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도 신혼처럼 알콩달콩하게!
이번 글부터 시작하여 4~5편은 위의 제목처럼 <중년 부부 사랑 재생법>이란 테마로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을텐데 왜 하필이면 중년 부부의 사랑이냐고요? 잘 생각해볼까요? 연애나 신혼시절 우리는 잃어버린 반쪽을 다시 만난 듯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지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랑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그저 부부라고 하는 형식적 허울만 남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애정으로 바라보며 손을 잡고, 따스하게 안아주거나 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중년 부부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달 전 쯤 아내와 함께 우연히 <호프 스프링즈>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잘못 살고 있다고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요. 한번 사는 인생, 아내와 함께 평생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답 임을 잊어버리고 살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거야, 사랑은 유효기간이 짧은거야, 남자가 체면이 있지... 이런 말들은 그저 식어버린 사랑, 감정을 어떻게든 합리화시키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부는 사랑이 넘치는 신혼 생활을 거쳐, 사랑 가득한 중년생활을 보낸 후 사랑으로 충만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지요. 한번 밖에 못 사는 인생인데 말이죠.
이번 연재를 통해 드리는 이야기들이 모든 중년 부부에게 잘 맞는 정답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여지는 드릴 것입니다. 어찌보면 지향점은 참으로 명료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평생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자.” 그렇죠? 이 글이 부부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글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느날 아내가 뜬금없는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요즘 중년 부부들은 무엇으로 사는지 아느냐고요. 글쎄... 정(情) 아닐까? 대답했더니 아내가 ‘씨익’ 웃으며 답을 합니다. ‘전우애(戰友愛)’라네요. 부부다보니 당연히 우정(友情)은 아닐 것이고, 수많은 훈련을 받으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마치 군대동료에게서 느끼는 감정인 ‘전우애’를 가지고 오늘날의 중년부부들은 살아간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웃프다(웃기면서 슬픈)’라고 말할 수 밖에 없네요.
어떤가요? 당신이 중년부부라면 정말 ‘사랑’이나 ‘정’이 아닌, ‘전우애’로 부부생활을 하고 있진 않나요? 혹 중년이 아니더라도 이미 ‘전우애’라고 하는 끈끈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진 않나요? 만약 ‘노’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정말 사랑과 애정으로 부부생활을 하고 있노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요? 오히려 별 감정없이, 하루하루 그저 형식상(?) 부부로써 변화없는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진 않은가요?
영화 <호프 스프링즈>는 그렇게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년 부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 아놀드(토미 리 존스)와 케이(메릴 스트립)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주 착실한 결혼 31년차의 부부입니다. 그들의 일상은 한결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남편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 식사를 합니다. 신문을 보며 식사를 마친 남편은 아내에게 ‘뽀뽀’를 한 후 직장으로 출근하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다시 아내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TV 앞 소파에 앉아 골프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잠이 듭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깨우고,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단, 여기서 한가지 특이사항이 발견되는데요, 잠을 자러 각/자/의 방으로 간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따로 잠을 잡니다. 이 말은 곧 그들이 섹스리스 부부란 이야기입니다.
아내인 케이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으로부터 조금씩 불만이, 안타까움이 그리고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일주일짜리 부부 힐링 프로그램(400만원이 넘는 고액의...)을 발견하고는 즉시 신청을 한 후,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같이 가자 청합니다. 하지만 아놀드는 단칼에 거절하죠. 별 문제도 없는데 상담을 받을 이유가 없으며, 정 가려면 혼자 가라며 화(여기엔 비싼 상담료에 대한 짜증도 포함되어 있죠)를 냅니다. 하지만 출발 당일 아내 혼자 가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아내와 동행하게 됩니다.
"난 늘 앞으로의 행복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어. 결혼하면 행복하겠지... 애 낳으면 행복하겠지... 애들 독립하면 오순도순 살아야지... 이제는 더 이상 바라볼것이 없는데. 난 아직도 행복을 꿈꾸는데. 이렇게 빈껍데기로 살아야돼? 난 행복할 권리도 없어?“
케이는 아놀드를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그리고 강력하게 소망하죠. 다시 신혼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요.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30년 전의 신혼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요.
자, 여기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까요? 힘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평상시처럼 저녁을 먹습니다. 식사 후 남편 혹은 아내가 조용히 이야기 좀 하자고 청합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말하길, 이렇게 건조하고 무의미하게 살 수는 없다고, 내가 꿈 꾸었던 결혼 생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다시 신혼 때처럼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합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전우애로 끈끈하게 맺어진 관계인데, 신혼은 무슨...’이라 말할까요? 아니면, ‘그래, 우리 다시 한번 신혼처럼 시작해보자!’라며 두 손을 덥썩 잡겠습니까? 대략 난감인가요? 어려우신가요?
(다음 편에 계속)
(표지 이미지 : 영화 <호프 스프링즈>의 한 장면)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공부,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