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국민연금만으로 노후가 안정될 수 있을까?
1편, 직장인의 경제적 삶은 ‘마이너스’다(https://brunch.co.kr/@bang1999/179)
2편, ‘마이너스’인 삶을 ‘플러스’로 바꿔보자(https://brunch.co.kr/@bang1999/182)
3편, 직장인 A씨의 수입/지출 내역이 이렇게 달라졌어요(https://brunch.co.kr/@bang1999/185)
(3편에 이어)
드디어 마이너스의 터널을 막 벗어나기 시작한 직장인 A씨. 연봉의 50%를 모아 지속적인 투자를 하다보면 늦어도 5, 6년 후에는 8,000만원의 빚을 청산함은 물론, 일정 규모의 자산까지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A씨 가족은 절약하며 사는 생활에 적응함으로써, 보다 적은 금액으로도 사는데 아무 문제도 없게 되겠죠. 또한 이들의 삶은 그림1에서 그림2의 그래프, 즉 마이너스에서 플러스의 삶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최경자의 산수공식과 일치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어떤가요, 매우 바람직해 보이지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습니다. 그림2의 그래프를 잘 보시면 최경자의 산수공식을 성립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약점 하나가 숨겨져 있습니다. 뭘까요? 혹시 찾아내셨나요? 잘 보시면 전반적인 경제적 삶은 분명 플러스지만, 60대 중반이후부터의 수입은 지극히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뭐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60대 중반이라면 당연히 직장에서 은퇴했을 나이이고, 이때부터는 직접 벌기 어려우니 연금으로 생활해야 할 것이며, 연금이란 것이 분명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테니 말이죠.
맞습니다. 노후에는 연금 외엔 남는 게 없으니, 직접 돈을 벌던 시절과 비교해 수입이 많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생각일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요. 그저 당연할 것이라 미루어 짐작하는 그 ‘생각’만 있는 거라고요. 말장난 같죠? 하지만 잘 곱씹어보면 이 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당연함을 당연함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그 당연함은 특별함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는 겁니다. 즉 노후를 연금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시기, 그래서 낮은 생활수준도 어쩔 수 없어 받아 들여야만 한다는 생각의 당연함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이러한 당연함을 바꿔야 할 필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설문조사를 합니다. A그룹은 젊었을 때 성공하여 중년의 시기까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으나, 갑작스런 사업실패로 인해 노년기에는 금전적으로 매우 힘든 삶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입니다. 반면에 B그룹은 젊었을 때는 정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별의 별 고생을 다했으나, 늦은 중년 이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며 여유로운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입니다. 이분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인생 전반을 돌아보았을 때 느끼는 행복지수를 적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 행복을 숫자로 표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A그룹과 B그룹의 행복지수는 어디가 더 높았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A그룹일까요, B그룹일까요? 이 조사가 모든 사람의 생각을 대변해주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 설문의 답은 B그룹이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조사를 진행한 경제학자들에 의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는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모든 사고와 감정을 과거보다는 현재와 더 연관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즉 지금이라는 현재가 풍요롭고 만족스럽다면 힘들었던 과거까지도 별 것 아니었던 것(‘그래, 그때 좀 힘들긴 했지’)처럼 여겨지며, 더 나아가 좋은 추억으로까지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이와 반대로 과거가 아무리 행복했다 할지라도 현재의 생활이 정말 힘들고 괴롭다면 과거의 행복까지 반감되며, 심지어는 그 행복이 과연 진짜였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된다는 겁니다.
