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은 Oct 11. 2023

우린 각자의 세상에서 산다

주말과 한글날이 붙어 연휴가 길었다. 

집에 있을 수만은 없어 급하게 캠핑을 잡았다.

(아이랑 집에 있는 것보단 출근이 낫다.)



우리끼리 가긴 서운 친구를 불렀다. 

우리 집 아이 7살, 친구네 집 아이 9살, 7살.

아이들끼리 까르르까르르 신나게 논다.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네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부부의 요즘 관심사는 경제적 자유다. 

나도, 남편도, 우리 집 아이까지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말이 좋아 경제적 자유지 솔직히 말하면 부자가 되고 싶은 거다.



친구네 부부의 요즘 관심사는 온라인 게임이다.

밤이 되면 아이 둘을 재워 놓고 온라인 게임을 시작한다고 한다.

해가 지면 온라인 세상의 게임 친구들이 함께 하자고 부른다고 했다.



친구네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흠칫했다.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칸트의 말을 떠올리며 평정심을 찾았다.



칸트가 그랬다.

우린 각자의 경험과 선입견으로 세상을 본다고.

쇼펜하우어도, 니체도 칸트의 말이 맞다고 했다.

그래 그들의 말이 맞다.

우린 각자의 세상에서 산다.



어느 세상이 맞다고 말할 수도 없다.

각자의 가치관대로 살아가는 거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가 

친구네 부부의 취미에 공감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경제적 여유보다는 현재의 여유와 건강한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친구네 부부의 눈에는 돈, 돈 하는 우리 부부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스레드를 시작했다.

내 주위에는 경제적 자유를 지향하며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성공의 길, 부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극히 드문데 

스레드 안 세상에는 그런 이들만 있다.

모두 새벽 기상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다짐을 한다.



아마도 똑똑한 알고리즘이 내 취향의 글들만 골라주기 때문일 것이다.



신통방통한 알고리즘이 소개해준

나와 결이 비슷한 친구들이 있는 알고리즘 속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쉽게 늘어놓게 만든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준다.



대신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에게는 

피상적인 이야기들만 하게 한다.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음이 더욱 크게 느껴지니까.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만 보고, 내가 원하는 것만 듣고. 

우린 모두 더욱 각자의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인간은 '원래' 각자의 세상에서 사는 존재인데 

알고리즘이 이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다들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니

그룹 간의 소통은 더 힘들어지고

그룹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지 않을까.



학교도 마찬가지다.

원래 아이들은 끼리끼리 논다.

나쁜 뜻이 아니라 

자신과 결이 비슷한 친구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사람의 본능인 거다.

그래도 예전에는 결이 좀 달라도 

같은 반이면 서로 함께 하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그 벽을 허물려고 하지 않는다.

외로우면 아이패드를 켜고 

알고리즘 속 세상으로 가면 되니까.



미래 사회가 창의성,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 능력들이 중요해서라기 보단 

이런 능력을 갖춘 이가 드문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이 필요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