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칸' 프랜차이즈를 기대하며
2010년 12월 롯데마트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후라이드 치킨 한마리를 '통큰 치킨'이란 이름으로 지점당 300마리, 단돈 5,000원에 팔겠다고요. 이건 누가 보더라도 미끼상품이란 것을 알았지만, 의외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한번 맛보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했던거죠. 하지만 300마리란 한정수량은 너무 빨리 동나버렸고, 헛품을 판 소비자들은 그 화를 동네 치킨집에게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치킨집들은 도대체 얼마나 남겨 먹느냐 하는 것이 주 이유였죠. 치킨집 사장님들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원가도 되지 않는 5,000원에 치킨을 팔면 동네 치킨집들은 다 죽으라는거냐며 열을 올렸고, 결국 사건의 근원지인 롯데마트 앞에서 시위까지 하게 됩니다.
대기업(롯데마트)과 소비자 그리고 자영업자(치킨집)들까지 아수라장이 되어 다투는 모습이 연출되자 언론은 신(?)이 납니다. 이와 관련된 수백개의 기사들이 매일 쏟아지며, 갑론을박이 벌어지죠. 치킨집 사장님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대기업이 그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롯데마트는 광고 일주일만에 치킨 판매 중지를 선언합니다. 하지만 그 홍보효과는 최소 수백억원을 넘길 정도로 어마어마했죠.
판매중지에도 불구, 치킨 가격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죠. 그리고는 마침내 치킨 한마리의 원가가 얼마냐 하는 논쟁으로까지 번지게 됩니다. 그러자 가금산업발전협의회에서 한 치킨집의 원가를 아래와 같이 공개합니다.
프랜차이즈협회에서도 원가를 공개했는데, 위와 비슷한 약 12,000원 선이었죠. 이로써 논란은 마무리되지만, 동네 치킨집은 물론 소비자들까지도 서로 간의 마음 속 앙금만 남기게 됩니다. 유일하게 대기업만이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예로 남게 된거죠.
지난 칼럼['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1편)']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현재 치킨시장은 레드오션 중에서도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생각해보시죠, 무려 가게수만 4만개입니다. 이 정도 숫자라면 웬만한 동네상가라 하더라도 최소 3~4개 이상이 장사를 하고 있다 봐야 합니다. 치킨집 간의 경쟁만이 다는 아니죠. 피자집, 중국집, 족발집, 분식집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면 안되므로, 사실 무한경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집은 줄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가 자꾸 만들어지고 있죠. 왜 그럴까요?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치킨회사수는 약 250개, 치킨 브랜드는 무려 580여개라 합니다. 치킨회사의 대부분은 아시는 것처럼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란 이야기는 일반인이 치킨집 하나를 차리는데 있어 그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다 할지라도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짧은 기간 배움으로써 시작할 수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도전해볼만한 금액이기 때문이죠. 업계에서는 배달전문 치킨집을 차리는데 상권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5,000만원 선에서 시작할 수 있고, 약 1억 정도를 들인다면 무난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완전 번화가에 위치한 상권, 그리고 유명 브랜드라면 2억이상도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요.
5,000만원에서 1억 정도의 금액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1998년 IMF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쓰러지지 않은 기업들조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합니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의 직장인들이 사회로 밀려나오게 되죠. 미처 직장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개인사업꺼리를 찾게 됩니다. 눈치빠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때를 사업확장의 기회라 여기고, 퇴직금 정도로 자신들과 함께 사업을 할 수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죠. 현재 치킨 1위 브랜드인 BBQ는 당시 이런 광고문구를 활용합니다.
“아직도 넥타이에 집착하십니까?”
그렇게 수많은 직장인들이 치킨집 사장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 상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외환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며 경기가 나아졌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2002년 월드컵을 통해 함께하는 응원문화가 자리잡으며 치킨시장은 질적, 양적인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치맥’이란 용어도 그때 등장했죠.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스스로 벌어 살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맞으며 경기는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합니다. 주문전화가 갈수록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체인점 본사에서 염지한 생닭 가격을 올립니다. 본사에서 시행하는 각종 마케팅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손익을 맞추려면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2명이던 알바생을 한명만 고용하고, 가게를 운영하는데 드는 각종 비용을 최대한 낮춰 봅니다. 그래도 숨은 목까지 차오릅니다. 오래전부터 치킨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꿈도 컸지. 그런데 지금은 그냥 버티는 거야. 이 나이에 바꿔 탈 수도 없고. 점점 힘들어진다는게 느껴져. (중략) 다들 살아남지를 못해. 닭강정집도 그렇게 많더니 지금은 거의 없잖아. 치킨이라는게 그래.”
---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지음 중에서 ---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건, 아니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로 살아간다는 건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건 40대, 50대에 직장에서 밀려나와 프랜차이즈 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겁니다. 그만큼 기술도 빽도 없을 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두드릴 수 있는 문이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업의 운영원칙상 맞지 않는 말이겠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을’이라 할 수 있는 가맹점 점주들을 ‘갑’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보다 더 신경써서 대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가맹점들의 사업이 잘되어야 프랜차이즈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사에서 가져가는 이익은 최소화하고 더 많은 지원이 가맹점에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면,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런 ‘차칸’ 프랜차이즈 회사를 조금이라도 더 애용하려 노력한다면 선순환이 작동되어 가맹점 사장들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여지지 않을까요? 모두가 잘 될 수 있는 그런 사업, 그런 프랜차이즈가 많이 등장하길 바래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ww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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