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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10. 2017

미셸 몽테뉴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두 사람을 초빙,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떻게 살 것인가?’


매년 새해가 되면 꼭 한번쯤 스스로에게 건네게 되는 질문입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 비단 올 한해뿐 아니라 내년, 5년 후, 10년 후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잘 살려면 말이죠. 사실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결코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죠.



미셸 몽테뉴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럴 때 가장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인생을 먼저 살다간 혹은 살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는 것인데요, 우연찮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동일한 제목의 책 두권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권은 1500년대 중세 르네상스 시기를 살다 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미셸 몽테뉴(Michel E. de Montaigne, 1533년~1592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고, 다른 한권은 정치계에서 은퇴한 후 현재 작가, 방송인으로 맹활약 중인 유시민씨(1959년~)가 쓴 책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려 400년을 넘는 시간의 차이가 있는데요, 몽테뉴가 태어난 1533년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제11대 왕인 중종(中宗)이 재위하던 시기로 정국이 기묘사화 및 왜구의 침입 등으로 여러모로 어수선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몽테뉴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귀족 신분으로써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일반인의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란 주제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열린 정신과 쾌활한 성품 그리고 느긋함과 여유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죠.



두 사람을 초빙, 이야기를 듣다


이 두 책을 읽다보면 시공과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데요, 여기서 그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는 그 두 사람을 초대(말도 안되지만!)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는 차칸양이 보도록 하고요. 괜찮겠죠?^^



차칸양(이하 ‘차’) : 안녕하세요, 어려운 자리까지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몽테뉴(이하 ‘몽’) & 유시민(이하 ‘유’) :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차 : 잠깐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몽 : 전 프랑스 태생이고, 철학가이자 문학가입니다. 제 대표작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수상록(essais, 에쎄)>이고요. 다 읽어 보셨죠? <수상록> 안 읽어보고 저를 논할 수는 없죠. 흠흠.


유 : 정치계에서 퇴출 당한 후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 유시민입니다. 밥 굶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책 쓰고, 방송활동하고 있습니다. 몽테뉴 선생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차 : 몽테뉴 선생님은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식으로 그리고 왜 그렇게 하셨나요?


몽 : 전 보르도 지방에 살았는데, 제 영지를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했습니다. 그 덕분에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곡예사, 무용사, 사육사 등 전국을 유랑하는 떠돌이들까지 많이 찾아왔죠. 전 그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제가 겪어볼 수 없었던 그리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던 좋은 간접경험이었으니까요. 그 경험이 제 사유의 기초가 되었고요.


차 : 아, 그러셨군요. 역시나 지혜의 아이콘 답습니다. 이번엔 유시민 선생님께 묻겠습니다. 왜 유망했던 정치가로써의 길을 포기하셨습니까? 사실 한국에서 정치가라하면 귀족계급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 그 결정을 한 후 아쉽진 않으셨나요?


유 : 저는 예전에 정치를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라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정치는 도전해 볼만한 일이긴 했지만, 결코 기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는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정치라는 연대를 통해 나름의 의미와 보람을 얻기도 했지만, 평생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하고 작가로써 전업을 하게 되었죠. 그 이후 비로소 자유롭게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요.


차 : 책에서 몽테뉴 선생님, 유시민 선생님 두분 다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 계신데요,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몽 : 제 절친 라 보에시뿐 아니라 남동생, 자녀들의 연이은 죽음을 겪으며, 죽음에 대한 강박과 공포심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30대때 말을 타고 숲길을 달리다 사고를 당해 거의 죽을 뻔 했을 때, 저는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생명이 입술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점점 나른해진다. 자아가 해방된다. 마치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달콤하다.’ 그 이후 저는 죽음을 겁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죽음 또한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니 더 이상 미리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않게 되었죠.


유 : 저 또한 죽음을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죽음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차 :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 완벽한 죽음을 맞기 위해서라도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군요. 이번에는 두분께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


몽 :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진 않습니다. 솔직히 늙으면 어리석은 자존심에 빠지고, 따분한 수다나 떨고, 쉽게 발끈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느낄 때 역설적으로 일종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는 법을 배운다는 건 이렇게 결점을 지닌 채 살아가고, 결점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투박하게, 온건하고 겸손하고 다소 흐리멍덩하게 사는 게 더 잘 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인생 그 자체가 목표이자 목적이라고요. 이 말은 성공이란 목적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우리의 삶 자체가 목적이 되도록 매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까르페 디엠(Carpe Diem)!


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를 말합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말하길,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고 했습니다. 긍정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삶의 ‘위대한 세 영역’으로 사랑, 일, 놀이를 주장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죠. 저는 여기에 더해 ‘연대(連帶, solidarity)‘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연대란 동일한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누군가와 손잡는 것으로, 넓게 보면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삼아 어디엔가 함께 속해 있다는 느낌을 나누면서 서로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차 : 두 분의 답변, 정말 잘 들었습니다. 살아가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제 스승이기도 한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덧붙여 봅니다. 그는 저서 <일상의 황홀>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요, 한번 잘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 원하는 일을 한다. 하루는 그 일을 위해 새로 주어진 것이다. 책을 읽든, 산에 가든, 밭에 앉든, 강연을 하든, 글을 쓰든, 사람을 만나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을 즐긴다. 해야 할 일이 생길 때도 있다. 예기치않게 아프거나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하거나 상가에 가거나 비즈니스로 꼭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다. 그건 ‘오늘 내가 무엇을 할까’ 고민하지 않도록 누군가 나를 도와 미리 계획을 잡아둔 것이다. 약간 투정을 부릴 수도 있지만, 삶의 호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마음을 따라 고르고 계획한 주도적인 일이 훨씬 더 많아야 한다. 이렇게 살면 잘 사는 것이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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