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Aug 05. 2016

삶은 빛바랜 사진첩이다

그래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


바로 이 순간에 머물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년 상영되었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에서 주인공인 월터 미치는 <라이프>란 잡지의 사진(필름)을 현상하는 직원으로 나옵니다. 어느날 그는 숀 오코넬이란 유명 사진작가가 보낸 사진들을 현상하게 됩니다. 사진작가 숀은 자신이 보낸 사진 중에서도 특히 25번째 사진은 자신의 역작이자 삶의 정수(精髓)가 담긴 것으로, 잡지의 표지사진으로 써도 좋을 것이란 말을 남깁니다. 하지만 동봉한 필름에 25번째 사진은 없었고, 그 사진을 찾지 못할 경우 월터는 회사에서 해고까지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지게 되죠. 결국 그는 25번째 사진의 행방을 알기 위해 사진작가 숀을 찾으러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린랜드, 아이슬랜드 등 여러 곳을 거치는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는 히말라야 중턱 부근에서 어렵사리 숀과 만나게 됩니다.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도 뒤로 한 채 월터는 급한 숨을 몰아쉬며 묻습니다. 왜 그 사진만 없느냐고요. 그러자 숀은 말합니다.


“좀 진정하고 숨소리 좀 죽여봐. 눈표범이 지금 나올거거든. 우리는 무지하게 조용해야 돼. 눈표범은 유령을 부른다는 말이 있어.아직까지 보진 못했지만...” 


얼마 후 드디어 숀이 그토록 기다리던 눈표범이 살그머니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표범의 자태는 힘든 시간을 기다려온 기대를 충족하고 남을 정도로 충분히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하지만 심장박동이 터질 듯 뛰어대는 그 아찔하고 긴박한 순간! 웬일인지 숀은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지 않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월터가 언제 찍을 거냐며 숀을 재촉합니다. 그러자 숀은 조용히 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끔 안 찍을 때도 있어. 정말 멋진 순간에... 나를 위해서...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순간에 머물 뿐이야...” 


“머문다고요?” 월터가 묻습니다. 


“그래. 바로 이 순간.”  



순간이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점(dot)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혹시 예전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기억하시나요?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는 이제 몇시간 후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도민준(김수현 분)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말합니다. 당신이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으니 내가 당신 몫까지 다 말하겠다며, 진정 너무나도 많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그러자 도민준이 대답하죠. 자신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삶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것이며, 이 때문에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것은 잊혀지게 마련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하여 삶의 중간중간 시간을 멈춰놓은 후 천송이, 바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노라고. 순간은 멈춰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그 순간만큼은 삶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이죠.


스마트폰의 선구자이자 창의적 발명가였던 故 스티브 잡스는 한 대학의 졸업 강연에서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중퇴자라고 밝히며, 중퇴 후 돈도 안되는 서체공부에 열중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즐겁고 재밌었기 때문에 자신의 열정을 쏟았고 후회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애플사에 입사하여 매킨토시란 컴퓨터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을 때, 매킨토시에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공부했던 바로 그 서체를 적용시켰다고 말합니다. 매킨토시는 서체에서 만큼은 단순히 컴퓨터란 기계를 뛰어 넘어 가장 아름다운 글자체를 제공해주는 컴퓨터가 되었노라고 말이죠. 그는 말합니다. 순간은 점(dot)이며, 그 순간이 지금은 미래와 어떻게 연결될지 잘 모를 수 밖에 없지만, 나중 돌이켜볼 때 그 순간들이 결국 미래를 구성하고 만들게 된다고 말이죠. 그는 그래서 지금의 순간이란 미래와 연결시켜 주는 연결점(Connecting Dot)이라 설명합니다. 즉 현재를 의미하는 지금 이 순간은 미래에 생길 순간(dot)과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다들 아시고 있겠지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가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영어로는‘Seize the day(현재를 잡아라)’로 번역되는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인 키팅 선생이 강조해서 유명해진 말입니다. 키팅 선생은 대학입시, 취업 등 오롯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제대로 즐기며 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진실로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며 이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면 미래에서도 후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강조합니다.



삶이란 빛바랜 사진첩이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바로 이 순간입니다. 우리의 삶은 현재에 의해 만들어지고 구성됩니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의 저자이자, 인문학을 배경으로 가장 감수성 있는 광고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광고쟁이 박웅현씨는 삶을 정의하며 ‘삶은 순간의 합(合)’이라 말합니다. 맞습니다. 삶은 순간의 합입니다. 또한 그 순간들을 슬라이드처럼 연속적으로 돌리게 되면, 삶은 순간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을 흘러가는 강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쉼없이, 유유자적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간에 어디론가 흘러가는게 삶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 삶은 순간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삶이란 ‘빛바랜 사진첩’이라 주장하고 싶은데요,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 대해 표현하라고 할 때, ‘빛바랜 사진첩’처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죠. 사진첩 속에 담겨진 사진 한 장 한 장은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대변합니다. 사진에 찍힌 그 순간, 그 찰나에는 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이 담겨져있죠. 우리가 그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몇 시간씩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생에 있어 순간은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고 그 합으로 구성된다고 했으니까요. 또한 삶에서의 순간들은 기억되는 순간들과 이미 잊혀진 순간들로 구성됩니다. 기억되는 순간들 중 강렬하게 때로는 아련하게 기억되는 기분 좋은 순간으로 남아 있는 것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르며, 때로는 경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추억이나 경험은 사진첩 속의 사진,책장에 곱게 꽂아둔 좋은 책처럼 언제든 지금으로 불러와 회상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스라한 추억이라 할지라도 그와 연관된 키워드, 물건, 사람 등 한가지만 연결되면 바로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혹자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추억은 순간을 소중히 할 경우에만 만들 수 있고 남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순간은 잊혀지고 사라지게 됩니다.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죠.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사진작가인 숀은 왜 그토록 기다리던 눈표범의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요? 그는 온전히 순간의 기쁨, 즐거움, 축복을 누리고자 했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그 아까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거죠. 물론 사진으로 보는 기쁨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자신의 눈에 그 모습 그대로를 담고 싶었던 것이고, 결국 그 즐거움을 자신의 머릿 속에 그대로 각인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 또한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순간에 담은 것이고요. 스티브 잡스 또한 열정을 바쳤던 그 순간이 결국 자신의 마음 속에 아로 새겨졌고, 결국 미래에 다시 되살아났다는 겁니다. 순간의 행복이자 힘인거죠. 


카르페 디엠, 순간을 즐기세요. 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포인트(dot)이 됩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충실히 그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이것이 카르페 디엠이 전하는 메시지이자, 어쩌면 삶을 가장 잘 그리고 후회없이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의 키워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옆 부서 김과장이 외제차를 샀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