴과 컨디션, 수면시간이 도와주어야 가능하는 !


그때는 몰랐지만,  엄마들이 억척스러워지는지, 나는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녀들은   모든 삶의 모양과 감정까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길러내며, 외로움을 떨쳐내고 본인의 인생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엄마 만세, 여자.만세!)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가 앉고, 일어나고, 걷고, 말하며 뛰는 시간이 온다. 한숨돌리는 시간도 조금씩 주어진다. 이때, 비로소 엄마는 '나 라는 여자'를 깊이 바라보게 된다. 중요한 건 , '아이 때문에 아무나가 되어버린' 이 때 어떻게든 성장해 있다는 거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직군의 직업이다.


확실한 건, 이쯤되면 아마도 엄마라는 여자는 자신의 퇴근이 언제인지, 뭘 해야하는지, 그녀만의 방법을 터득한 거다. 자기 자신을 넘어선 여자. 그게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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