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나 되었네요. 당신을 알게 된 지 말이죠. 우연히 손에 든 책. 문장과 문장 그리고 행간을 통해 당신이 뿜어내는 강렬한 색채와 기운을 느끼며 깨달았죠.
제자를 배출하는 개인 대학을 운영하고 있음을, 그리고 사람 향기가 진동하는 홈페이지가 있음을 알고 나서 그때부터 그곳은 매일 도장을 찍어야 하는 참새방앗간이 되었죠. 남자가 남자에게, 그것도 14살이나 많은 사람에게 반한다는 것.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끌림은 마치 자석의 전기장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힘이었어요.
그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눈팅만 하다 용기를 내어 써포터즈라는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죠. 그에 대한 보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나아가 진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찐 내 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로 행복했어요. 뭐랄까, 내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나를 발산하는 경험이랄까.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무대에 꺼내놓고 실체를 드러내니 진짜 숨 쉬는 것 같았어요. 물속에서 하는 아가미 호흡이, 세상 밖으로 나와 전신 호흡을 하는 냥, 나는 비로소 내 자산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그의 연구원이 되고, 또 죽을 듯한 인내의 시간을 거치며 연구원 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어요. 만약 또 하라고 한다면? 군대는 절대 다시 가기 싫지만, 만약 그가 살아 있고 그와 함께 이 과정을 다시 경험한다면 다시 선택할 거예요. 이건 마약이거든요. 마치 죽음과도 같은, 한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끝없는 늪과도 같은, 고통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희열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가 연구원 졸업을 위해 마지막 숙제로 부여한 ‘나 만의 책’은 손에 쥐지 못했어요. 공부는 죽어라고 열심히 하면 되지만, 책은 달랐거든요. 한 편의 주제로 긴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작가가 되는 준비 자체가 안되었던 것 같아요. 소위 나만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지 못했기 때문에 글은 마무리가 되지 못한 채 방황 속에 머물렀죠. 어쩌면 언제 될지 모르는 숙성 과정을 겪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우스개 소리(아니 진지모드였을 거예요)로 책을 내지 못한 연구원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맞아요, 전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고자 하는, 그러나 꿈만 지닌 채 땅에서 비루하게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이무기일 뿐이었죠.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2년 간은 그의 곁을 떠나 있기도 했어요.
우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권의 책을 끝마칠 수 있었던 건 조금 더 쉽게 내 이야기를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소심야구』(2012년)를 전자책으로 출간하며 내 이력에 한 줄을 보탠 건 정공법은 아니었지만, 이 길에 들어서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었다 생각해요. 이후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2013년)을 출간하며 진짜 가야 할 길에 발을 내디뎠고, 『돈 걱정 없이 잘 살고 싶다면』(2019년),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2020년) 등의 책을 선보이며 이제는 총 7권(공저 포함)의 책을 가진 작가가 되었네요.
작가가 되었다는 것보다 더 감사할 일은 그를 통해 배운 덕에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들어 가는 인생. 그야말로 꿈의 인생이라 할 수 있죠. 방송이나 사회면에 커다랗게 내 이름 석자가 소개될 정도도 아니고, 그저 가끔 남들 앞에 설 정도지만 그럼에도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존재가 된다는 건, 직장인으로 살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꿈이 아니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우연이었어요. 하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나아가 그로부터 배우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건 소심했던 저로서는 절체절명의 선택이었어요. 마치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에게 내려온 동아줄과도 같았죠. 잡고 올라가지 않으면 서서히 가라앉는 늪에 있었던 거예요. 이런 심정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죽을 거 동아줄 위의 세상이나 한번 보고 죽자, 하는 그런.
이제 내년이면 그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 그때와 같은 나이가 됩니다. 그의 행적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초라함 그 자체네요. 청출어람으로 스승을 빛내야 하건만, 아직도 제 빛내기 조차 버겁네요. 그럼에도 이렇게 살 수 있게 해 주셨다는데 대해,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 전쟁 같은 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도록 도움받았다는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은 등대이자 빛이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의 가이드이자 회초리였죠. 하지만 제게는 회초리보다 훨씬 더 따끔한 따스함이었습니다. 관성이 지배하는 사회일지라도 나만의 관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당신의 가르침은 저를 멈추게 하지 않았어요. 어딘지 모를 곳이지만, 당신의 빛을 보고 계속 걷도록 만들었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네요. 또한 덕분에 앞으로 갈 수 있는 힘도 생겼고요.
당신의 마지막보다 당신의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떠올립니다. 여전히 당신의 굵고 그윽한 음성은 변치 않는 메아리가 되어 제 인생에 울립니다. 당신 덕분에 엄청난 고통도 희열이 될 수 있었고, 당신 덕분에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는 힘도 얻었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겁니다. 당신 덕분에 나는 ‘차칸양’이 될 수 있었고, 세상 유일한 ‘차칸양’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린 다시 만날 겁니다. 그때 가서 다시 당신을 품에 안고 감사의 말을 전할게요. 아니 아무 말도 필요 없을지 모르겠네요. 그저 힘차게 다시 당신을 안는 것 만으로 나의 온전한 마음이 전달되리라 믿어요.
사부님,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6년 13번째 당신의 기일에
차칸양 드림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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