이 설문조사가 의미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젊었을 때 잘 살고 즐겁게 사는 것도 좋지만, 노년기의 삶이 불행하다면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삶이 매우 힘들고 고된 삶으로 비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과거의 좋았던 기억 혹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추억만으로 삶을 지탱하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 힘겹고 고통스럽습니다. 특히나 노년기에 힘이 빠지고 점점 자신의 몸조차 건사하기 힘들어지게 될 때 경제적 어려움까지 맞게 된다면, 노년의 삶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가 되고 말 것이며, 더불어 좋았던 젊은 시절마저도 암흑의 시기인 것처럼 생각됨으로써 마치 자신이 인생 전체를 잘 못 살아온 것처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 경제적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 앞의 설문조사의 결과를 감안하여 생각할 때, 우리의 경제적 삶에 대한 그래프는 그림3의 그래프처럼 개선되어야 합니다. 어떻게요? 노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수입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죠? 그림3의 그래프를 보시면 노후에 수입절벽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진짜 ‘최경자’, 즉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의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제적 삶을 살 수 있다면 2가지 측면에서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나는 더 이상 ‘마이너스’의 삶이 아닌, ‘플러스’의 삶으로 개선됨으로써 자본주의의 영원한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빚(대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노후까지 ‘돈에 대한 걱정없이’ 자신의 살고 싶은 삶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돈에 대한 걱정없이’란 표현은 조금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절대 흥청망청 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경제적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 앞에 ‘최소한’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는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온전히 관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이 번다 할지라도 어느 순간 마이너스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수입이 일정할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이 지출관리를 제대로 못할 경우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수입의 한계 내에서 지출을 잘 관리하고, 더불어 투자까지 잘 병행해 나간다면, ‘최대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해되시죠?
자, 그렇다면 이제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최경자를 만들 수 있을까요? 최경자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추천하는 것은 역산을 해보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 65세를 기준점으로 삼는데, 그 이유는 국민연금이 지급되는 시기가 대개 65세 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시 질문 하나 드리죠. 65세가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나이가 되었을 때 얼마 정도의 연간 수입이 있다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일반적으로 이 나이대에는 대부분 연금 수입 밖에 없는데요, 얼마 정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을까요? 각종 언론에서 소개되는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노년기에 받게 될 연금 금액으로 약 200만원+α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만원+α라... 어떤가요? 연금만으로 가능한 금액일까요?
이 금액의 가능여부를 알기 위해 먼저 국민연금 사이트를 방문해 보죠.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내 연금 알아보기(http://www.nps.or.kr/jsppage/csa/csa.jsp)에 접속하시면 지금까지 자신이 납부한 국민연금 납부내역과 함께 미래에 받게 될 연금예상 금액까지 조회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93년 8월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총 276개월(23년)에 약 6,700만원 정도를 납입하였고, 만 64세가 되는 2032년 7월부터 현재가 기준으로 약 133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나옵니다. 어떤가요, 괜찮은 수준인가요? 많이 아쉽죠? 최소 2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어야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해 200만원+α를 달성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절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월 133만원의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 60세가 되는 2028년 6월까지 한번의 누락없이 꼬박꼬박 연금보험료를 납부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헉! 당장 내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앞으로 12년을 더 부어야 한다고요? 만약 내년부터 연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제가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어떻게 될까요? 계산해보니 약 100만원 정도로 나오네요. 급 우울해집니다. 133만원도 애매한데 거기서 또 30만원 정도가 빠진다니 말이죠.
이왕 우울해진 김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이 100만원이란 금액 또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후세대가 내는 연금으로 전세대가 혜택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세대가 더 많은 연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어야만 큰 무리없이 연금 지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시는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의 인구는 심각하게 줄고 있습니다. 노령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 반해, 젊은층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죠. 이는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생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적자를 보이기 시작, 2058년이면 고갈될 것이라 하는데요, 민간 전문가들의 경우 그 고갈 시기를 2040년말 혹은 2050년초로 약 7~10년 정도 앞당겨 예측하고 있습니다. 많이 심각하죠?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의 경우 이런 국민연금의 고갈 사태를 막기 위해 자동조정장치(AAMs, 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s)라는 것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연금액과 연금 수급 시기를 자동연동함으로써 연금액과 수급 시기를 조절하는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제도는 연금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개인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액 또한 그에 맞춰 감액한다는 겁니다.
선진국들이 이러할진대, 대한민국 정부 또한 이 제도를 언제 도입할 지 눈치만 보고 있진 않을까요? 더군다나 국민연금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한가지 사실은 처음 도입시기에는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증했지만, 2013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더 이상 정부가 보증하지 않도록 법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즉, 최악의 경우 연금적립금 고갈로 인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망할지라도, 정부는 얼마든 ‘나 몰라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섭지 않나요? 이렇게 본다면, 노후를 국민연금에만 기대어 살겠다고 하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겠죠? 그래서 우리는 연금 외에 반드시 다른 수입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후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5편에서 계속)
* 이 글은 핀테크기업 '레이니스트'의 온라인 매거진 <뱅크샐러드>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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