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헌혈 한번 어떨까요?^^
제가 사는 곳은 경기도 용인입니다. 서울의 직장까지 출퇴근하기 위해서는 강남역까지 오는 직행 좌석버스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정류장이 있는 곳이다보니 매일 하루 두 번은 꼬박꼬박 강남역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강남역... 정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업종의 경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식당, 학원, 술집, 극장, 상점 그리고 노점상까지, 정말 다채롭죠. 그러나 이 중에서도 유독 제 눈에 띄는 곳이 한군데 있습니다. 바로 대한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강남 헌혈의 집입니다.
헌혈(獻血)은 다른 말로 수혈(輸血)이라고도 하죠. 얼마전 책을 읽다가 수혈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감동의 이야기이자, 250년에 걸친 인간 도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역사를 같이 나눠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40년 전인 1667년, 출혈(出血)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피를 수혈하는 일이 의료기술 역사상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그로 인한 다량 출혈로 죽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자, 의사들은 모자란 피를 구해 공급해야만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판단하게 됩니다. 문제는 어디서 피를 구하느냐였죠. 그래서 찾게 된 공급원이 바로 동물의 피였죠.
당시 의사들은 인간이나 동물의 피가 동일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수혈 공급원으로 양(sheep, 羊)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피에는 그 사람의 마음(심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 들어 있으며, 이왕이면 가장 선하다 생각(사실, 양은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지극히 이기적이며 질투심이 많은 동물이죠.^^)되는 동물의 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양의 피를 수혈받은 환자들은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의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동물들의 피를 수혈했지만 결과는 달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이 흐른 1818년, 드디어 동물이 아닌 사람의 피를 수혈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살아났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죽어갔기 때문이었죠. 문제는 그 원인을 전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시 약 80여년의 시간이 흘러 1900년. 당시 프랑스 의사였던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박사가 인류 수혈의 역사에 지대한 발견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피에는 O형, A형, B형, AB형의 4가지 혈액형이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서로 수혈이 가능한 조합과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는 사실이었죠. 이 발견을 통해 출혈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17년 세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되었습니다. 수 많은 전쟁 부상병들이 발생했고, 긴박한 수혈을 필요로 했지만,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채혈 후 보관한 피를 수혈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즉각 피를 채취해 보관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큰 암초가 있었죠. 보관된 피가 금방 굳어져 버려 사용할 수 없게 되었던 겁니다. 의사들을 포함한 과학자들은 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피의 응고를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는 마침내 여러 나라 의사들의 피나는 연구 끝에 구연산 나트륨(sodium cirtrate)이 항응혈제(抗凝血劑, 피가 굳는 것을 막아주는 원료)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비로소 완전한 수혈 즉, 헌혈이 가능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남 헌혈의 집을 2번정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 상사의 초등학생 아들이 백혈병 때문에 수혈을 필요로 했고, 다행히도 저와 혈액형이 같았기 때문에 미리 채혈을 해 놓기 위해서였죠. 이 곳에서 처음으로 일반 전혈(全血)이 아닌 혈소판 헌혈이란 것을 해보았습니다. 전혈은 모든 피를 빼는 것이지만, 혈소판 헌혈은 피를 뺀 후 혈소판만 추출해낸 다음, 다시 피를 몸 안으로 집어 넣습니다. 그래서 전혈은 한번 헌혈 후 2개월간은 다시 헌혈을 할 수 없지만, 혈소판 헌혈은 2주만 지나면 다시 헌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약 30회 가까이 헌혈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캠페인 차원으로 진행하는 헌혈 나누기 운동에는 꼭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헌혈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바로 이 맛(?) 때문입니다. 내 몸을 힘차게 돌고 있는 피를 본다는 것, 그럼으로써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 이 맛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주먹을 한번 쥘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검붉은 피. 그리고 점점 불어나는 혈액 주머니. 나는 정녕 살아 있습니다. 이 피들이 내 몸을 24시간 휘휘 돌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 맛외에 피를 통한 나눔이라든가, 나와 가족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삶을 향한 또 다른 열정을 느끼는 기회가 되겠지요.
이번 봄 혹은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헌혈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 보는 건 어떨까요?^^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fazz.tistory.com/entry/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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