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자연 치유 시스템 : 캘러스(Callus)와 옥신(Auxin)
사람에게 있어서 소심이란 어떤 의미일까. 한번 생겨난 소심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되기 힘든 것일까. 소심은 일평생 자신의 삶에 있어 덫이나 장애로만 작용하는 것일까.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무의 예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나무에게는 상처가 났을 때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사람, 동물 혹은 자연적 힘에 의해서 나무 줄기에 상처가 났을 경우 나무는 스스로 상처난 부위를 덧씌우는 유상조직, 캘러스(Callus)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이 캘러스는 일반 세포조직과는 다르게 상처가 생겼을 경우에만 만들어지는 다소 특수한 세포조직이다. 즉 나무는 자신의 몸에 생채기가 났을 경우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캘러스란 세포조직을 만들어 내어 자신의 상처 위를 덧씌우게 되는 것이다.
분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캘러스를 이용, 일부러 식물에 상처를 냄으로써 식물의 형태를 인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조직배양학에서는 이 캘러스의 조직을 추출하여 배양액 안에서 배양의 과정을 거쳐 어린 식물로 키워 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에게 있어서 캘러스는 상처가 생겼다고 무작정 생성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한가지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 그 요소가 식물 생장호르몬의 일종인 옥신(Auxin)이란 물질이다. 이 옥신은 1870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한 실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화본과식물의 떡잎집(子葉)이 빛의 방향으로 굽는다는 굴광성을 조사하고, 그 실험결과로부터 떡잎집의 끝에 성장을 자극하는 어떠한 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제창하였다.
다윈에 이어 1910년 보이센-옌센(Boysen-Jensen)은 귀리 자엽초의 생장실험을 통해 다윈이 주장한 물질이 호르몬의 일종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최종적으로 1928년 과학자 웬트(F.W. Went)는 잘라낸 귀리 떡잎집의 성장을 통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가용성 물질이 존재하며, 이것을 옥신(Auxin)이라 명명하였다.
캘러스는 옥신에 의해 생성된다. 즉 옥신이 없으면 캘러스도 생성되지 않는다. 나무는 이 두가지 요소에 의해 외부의 상처를 받더라도 그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떠한가. 분명 사람 또한 자연적 치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긁히거나 넘어져 상처가 나면 그 부위에서 피가 나온다. 하지만 잠시의 시간이 흐르면 피가 굳어지며 딱지가 앉게 된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올라오며 딱지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 또한 상처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본능적 치유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소심은 무엇인가. 그 상처에 대한 심리적 문제라고 보아야만 한다. 심리적 문제인 소심을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는 나무로부터의 치유 시스템을 배울 필요가 있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두가지 요소를 우리 또한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캘러스는 상처를 덮는 새살과도 같다. 소심에 대한 문제점은 우리가 그저 소심을 캘러스로만 덮어두고 넘어가려 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봉와직염(Cellulitis, 진피와 피하 조직에 나타나는 급성 화농성 염증)이라 부르는 병이 있다. 이것은 내부의 염증이 곪아 점점 붓는 병의 일종으로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피부를 짼 후 피부 안의 곪은 부분을 다 긁어 내야만 치유할 수 있다. 소심도 마찬가지다. 보여지는 부분이 덮여졌다고 해서 그것이 치유된 것이 아니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 멀쩡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 안에서 곪아 터져 처음보다 더한 괴로움과 고통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소심을 제대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더 나아가야만 한다.
나무가 캘러스를 제대로 된 세포조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투입하는 또 하나의 자원이 바로 식물 성장호르몬의 일종인 옥신이다. 옥신은 우리에게 있어 내면의 힘이자 에너지이다. 스스로를 믿고 상처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딛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내면 치유의 마법약과도 같다. 옥신이 없다면 캘러스는 무의미하다. 본래의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캘러스와 옥신의 최상조합이 필요하다. 지금 자신을 돌아보자. 내 상처는 어떠한지. 과연 안에서 곪아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상처가 봉와직염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심의 치유는 그것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환한 햇빛에 드러내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그래야만 나무처럼 그 상처를 딛고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지향점은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딛고 원래의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가을의 나무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잎들을 거느리는 것이다. 분명 우리의 내면 속에는 각각의 나무처럼 명명되어진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을 것이다. 우리의 소명은 자신의 나무를 이 세상에 뿌리 내리도록 하고, 때가 되어 그 무엇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키우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상처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지만,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날, 우리의 나무는 이 세상 그 어떤 나무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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