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는 왜 유작으로 이 책을 남겼을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엄청난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꽤나 흡입력 있게 읽히는 이유는 소재의 선정성(부친의 죽음, 부친을 살해한 혐의의 망나니 아들)과 살짝 추리소설의 형식(과연 아들이 범인일까? 아니라면 누구지?)을 담음으로써 조성해 낸 긴장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조시마 장로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거의 인기 막장 드라마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욕하면서도 뒤가 궁금해지는 그런 전개인 거다.
그럼에도 러시아 소설을 읽어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글에 몰입하기는 참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 이름 때문으로, 한 사람의 이름이 최소 3~4개로 불린다.
예를 들면 카라마조프 삼 형제 중 첫째의 정식 이름은 ‘표도르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다. 하지만 책에서 그의 이름은 드미트리, 미챠, 미첸카, 미치카, 미트리와 같은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려진다. 누가 누군지 헛갈릴 수밖에 없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 드미트리의 약혼자의 이름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베르호프체바’다. 하지만 책에서는 카체리나, 카챠, 카첸카, 카치카라 불려진다. 적응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이게 누구지?’란 생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쉽지 않은 독서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예순을 바라보던 도스트예프스키의 고백록이면서 동시에 그의 두 아이, 나아가 모든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세계 앞에 바쳐진 유언서이다.
- <작품해설>(김연경) 중에서 -
어찌 보면 이 긴 장편에서 에필로그의 마지막 편인 ‘3. 일류셰치카의 장례식. 바윗돌 옆에서의 조사’는 다소 뜬금없을 수도 있다. 일목정연하게 모든 마무리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의 곁가지라 할 수 있는 어린아이 일류셰치카(일류샤)의 장례식 이야기가 나오다니 말이다.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책을 통해 모든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본심이었다 생각된다.
앞에서 자신의 막내 알렉세이(알료샤)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그는 무척이나 고통 속에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경험은 그의 미래,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하게 했다. 자식이 친부를 죽이는 사건이 터지고, 개망나니 같은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이어지는, 어수선하다 못해 지옥과 같은 현재의 상황들(드미트리는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부친 살해에 대해 결국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다. 하지만 그는 둘째 이반의 계획대로 탈출을 꿈꾼다)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인데, 이런 시점에 과연 인류의 미래에 대해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이 바로 아이들이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함이 인류의 희망이자 기댈 수 있는 유일함으로 도스토예프스키는 결론 내리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인생에서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입니다. 심지어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속에 단 하나의 훌륭한 추억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덕분에 언젠가는 구원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겁니다.
알료샤는 일류셰치카의 장례식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모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 여겨진다.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아이들이 가져야 할 것은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르고 훌륭한 교육이며, 이런 추억을 안고 자라날 때 비로소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 1799년~1937년) -
도스토예프스키에 있어 같은 러시아 작가였던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정신적 멘토이자 스승이었다. 푸시킨이 결투로 인해 너무 이른 38세에 사망할 당시 불과 16세의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죽음을 너무나 슬퍼했다고 한다(심지어 그의 죽음에 상복을 입고 싶어 할 정도로). 그만큼 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났으며, 후에 작가로 데뷔하고 난 이후에도 그의 글에는 푸시킨의 사상이 많이 묻어나고 있다.
어쩌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도 푸시킨의 이야기들이 마치 배경처럼 깔려 있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푸시킨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에서 쓴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는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세상이 모두를 속일지라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 인류가 희망을 갖고 구원에 이르리라 강하게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그의 삶 또한 가난, 유형, 도박 등으로 비참하고 어려웠지만 말이다.
이 책 안에 인생을 통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분명 책이 쓰인 1880년과 지금 2026년에는 무려 150년에 가까운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시대를 관통하는 것은 희망의 찬가이자 구원에 대한 확신이라 하겠다.
맞다. 삶이 아무리 우리를 속일지라도,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 여미며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해가 뜨고 분명 따사한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주변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우리에게 작은 희망의 빛이 서서히 차오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u9_3RXOAu0
(푸시킨의 시에 곡을 붙인 김효근 작곡의 노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그 자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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