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날, 내 남은 삶을 당신께 바칩니다
1편, 잘못 살고 있음을 깨닫다(https://brunch.co.kr/@bang1999/125)
2편, 감성은 모순의 마그마다 - 사노 요코(https://brunch.co.kr/@bang1999/126)
3편, 위대한 스킨십의 힘(https://brunch.co.kr/@bang1999/128)
4편, 천만번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https://brunch.co.kr/@bang1999/130)
(4편에 이어)
영화 <호프 스프링즈>의 마지막 장면은 케이와 아놀드의 멋진 서약식으로 장식되고 있습니다. 신혼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케이의 바램을 아놀드가 받아 들여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서약식을 하는거죠. 아놀드는 케이를 위해 직접 써 온 편지를 읽습니다. 조금 줄이긴 했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당신을 만난 후로 내 삶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없이 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소. 전혀 어떤 삶이었을지.
당신과 함께 보낼 나머지 삶을 생각하면
충분히 길지 못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소중히 여기며
우리 삶의 다음 장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이제, 이 멋진 날
내 남은 삶을 당신께 바칩니다.
매일 당신을 있게 해 준 신에게 감사합니다.”
이 장면을 보며 울컥 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리움, 미안함, 사랑의 감정들까지 마구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당신을 만나, 내 삶이 바뀌고, 현재까지 잘 살아오고 있으며, 하지만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못함을, 그래서 더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며, 남은 시간들을 당신을 위해 쓰겠노라는, 그리고 그런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줘 너무 감사하다는 그런 고백들.
지난 3월말은 결혼한 지 20번째 맞는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후~ 무려 20년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히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이렇게 대강대강 다른 건조한 중년 부부들처럼 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아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얼마 만에 써보는 손편지였는지... 아놀드의 대사도 조금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딱 한가지만 아내에게 서약했습니다.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당신,
지난 20년간 해왔던 것보다도 더 온 마음,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아낄게.
시간이 흘러 우리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날,
우리 만나 살아온 시간들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도록
당신을, 더욱 사랑하고 또 사랑할게.”
지금까지 중년 부부 사랑 재생법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지만, 솔직히 저 또한 사랑을 재생(再生)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랑과 노력이란 단어가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만,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항상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언제라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배우자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다행스럽게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깨달았고, 앞으로는 그 소중함을 진실된 소중함으로 인식하며,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설가 김연수가 쓴 <소설가의 일>에 나오는 한 문장을 옮겨 놓습니다. 잘 음미해 보시기 바라며, 무려 5편까지 이어진 <중년 부부 사랑 재생법>,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사랑이 없다면 피할 수 있었던 그 많은 생고생들이 이를 증명한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이 생고생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건 내가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중에서 --
(이미지 출처 : http://m.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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