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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Feb 29. 2016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1부)

대한민국 치킨史


치맥 = 치킨 + 맥주.


마치 바늘과 실, 먹과 벼루, 선녀와 나뭇꾼, 도깨비와 도깨비 방망이, 미녀와 야수, 선생님의 사랑과 회초리(?), 김밥과 라면처럼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출출할 때 밥 한끼 대용으로 챙겨먹을 수 있고, 그에 곁들여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시원한 맥주까지. 캬~ 그야말로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들 치맥 좋아하시죠? 술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저조차도 치맥은 가끔씩 생각나곤 하는데요, 특히나 여름철 실내가 아닌,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야외에서 하는 치맥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제 후배가 치맥과 관련하여 만든 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노을치맥’이란 단어입니다. 노을이 빨갛게 물든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하는 치맥을 의미하죠. 거기에다 좋은 사람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같이하는 치맥이라면 눈도, 귀도, 입도, 그리고 마음까지도 푸근할테니 이처럼 좋은 시간도 드물 것입니다.



치킨, 통닭 그리고 백숙


치킨과 맥주 중, 치킨이 우리에게 대중화, 다양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닌데요, 오늘은 치킨의 역사인 대한민국 치킨史에 대해 알아볼까요? 공부도 할겸 말이죠. 사실 치킨이란 말이 쓰여지기 시작한 것도 얼마되진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치킨이란 단어대신 우리말인 ‘통닭’으로 불렀었죠. 그렇죠? 그렇다면 통닭과 치킨은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요? 아주 쉽습니다. 통닭은 닭을 한 마리 ‘통째’로 기름에 넣고 튀긴 것이고, 치킨은 한 마리 닭을 여러 부위로 조각내어 튀긴 것을 의미하죠. 그래도 통닭하고 치킨은 마치 한국음식과 서양음식처럼 차이가 많은 듯 느껴지는데요, 그 이유는 단지 한글과 영어란 이유 때문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고요, 여기에는 닭을 튀겨내는 방식 이외에도 생닭에 어떻게 간과 양념을 하는냐의 차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 이전까지 대한민국에 닭 요리라 하면 거의 백숙밖에 없었는데요, 닭을 끓는 물에 푹 고아 삶은 후, 살코기와 함께 국물까지 모두 다 먹는 것이 바로 백숙이란 요리였죠. 백숙은 지금도 식당에서 팔고 있는데요, 과거와는 조금 달리 인삼, 대추 및 여러 약재 등을 넣은 삼계탕이란 이름으로 진화하여 여전히 닭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삶아만 먹던 닭요리에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60년 명동에 위치한 서울영양센터에서 최초로 ‘전기구이 통닭’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전기구이 통닭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물에 삶는 것이 아닌, 구운 닭이라니. 게다가 한눈에 딱 보이는 먹음직한 기름기와 껍질의 바삭함 그리고 맛깔난 고소함이란!


명동의 서울영양센터(출처 : http://m.blog.daum.net/_blog/_m/articleView.do?blogid=09d6P&articleno=16899426)



KFC(Korea  Fried Chiken) 시대의 개막


이렇게 시작된 닭요리의 변화는 1970년대 중후반 최초의 치킨이 등장하며, 더 이상 통닭이 아닌 본격적인 후라이드 치킨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일명 KFC 치킨(여기서 KFC는 Korea[켄터키 아닙니다!] Fried Chiken의 약어)이 그것으로, 후라이드 치킨은 닭을 부위별로 조각낸 후 식용유에 딥 후라이(Deep Fry) 즉, 통째로 기름에 담궈 튀겨낸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 후라이드치킨 체인점의 원조는 1977년 명동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림스치킨으로 마늘, 생강, 인삼을 넣은 독특한 맛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 여기서 만든 치킨은 튀김옷이 다소 얇은 편에 속하는데 이런 종류를 엠보치킨이라 부르며, 현재는 보드람치킨, 치킨뱅이, 둘둘치킨 등에서 이런 엠보치킨을 맛볼 수 있습니다.


후라이드 치킨은 단숨에 전기구이 통닭을 밀어내고 탑의 자리에 위치합니다. 아무리 전기구이 통닭이 고소하다할지라도 기름에 통째로 담궈 튀겨낸, 그 온전한 기름(쇼트닝)맛을 따라갈 순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여러 원료를 가미해 독특한 향을 입히고, 거기에 더해 얇은 튀김옷까지 입힘으로써 껍질의 바삭함까지 추구한 이 후라이드 치킨은 소비자들에게 맛의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겁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달란 말야!"


후라이드 치킨의 등장은 세대 차이, 즉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데도 일조를 했는데요, 그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2002년 역사적인 한일 월드컵이 본격적인 서막을 열기 전인 4월, 조용히 하지만 큰 인기를 끈 영화가 한편 개봉했었는데요, 바로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는 유승호 주연의 영화 <집으로> 였죠, 기억나시죠?^^ 산골 깊숙이 위치한 적막했던 시골집에 연로한 할머니(김을분)와 꼬맹이 손자 상우(유승호)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여러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영화 <집으로>의 한장면. 삐쳐 있는 유승호. 겁나 귀없네! ㅋ


그 중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어느날 꼬맹이 손자가 할머니에게 치킨을 먹고 싶다 말하죠. 하지만 할머니는 치킨이 뭔지 모릅니다. 그런 할머니를 이해시키기 위해 손자는 필사적으로 닭 벼슬과 날갯짓 등 온갖 손짓발짓을 다 동원하고, 할머니는 어렵사리 손자의 주문을 알아듣습니다. 할머니는 닭을 잡고 정성스레 요리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치킨’. 침을 삼켜가며 냄비뚜껑을 연 유승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다 못해 마침내는 대성통곡까지하며 소리를 질러댑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달란 말야! 누가 물에 빠뜨린 닭 달랬어?"     


