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Mar 06. 2017

나의 묘비명으로 어떤 한 문장을
남길 것인가

삶의 마지막 한 문장, 묘비명


삶의 마지막 한 문장, 묘비명


우리는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인류의 시작이 무려 백만 년전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럴지라도 이 기간동안 인류는, 더 나아가 모든 생명은 태어나 죽는 무한 반복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삶의 끝에는 죽음이 반드시 기다리고 있으며, 그 어느 누구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평상시 그 사실을 잊고 지낼 뿐이지요.


혹자는 그래서 삶이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 말합니다. 맞습니다. 만약 인간이 신처럼 무한하다면, 삶이란 그야말로 지루하고 답답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안타까울 수 있겠지만, 아니면 다행스럽게도 죽음이란 마무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인생을 먼저 살다가신 위인들 또한 분명 최선을 다한, 소중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우리는 그들의 생전 이야기를 옮겨 놓은 위인전을 통해서 혹은 그들이 남긴 기록들을 보며 그 삶을 반추해볼 수 있죠. 그러며 그들처럼 더욱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게 되고요.


그들이 남긴 묘비명 또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하며 남긴 말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을 짧은 글로 남겨놓은 것이 바로 묘비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묘비명은 스스로 남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후에 가족 또는 지인들이 평소 그가 남겼던 말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말을 선택해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인생을 딱 한 문장으로 압축시켜 놓은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자, 오늘은 우리의 인생 선배들이 남기신 묘비명을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


이 묘비명은 그리스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와 『영혼의 자서전』을 남긴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가 남긴 것입니다. 그리스의 가장 큰 섬인 크레타에서 태어난 카잔차키스는 터키의 지배 아래 어린 시절을 보내며 기독교인 박해사건과 독립전쟁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젊은 시절은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고, 평생을 걸쳐 민족의 자유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갈망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묘비명을 통해서도 그가 얼마나 자유를 원했는 지를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커지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

그것이다     


이 묘비명은 누구의 것인지 대충 감이 오시죠? 바로 독일의 철학자이자 근세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묘비명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던 칸트는 이웃들이 시계대신 칸트가 산책하는 것을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졌던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런 생활을 유지하며 칸트는 평생을 이성에 의한 인간 존엄성을 철학으로 정립하는데 보냈고, 그 결과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의 3권의 저서를 남김으로써 서양철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순수 학자의 삶을 살았던 그의 마음 속에는 별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도덕률로 가득 차 있었던 듯 싶습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묘비명 또한 아주 유명하죠.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극작가 겸 소설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가 남긴 것(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꽤 오랫동안 어슬렁거렸지만, 결국엔 죽는다는걸, 난 알고 있었어.”)인데요, 그는 소설가로 야심찬 데뷔를 했지만 쓰디 쓴 실패를 맛 보았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당시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한 희곡을 쓰며 극작가로 크게 성공하게 됩니다. 성공 이후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결국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되죠.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유머, 풍자는 그의 인생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묘비명에까지 그대로 연결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묘비명을 통해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있죠. ‘너 계속 그러고(우물쭈물하고) 있을래?’라고요.     




인생은 의미 있는 것이다.

행선지가 있으며가치가 있다

단 하나의 괴로움도

헛되지 않으며,

한 방울의 눈물한 방울의 피도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묘비명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수필, 시인, 극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프랑수아 모리아크(Francois Mauriac, 1885~1970)가 남긴 말입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보로드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부르주아 출신이었지만,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열심히 살면 구원과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그의 작품에 남겼습니다. 그만큼 그는 사회적 배경이나 환경보다는 인생을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에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두었죠. 그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한 방울의 눈물, 한 방울의 피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라고요.




자, 아직 당신에겐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남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가정해 보죠. 이제 당신의 인생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곧 죽음을 맞이해야 할 순간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묘비명으로 어떤 문장 하나를 남기고 싶으신가요? 어떤 말 한마디를 이 세상에 남긴 채 떠나고 싶으신가요?



* 덧붙임


소설 『노인과 바다』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하는데요,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네요.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nemos.tistory.com/527)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너를 위한 경제조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