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에 인공지능을 얹는다면?
1편,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의 활약(https://brunch.co.kr/@bang1999/145)
2편, 이미 수준에 오른 인공지능의 작곡 능력(https://brunch.co.kr/@bang1999/147)
3편,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최신작을 접하다(https://brunch.co.kr/@bang1999/148)
4편,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TRIZ & SIT(https://brunch.co.kr/@bang1999/150)
5편, 인공 신경 회로망(ANN)의 완성, 딥 러닝(https://brunch.co.kr/@bang1999/152)
6편, 인공지능 + 창의성 학습 + 유전자 프로그래밍 = ?(https://brunch.co.kr/@bang1999/154)
(6편에 이어)
자, 이번에는 예술 창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술은 인간 탄생의 순간에서부터 내려오고 있는 그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이제 예술이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라 주장하긴 어려워졌습니다. 왜 일까요? 앞에서 살펴본대로 이제는 인공지능이 예술 분야에서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창작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예술(藝術)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라 정의되어 있는데, 이 정의를 바탕으로 예술이란 단어를 잘 뜯어보면 2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예술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예술은 한마디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죠. 예술의 여러 분류 중 미술(美術) 영역이 따로 있긴 하지만, 사실 모든 예술 분야에는 이미 아름다움이란 궁극적 목표가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예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방법론적 의미로써, 사전적 정의에서 보는 것처럼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가령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죠.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할 겁니다.
* 무엇을 그릴 것인가?
* 어디에 그릴 것인가?
*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인가?
* 어떤 기법(기술, 기교)을 활용할 것인가?
* 어떤 양식(패턴)을 적용할 것인가?
위와 같이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2가지 의미로 예술을 다시 정의해 본다면,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어떤 방법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궁극적 목표인 아름다움을 제외시키고 나면 결국 예술에는 ‘어떻게’라는 방법론만이 남게 됩니다. 즉, 예술이란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예술이란 단어를 한자로 풀이해보면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집니다. 예(藝)란 글자는 ‘재주’ 혹은 ‘심다’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인 埶(예, 나무를 심는 모양)와 云(운, 구름)과 풀(草)을 심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하다는 뜻이 합(合)쳐짐으로써 전체적으로 ‘재주’를 뜻하고 있습니다. 술(術)이란 글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명사 뒤에 붙어 그 기술이나 재주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죠. 이렇게 보면 예술이란 사실 재주, 기술, 기법, 기교가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이 명확하다 하겠습니다.
이렇듯 예술을 기술, 기능적 관점으로 들여 본다면, 이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더 뛰어난 능력을 나타낼만한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물론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흐나 렘브란트와 같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분석하여 실제와 같은 작품들(사실 이 또한 놀라운 일 아닐까요?)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이는 여전히 모방과 모사의 단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앞으로 예술 영역에서 보여줄 미래가 무서워지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술의 표현에 기술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예술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창의성 또한 TRIZ와 SIT의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기에 더해 돌연변이와 같은 변용을 일으키는 유전자 프로그래밍 기술까지 적용할 경우, 예술 영역에서 또한 지금까지 인간이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던 새로운 창작품(그것을 예술이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인간의 몫이긴 하겠지만)을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죠. 불멸의 화가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피카소는 프랑스의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와 함께 입체파(立體派, Cubism)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큐비즘이란 과거의 회화가 ‘시각의 리얼리즘’만을 추구했던데 반해, ‘개념의 리얼리즘’을 모토로 3차원적 현실 세계의 개념을 이차원적인 회화로 번역함으로써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분파라 할 수 있습니다. 피카소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분석했습니다. 소위 나누고 쪼갠거죠. 그리고 제거를 통해 최대한 단순화시켰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해석을 얹어 통합 및 상징화시켰습니다. 아래의 그림 피카소의 황소(Bull) 연작들을 보시면 그가 한 작업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피카소가 사용한 분석방법은 체계적 발명사고인 SIT의 5가지 원리인 제거, 통합, 복제, 분할, 속성의존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황소(Bull) 연작 시리즈> (Pablo Picasso)
자, 이번에는 인공지능에게 황소(Bull)를 분석하여 그림을 그리라는 주문을 했다고 생각해보죠. 아마도 피카소와 유사한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충분히요. 하지만 여기서 끝내지 않고 유전자 프로그래밍까지 추가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5번째 작품에 다른 종류의 소인 물소(Buffalo)의 이미지를 추가하여 분석/분할/제거/통합 작업을 진행할 경우 마지막 작품은 피카소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창작품이 나오게 될 겁니다. 물소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고원지대에 살고 있는 야크(Yak) 혹은 아프리카의 코뿔소(Rhinoceros), 더 나아가 낙타(Camel)나 알파카(Alpaca), 가젤(Gazelle), 임팔라(Impala) 등 적용의 범위는 무척이나 넓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창작의 범위 또한 우리가 상상치 못한 작품들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피카소의 작품 하나만 더 보시죠. 아래 그림은 <풀밭 위의 점심식사>란 제목을 가진 피카소의 1960년도(80세) 작품입니다. 웬지 제목이 낯익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그림의 구도 또한 그렇고요. 맞습니다. 이 작품은 1863년 발표된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란 작품을 피카소가 재해석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1960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년),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피카소는 이 <풀밭..>이란 제목을 가진 동명의 작품을 무려 27종이나 그렸습니다. 물론 조금씩 다른 느낌, 관점, 생각을 가지고 그렸겠죠. 피카소의 이런 작업에 대해 일부 비판의 여론이 있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계속하여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미 화가로써 이룰 것은 다 이룬 위대한 화가 피카소가 말이죠. 아마도 그는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키워내는 훈련을 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화가가 그린 좋은 작품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창의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도가 될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가 남긴 말 한마디는 그가 남긴 수 많은 작품들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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