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TRIZ & SIT
1편,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의 활약(https://brunch.co.kr/@bang1999/145)
2편, 이미 수준에 오른 인공지능의 작곡 능력(https://brunch.co.kr/@bang1999/147)
3편,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최신작을 접하다(https://brunch.co.kr/@bang1999/148)
(3편에 이어)
음악분야의 작곡, 미술분야의 창작 그리고 글쓰기까지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창의성의 공간까지 발을 들여놓은 상태라 할 수 있는데요, 이렇듯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책까지 출간하는 인공지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만 할까요? 지금은 아직 모방(模倣)과 모사(模寫)의 단계에서 한걸음 정도 뗀 단계라 볼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부터 제대로 된 발걸음 그리고 더 나아가 뛰기까지 한다면, 인간은 이러한 창의성의 영역에서 여전히 인공지능을 압도할 수 있을까요? 만약 기존의 창의적인 것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모두 대체된다면, 그 이후 인간은 인공지능이 결코 따라하기 불가능한 新창의성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이 분야 혹은 이 기술만큼은 인공지능의 넘사벽이라 선언할 수 있는 그런 창조적인 것을 말이죠.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창의성(創意性 , creativity)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창의성이란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 또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서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거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단어는 Creatio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무(無) 또는 기존의 자료나 지식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산출하는 것’, 즉 ‘창조’를 의미합니다.
결국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라 부르는 능력 혹은 힘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창의성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저 운명적으로 타고 나야만 하는 걸까요? 과거부터 학계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이라 부르는 TRIZ(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입니다. TRIZ는 1960년대 구 소련의 엔지니어였던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huller)가 만든 것으로, 그는 전세계 천재들의 창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특징들을 추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배울 수 있다면 누구라도 창의성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TRIZ를 만들어 냈다고 하네요. 그 결과로 분할, 추출, 비대칭, 고속처리, 피드백 등 40가지에 해당되는 창의성에 대한 원리들을 정리해 놓았고요.
그 이후 시간이 흘러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겼고,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01년에 TRIZ의 단점을 개선, 새롭게 발표한 이론이 나왔는데요, 그것이 바로 '체계적 발명사고'라 불리는 SIT(Systematic Inventive Thinking)입니다. SIT는 이스라엘의 로니 호로위츠(Roni Horowitz)와 제이콥 골든버그(Jacob Goldenberg)가 만든 창의성 사고도구로써, 이들은 TRIZ의 40가지 원리들을 5가지로 줄임으로써 누구나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간단히 5가지 원리에 대해 살펴 보고 가죠.
첫 번째는 ‘제거(Subtraction)’로써, 제거란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 가능하면 핵심요소를 제거한 뒤, 상품의 장점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아마도 날개 없는 선풍기가 대표적인 예가 될텐데요, 영국의 디자이너였던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날개 없는 선풍기를 고안해 냄으로써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던져 줬죠. 선 없는 줄넘기,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또한 제거의 좋은 예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용도통합(Task Unification)’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다른 역할까지 수행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의 스마트폰은 과거 MP3 플레이어, 카메라, 녹음기, 미니 TV, 손전등, 돋보기, 만보기 등 웬만한 기능들을 다 통합했다고 볼 수 있겠죠.
세 번째는 ‘복제(Multiplacation)’로써 기존의 구성 요소와 같은 것을 하나 더 들여오거나 비슷한 것을 추가하되, 기존의 기능과는 다른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때 추가될 요소는 기존의 구성요소이거나 최대한 비슷한 것이어야 하는데요, 면도기를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과거 면도기의 면도날은 하나 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3중, 5중까지 면도날의 개수를 추가함으로써 효용을 높임과 동시에 안전까지 감안하여 만들어지고 있죠.
네 번째는 ‘분할(Division)’인데요, 분할이란 구성 요소나 프로세스 등을 부분으로 나누어 시공간적으로 새롭게 구성하거나 재배치해 보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헬스장의 덤벨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과거에는 무게별로 모든 덤벨을 만들어야만 했지만, 지금은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간편해졌죠. 또한 접는 자전거, 커터칼, 각종 DIY용 조립 제품들도 분할의 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속성의존(Attribute Dependency)’입니다. 속성의존이란 시스템이 사용되는 외부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에 따라 내부 속성도 함께 변하도록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햇빛의 양에 따라 렌즈의 색이 변하는 선글래스 겸용 안경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SIT의 5가지 원리를 잘 활용하면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최근에 나오는 창의적인 제품들을 잘 살펴보면 위의 5가지 원리 중 하나에 해당하거나 혹은 두, 세가지 이상이 결합된 아이디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타고난 천재가 아닐지라도, 위의 원리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물론 꾸준한 연습과 지속적인 사고훈련은 필요합니다)할 수 있다면 누구나 창의적(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이 될 수 있다 할 것입니다.
인간의 경우 이렇듯 배우고 훈련함으로써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떨까요? 인공지능 또한 인간과 똑같이 배우고 익히게 될 경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SIT의 5가지 원리, 더 나아가 TRIZ의 40가지 원리를 기본으로 하여 수백가지 이상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믹싱함으로써 수천, 수만가지의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가요, 충분히 가능해 보이지 않나요?
다음 편에서는 인공지능이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어떻게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편에서 계속)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