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사기 전 생각해 볼 2가지 조건
옆부서의 김과장이 차를 샀습니다. 외제차라네요. 꽤 좋은가 봅니다. 역시 외제차가 다르긴 다르다고 하네요. 요즘 제 책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을 읽고 있는 저희 부서 김과장이 그 얘기를 듣더니 제게 와 조용히 묻습니다. 저런 얘기 들으면 어떠냐고요. 아마도 절약을 모르고 사는 모습이 한심(?)하지 않냐는 그런 의미겠지요.
얼마 전 큰 처형 둘째딸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식이 끝난 후 자리를 옮겨 처가 식구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처남이 제게 묻더군요. 차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요. 나름 큰 기업의 팀장이라면 그 정도 급에 맞는 차를 타야하지 않겠냐며 말이죠. 그러자 제 대신 아내가 득달같이 항변(?)을 합니다. 우리 차, 아직 멀쩡하다고요.^^
사실 좀 오래되긴 했습니다. 2000년식 누비라2거든요. 올해로 17년째, 사람 나이로 따지면 환갑쯤 되었겠죠? 아, 그래도 아내의 말처럼 멀쩡합니다. 지난 금요일, 정기검사도 거뜬히 통과했습니다. 합격도장이 찍힌 차량 등록증을 건네주며 검사원이 한마디 하더군요. 2년 후 다시 보자고요. 그 말인 즉슨, 앞으로 2년 동안은 괜찮다는 얘기겠죠?^^
저도 가끔은 조금 심한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아마 저 같은 사람이 많다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벌써 망했을 겁니다.^^ 차가 없던 시절, 좋은 차들이 부럽긴 했습니다. 차를 소유한다면, 어느 급 이상의 차가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하지만 막상 가져보니 차는 그저 차일 뿐이더군요. 어떤 사람은 차에 대한 사랑이 넘쳐 매주 세차는 물론 정비에 튜닝까지 한다고 하지만, 저는 웬일인지 차에 대한 그 이상의 욕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죠.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차가 제 욕망을 끌어낼 만큼 가치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3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로 차는 단순 소모품을 넘어 돈 먹는 하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차를 자산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요,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사자마자 그 가치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정자산으로써의 가치는 낮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차를 운용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인 유류대, 자동차세, 보험료, 수리비, 각종 할부금 등을 따져 본다면 차는 가치의 하락과 더불어 계속해서 돈을 잡아 먹는 그런 불가사리 같은 물건이자 불가피한 낭비를 조장하는 소모품이라 할 것입니다.
둘째로 차는 엄밀히 따져 이동수단입니다. 이동수단은 이동수단으로써의 역할을 문제없이 잘 해낼 때 그 가치가 있을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사실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차감이 좋고, 커서 안락할 뿐만 아니라 각종 최신식 전자장치와 값 비싼 옵션들이 달려져 있으며, 그래서 남들에게 자랑까지 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은 모두 부가적 가치로 봐야만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차를 살 때 이동수단으로써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가격에 더해 부가적 가치(이것을 마케팅 용어로는 '브랜드'라고 부르죠)에도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가격분석을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차의 활용에 따른 효율성 부분입니다. 일을 위해 매일 차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차는 운행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게 됩니다. 소유를 위해 수천만원을 투자한, 그리고 1년에 몇 백만원 이상을 추가로 들여야만 하는 그런 귀한 차를 많은 시간 주차장에 세워만 둔다는 건 효율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아주 큰 낭비 아닐까요? 차라리 이럴 바에는 과감하게 차를 없앤 후, 요즘 뜨고 있는 카 쉐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오히려 이득 아닐까요? 듣기로는 몇몇 발빠른 기업들은 법인차량을 없애고, 카 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경비도 절감하고 오히려 이용에 따른 만족도까지 올렸다고 하는데 말이죠. 잘 따져본다면 개인의 경우도 자차 소유보다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자가용에 대한 제 생각을 얘기했지만, 저는 사실 외제차를 사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진 않습니다. 다만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사항은 붙습니다. 하나는 외제차가 정말 자신이 바라던, 거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에 해당될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 사도 된다고 봅니다.
얼마 전 회사 내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여직원의 남자 친구가 외제차를 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가 평상시에는 항상 절제된 생활을 하는데, 그 외제차(벤*)만큼은 꼭 사고 싶어 했다네요. 뭐랄까요, 삶의 유일한 로망 중 하나라고 할까요? 뭐 그렇다면, 사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저 또한 외제차가 제 버킷 리스트에 있었다면, 그리고 우선 순위에서 높은 순위에 있었다면, 당연히 질렀을 겁니다. 하지만 제 경제관에 차는 이동수단 그 이상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아직도 17세 청년(?) 누비라2를 몰고 있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경제적 관리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외제차 소유에 대한 버킷 리스트도 중요하지만, 다른 경제적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에 목돈을 투입하는 것은 반드시 재고해 봐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차는 소모품 이상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죠. 목돈을 투자할 때는 차를 소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치와 더불어 향후 들어가는 비용까지 잘 계산하여 해야만 합니다. 만약 그 가치가 덜하다면, 외제차가 아닌 그보다 낮은 급의 차를 살 수 있을 것이고, 그 가치가 적절하거나 이상(버킷 리스트 급으로)이라면, 미리부터 그에 해당되는 목돈을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차의 구입은 물론, 유지비용까지 문제없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2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감당할 수 있다면 외제차를 사든, 고급차를 사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욕망에 이끌리지 말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는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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