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이 즐거워야 추억도 아름답습니다
7080 노래 중에 가수 최호섭씨가 부른 <세월이 가면>이란 노래(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리메이크 되었지요)가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그 당시 꽤나 유행했었고 멜로디가 좋아 저도 꽤나 흥얼거리며 다녔던 노래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전주부 들어가는 부분과 ‘세월이 가면’ 하면서 고음으로 접어드는 클라이막스 부분은 아직도 가슴을 울리기 때문에 들어도 들어도 싫증나지 않지요. 어디 오랜만에 가사를 한번 살펴볼까요?
작사 최명섭/작곡 최귀섭/노래 최호섭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순 없어
힘없이 뒤돌아서는 그대의 모습을
흐린눈으로 바라만 보네
나는 알고 있어요 우리의 사랑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서로가 원한다해도 영원할순 없어요
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은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은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어떤가요? 오래 전부터 이 노래를 알고 계신 분들은 감회가 새롭지요? 저절로 멜로디가 흥얼흥얼 읊어지지 않나요? 이 노래는 슬픈 사랑의 노래긴 하지만, 가사가 전해주는 그리움과 아련함은 연인들의 사랑을 뛰어 넘어 우리들의 삶과 연결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입니다. 특히 세월이 가서 그리운 마음이 아스라이 해지고 잊혀진다손 치더라도 한없이 소중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후렴구는 그 내용의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우리들의 가슴 한구석을 더욱 애닲게 만드는 듯 합니다...
오늘 아침, 웬지 모르게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조금 오래전 봄, 경기도 수원의 수원천에서 열린 튤립축제에서 보고온 그림과 오버랩 되어 지며, 갑자기 지나간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세월이 가면.... 벌써 많은 세월이 지나간 듯 합니다. 물론 아직도 살아가야 할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기다리곤 있지만(별다른 사고나 문제가 없다면), 이제 지나간 시간들이 문득문득 떠올려 지는 것 을 보면,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시간이 더욱 아쉽고, 아깝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아래의 그림을 같이 한번 보실까요? 당시 수원천에 전시되어 있던 그림들입니다.
초등학교 아이가 그린 그림같지요? 친구들과 함께 큰 나무밑에서 즐겁게 뛰어 노는 아이들의 그림 같지요? 그렇습니다. 확실히 아이들을 그린 그림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이들이 아닙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치매에 걸려 치료 중인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이 할머니는 왜, 어떠한 이유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 비록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머릿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어린시절, 그 즐겁게 뛰어 놀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요? 놀 것이라고는 드 넓은 자연과 오직 친구들뿐. 그 사이에서 숨가쁘게 달리고, 웃고, 소리치던 그 당시의 추억을 좀 더 새기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요?
이 그림에는 할머니의 성함과 나이가 나와있네요. 그림에서 보면 한 꼬마가 엄마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왔네요. 나무의 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보니 4월 정도의 따스한 봄 나들이로 보여집니다. 이 그림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그림에 등장하는 꼬마가 할머니 자신일까요? 아니면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가 본인일까요? 제 생각에는 역시나 꼬마가 할머니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본 그림처럼 이 할머니도 어린시절의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죠.
눈을 감고 그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볼을 스치고, 목덜미를 간지럽힌 후 저 멀리로 달아납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엄마의 분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리고 엄마가 입은 한복의 느낌이 사각사각 하지만, 웬지 새로운 촉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엄마의 손을 놓칠새라 더욱 꼬옥 잡습니다. 온 사방이 알록달록 꽃 색깔로 가득 차 있습니다. 봄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 엄마를 통해 다시 알게 됩니다. 엄마는 자연과 같습니다. 엄마의 품에 안기면 너른 풀밭에 눕는 듯 편안해 집니다. 엄마를 통해 나는 자연을 알게 됩니다.....
세월이 가면... 아니 솔직히 세월이 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우리는 이 세월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나간 추억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현재가 즐거워야 그 추억도 더욱 아름답게 남을 것입니다. 현재(Present)란 신이 우리에게 준 큰 선물(Present)이라고 하죠.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내야 하겠습니다. 현재가 세월과 함께 흘러가 과거가 되었을 때, 보다 큰 선물로 남을 수 있도록 지금을 더욱 가꾸고 보람되게 써야만 하겠습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그리워 질 수 밖에 없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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