확실히 이해되시죠? 백숙세대와 치킨세대의 그 넘을 수 없는 차이를 말이죠.^^     



진짜 KFC 시대의 개막과 기막힌 반격


코리아 후라이드 치킨이 주름잡던 시기는 진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인 KFC가 1984년 종로에 1호점을 개점하면서 주도권을 넘겨주게 됩니다. KFC는 생닭에 ‘맛 좋은 11가지 양념’을 버무리는 염지 기술, 각종 식품 첨가물을 통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육질과 맛, 프리믹스 가루를 덧입힘으로써 만들어내는 두툼한 튀김옷의 바삭함과 고소함, 그리고 원한다면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선택의 기회까지 제공함으로써 외국계 대기업이 주도하는 치킨시대를 열기 시작했죠. 또한 본격적인 체인점이 생기며 지역적 접근성까지 용이하게 함으로써 KFC 치킨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닭에 관한 한, 여기서 주저앉을 한국기업들이 아니었습니다. 중견 치킨업체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반격을 거행하죠. 1980년대 중후반, 당시로서는 예상도 못할 치킨광고가 TV방송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인기절정 개그맨이었던 최양락씨(!)를 메인 모델로 해서 말이죠. 그 광고가 바로 ‘페리카나’의 ‘양념치킨’ CF였습니다. 곧이어 '처갓집‘에서도 ’쓰리랑 부부‘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개그맨 김한국, 김미화씨를 모델로 기용,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죠. 광고도 광고였지만 ’양념치킨‘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엄청났습니다. 후라이드 치킨도 맛있어 미치겠는데, 여기에 더해 매콤달콤 양념을 입힌 ’양념치킨‘까지 등장했으니... 뭐랄까요, 이건 마치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영원한 고민을 하게 된거나 마찬가지였죠. 양념치킨의 등장과 강한 반격으로, KFC가 완전히 장악할뻔했던 대한민국 치킨 시장은 이후 KFC와 한국 중견기업들로 양분되는 계기가 됩니다.


개그맨 최양락의 페리카나 양념통닭 CF


그럼에도 브랜드 1위를 놓치지 않던 KFC. 하지만 한 해를 기점으로 점유율은 추풍낙엽처럼 점점 떨어지기 시작, 2014년에는 10위권도 아닌, 20위권 안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는데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KFC에 한방을 크게 먹인 것은 1998년 IMF 금융위기로,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애국심에 난타당한 회사가 바로 KFC(맥도날드, 파파이스 등)와 같은 외국계 식품회사였다. 그러나 KFC나 파파이스와 같은 글로벌 치킨 프랜차이즈가 국내에서 맥을 못 추게 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IMF의 필연적인 귀결, 즉 ‘치킨집 창업 열풍’이었다.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갑자기 거리로 쏟아져나온 가장들이 선택한 최후의 생계수단이 자영업이었고, 그 중에서도 고깃집과 치킨집은 가장 차리기 쉬운 업종이었다. (중략) 마지막으로 KFC를 KO시킨 마지막 강펀치는 바로 ‘치맥’이다. 치킨은 맥주와 떨어질 수 없는 짝꿍이다. 그런데 KFC 매장에서는 술을 취급하지 못한다.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업소는 주류취급이 제한된 것이 사실 KFC의 발목을 잡은 가장 강력한 족쇄였던 것이다.     


                                                                ---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지음 중에서 ---


현재 대한민국에는 무려 250개에 이르는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가맹점수는 약 3만여개에 이르고요. 개인점과 트럭에서 장사하는 노점까지 포함하면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네요. 대단하다 못해 어마무시하죠? 현재 대한민국 치킨의 1등 브랜드는 BBQ인데, 점유율이 고작 10%에 불과할 정도로 대한민국 치킨은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레드오션의 절정판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과거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이분화되어 있던 치킨 종류 또한 엄청 다양화졌으며, 현재도 계속하여 신메뉴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간장치킨, 오븐구이치킨, 마늘치킨, 고추치킨, 화덕구이치킨, 파닭, 두 마리치킨, 샴페인치킨, 문어치킨(문어+치킨), 랍치킨(로브스터+치킨), 누룽지통닭, 퐁듀치킨, 고추튀김과 크림소스를 가미한 할라피뇨 치즈 치킨 등등등. 대단하죠? 이제 치킨은 더 이상 한국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큰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대용식이자, 간식 그리고 영양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 여기까지 대한민국 치킨史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는데요, 다음 칼럼에서는 <치킨집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2편을 통해 치킨집으로 알아보는 대한민국 자영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공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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