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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ug 18. 2016

헬스장에서 배우는 삶의 원칙, 外傳

"아름다운 도전 - 훌라후프"



당신은 훌라후프를 능수능란하게 돌릴 수 있는가


질문 하나.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그것도 30대 후반 이상의 중년남자라면 훌라후프를 돌릴 수 있는가? 있다면 능수능란하게 돌릴 수 있는가?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돌릴 수 있는가?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돌릴 수 있는가? 댄스곡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돌릴 수 있는가? 또는 걷거나 뛰면서 훌라후프를 돌릴 수 있는가?


나는 돌릴 수 있다. 나는 위에 거론한 모든 방법으로 훌라후프를 돌릴 수 있다. 내 자랑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맞다. ^^;


(이쁘지? ㅋㅋ  사진 출처 : http://ask.nate.com/popup/print_qna.html?n=6053753)


작년 말쯤인가 평소 운동을 하지 않으시던 팀장님이 회사 헬스장에 와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들과 다소 특이했던 점은 기본적 운동을 마치고는 마무리 운동으로 항상 훌라후프를 돌린다는 것이었다. 키도 제법 있고 몸매도 제법 호리호리하다보니 훌라후프 돌리는 동작이 웬지 예술(?)같아 보였다. 물론 여자가 돌리는 모습이 훨씬 유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긴 하겠지만 남자도 그에 못지 않은 유연함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웬지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훌라후프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그 전에 몇 번 시도를 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항상 두세번을 넘기지 못하고 몸부림만 치다가 실패하곤 하였다. 이번에는 멋지게 훌라후프를 돌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 앞에서 망신 당하긴 싫었다. 그래서 집에서 먼저 시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쉽지 않네...


휴일 저녁 아내가 TV를 보며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30분 이상을 돌리자 아내의 이마에 제법 땀도 나기 시작한다. 집에 있는 훌라후프는 특별히 무게도 있고 지압구슬도 많이 달린 것을 샀기 때문에 운동 효과도 제법 있는 듯 해 보인다. ‘그래, 저 정도면 나도 해 볼만 하겠다.’ 속으로 다시한번 각오를 되새기고 아내로부터 훌라후프를 거의 뺏다시피 받아 들었다. 아내의 눈이 뚱그래진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왜 평소에 안 하던 걸 하려고 그래?”

“응.. 아니... 그냥... 뭐...”


얼버무리며 훌라후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본다. 그리고 왼쪽 옆구리에 훌라후프를 걸은 후 반대편으로 강하게 돌린다. 돌기 시작하는 훌라후프에 맞추어 힘차게 허리를 같이 돌려본다. 하지만 이런.... 훌라후프는 훌라후프 대로 나의 허리는 허리대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허리의 힘을 받아 탄력을 받아야 할 훌라후프가 당혹스럽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곱고 조용하게 떨어지면 고마우련만 무릎과 발가락까지 ‘우당탕’ 때리고 나서야 그 회전을 멈춘다.


‘아.. 쓰... 우....’


아내가 보는 앞에서 아프다는 내색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앙 다문다.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심각한 내 표정과 아내의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 교차한다. 언제 나왔는지 초등학교 딸까지 제 방에서 나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가장의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내가 아니다. 다시 도전이다.


역시나 역시나다. 이러다가 무릎이며 발이 성치 못할 것만 같다. 웃으며 지켜만 보던 아내가 이제 그만 하란다. 밑에 층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온다나 뭐라나. 귀염둥이 딸은 나에게서 훌라후프를 빼앗더니 이렇게 하라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가냘픈 딸의 허리 위에서 훌라후프는 뱅글뱅글 자연스럽게 잘만 돌아가고 있다. 마치 ‘너랑 안 놀아~ 메롱~!!’하고 약올리며 돌고 있는 것 같다.



훌라후프가 정말 쉽다는건 다 '뻥'이고 '구라'다


결국 집이나 회사나 창피함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내와 딸에게 멋진 훌라후프 실력으로 꼭 ‘복수’하리라 마음 먹었다. 이 치욕을 꼭 되갚아 주리라 굳게 굳게 다짐했다. 헬스장에서 예의 그 팀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질문 했다.


“저... 팀장님... 훌라후프를 잘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 아~ 훌라후프! 이거 쉬워.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서 툭툭 쳐주면 지가 알아서 잘 돌아가.”

“예? 허리의 반동요? 허리로 훌라후프를 툭툭 치라고요?”

“응. 몇 번만 연습하면 감이 와. 정말 쉽다니까.”


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뻥'이고 '구라'였다. 정말 쉽다고? 정답은 '사람마다 달라요'였다. 나의 경우 훌라후프 돌리기가 자전거나 롤러블레이드 그리고 스케이트와 비교해 훨씬 더 힘들었다. 물론 내 몸매 구조상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몇 번만 연습하면 감이 온다’는 훌라후프를 웬만큼 돌리기 위해 무려 일주일이란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초등학교 시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도 불과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쩝.


매일 매일 돌렸다. ‘우당탕~!’ 또 ‘우당탕탕~!’ 다시 ‘우당탕탕탕~!’ 이미 창피함은 운동 반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한 3일 정도 되니까 웬지 허리에 힘이 실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과 훌라후프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는 상호이해의 교감(?)도 생기기 시작하는 듯 싶었다. 희망이 생겼다. 드디어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2,3일 후 나는 훌라후프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하나의 생물과 하나의 무생물이 합쳐져 ‘돌아가는 회전 생물’ 하나를 창조해 내었다. 삶의 신비란!!!! ^^;



도전은 아름답다


이야기가 여기서 그쳤으면 단순한 훌라후프 배우기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난 계속해서 배가 고팠다. 단순하게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기만 하는 훌라후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한적한 틈을 이용하여 스스로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댄스음악에 맞추어 춤추기, 최대한 몸을 낮췄다 일어났다 하기, 걸으며 그리고 최근에는 달리기까지!! 물론 헬스장안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며 달리고 있는 나를 보노라면 다소 장애인의 모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엉덩이는 실룩실룩, 허리는 뒤뚱뒤뚱한데다 다이아몬드 스텝과 팔자 스텝이 엉킨 발놀림이란!! 내가 봐도 웃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하지만 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갈수록 달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지고 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자신한다.


도전은 아름답다. 성취감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달콤한 선물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반드시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수준보다 더욱 더 잘할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를 붙잡고 있는 두려움, 체면, 위선 그리고 남에 대한 의식일 뿐이다. 가벼운 목표를 잡고 달성하라. 의외로 그 재미는 쏠쏠하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스로를 실험하라. 당신이 모르고 있는 재능과 자질을 발견할 수도 있다. 훌라후프는 나에게 작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성취감은 어떠한 도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나는 다시 골몰한다. 어떠한 현재의 기술에 다시 어떤 훌라후프 묘기를 더할 것인지. ^^;;



덧붙임) 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 훌라후프를 돌리며 달리기를 하는 남자가 나왔던 적이 있다고 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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