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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21. 2017

소심은 어디서부터 생긴 걸까?
(마지막편)

#6, 창작 우화로 알아보는 소심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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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의 유래 #6 (마지막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노아의 역작이자 유작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 또한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자라면서 보니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것이었다. 키도 작고, 못 생긴데다가, 말까지 더듬고 남들 앞에 서기만 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도 못한다. 트리미 왕국 안의 사람들은 어린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체격도 건장한데다가 씩씩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 안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의 외모, 성격은 비정상적인 것은 물론 병으로 치부되기 딱 알맞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기 일쑤였으며, 친구를 가진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외롭고도 또 외로웠다.


이를 바라보는 엄마 ‘당사위태사’는 답답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래서 트리미 왕국 안의 용하다는 의사란 의사는 다 찾아가 보았지만 아무도 아들이 왜 그러는지 시원하게 이유를 답해주지 못했다. 원인을 알 수 없던 의사들은 이것을 새로운 병으로 명명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가 앓고 있는 병>을 줄여서 <소심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이 <소심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갖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였다. 하지만 해결책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 병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는 완치되기 어려운 환자가 되고 만 것이다.


날이 갈수록 아들의 병은 깊어져 갔다. 아무도 만날 수 없었을뿐더러 혼자 있는 시간만 많아졌다. 그나마 엄마와 나누던 대화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갔다. 엄마도 울고, 아들도 울고 그들은 그렇게 한없이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장터에 수산물을 팔러 나갔던 엄마가 그만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지막지하게 돌진하던 음주마차(飮酒馬車)에 부딪혀 중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그녀는 많은 피를 흘렸고, 정신을 다시 회복했지만 정상적으로 오래 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아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엄마의 간호에 매달렸다. 하지만 한번 깊어진 상처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다. 모든 것은 시간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어느날 평소와 같이 엄마의 옆에서 간호를 하던 아들이 깜빡 잠든 사이 꿈을 꾸게 되었다.


‘펑~!!’

‘ 할아버진 누구세요? 혹시 아빠가 술 만 드시면 말씀하시던 ’갓님‘할아버지세요?’

‘(헉... 이런.... 내 이 넘을 그냥 확...) 흠흠.... 어쨌든... 네가 그 넘의 아들이냐?’

‘그 넘 아니고, 울 아빠 노아의 아들인데여... 그치만 울 아빠는 제가 어릴 적에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그래... 그렇지... 많이 컸구나.. 지금 엄마가 많이 아프시지?’

‘네.. 흑흑...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흑흑....’

‘울지 말거라. 내가 너에게 엄마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네? 정말요? 어떻게 하면 엄마가 나을 수 있죠? 제발, 꼭 가르쳐 주세요! 네? 네?’

‘진정하고 차근차근 들어 보거라. 단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너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네가 중도에 포기하게 되면 결코 너의 엄마는 일어날 수 없을거다. 알겠느냐?’

'네, 갓님 할아버지. 절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 방법을 말씀해 주세요. 빨리요.‘

‘네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만병통치숲‘에만 살고 있는 보아뱀의 심장이 필요하단다. 이 심장을 유기농채소와 잘 삶아 그 즙을 내어 엄마에게 먹이면 거짓말처럼 떡 하니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을게다.’

‘네~! 응? 그치만 만병통치숲은 어디에 있는거죠? 거긴 어떻게 가야하는거죠?’

‘지금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길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다보면 아무래도 이 우화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질테고, 길어지다보면 내용도 없는 것을 가지고 또 울궈먹느니, 그냥 놀면서 한 주 지나간다느니 그런 악플이 달릴 우려도 있을 거다. 또한 네티즌 누군가가 “내용이 없다”라고 짧게 한마디 할 수도 있을거고.... 흠흠... 그러니 그 모든 리스크의 회피를 위해서 내가 이 지도를 주마. 여기 소상히 나와있으니 잘 보고 가면 될게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 너는 3개의 관문을 거치게 될거다. 그 관문을 잘 통과해야만 만병통치숲의 보아뱀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참... 지도와 함께 그 보아뱀과 싸울 수 있는 ’칼‘을 하나 주마. 이 칼은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휘두르면 한 칼에 수십, 수백마리의 드래곤 플라이와 모스키토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기(氣)가 들어있는 칼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부지깽이만도 못하니 잘 사용하거라.’

‘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노파심 아니, 할부지심에서 말하건데, 절대 자신감과 용기를 잃지 말거라. 그것이 없다면 넌 너의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잊지 말아라. 알겠느냐?’

‘네~!!’

‘펑~!!’

‘아~ 갓님 할아버지! 갓님 할아버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심장을 사무치게 만든다’(앞으로는 이름이 긴 관계로 ’소심이‘로 사용)는 ‘할아버지!’ 소리를 크게 외치며 잠을 깼다. 엄마는 모처럼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평안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다행이었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꿈 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발아래 지도와 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소심이는 다시 한번 꿈을 더듬어 보았다. 만병통치숲, 보아뱀, 지도, 칼... 그리고 다소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갓님’ 할아버지... 가만 생각해 보니 그 할아버지에게서 돌아가신 아빠의 흔적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사람이 돌아가신 아빠가 아닐까? 에이, 설마.... 소심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소심이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한시가 급했다. 엄마가 언제 돌아가실 지 몰랐다. 최대한 서둘러야만 했다. 이웃집에 엄마를 잠시 부탁드린다는 편지를 넣어 놓고 그는 길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새벽달은 환히 소심이의 갈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자신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 달라고 꿈 속에서 본 할아버지에게 빌고 또 빌었다. 달빛이 닿지 않아 어두운 그의 한쪽 얼굴에 반짝 눈물이 빛났다가 금새 사라졌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과연 살아서나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길을 떠난 소심이는 만병통치의 숲을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할 세가지 관문을 거친다. 그 관문은 바로 내면 속 자신을 만나는 것이었다. 세가지 관문의 이름은 바로 용기, 자신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는 용기도, 자신감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관문들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만약 엄마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엄마를 살리기 위한 그의 절실함이 없었다면, 관문을 통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세상 하나 뿐인 엄마를 살리기 위한 그의 희생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그 자리에서 한줌 재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야만 했다. 그의 소심병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문제였을 뿐이었다. 소심은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본질, 또 다른 나로서 스스로 받아 들여 융화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병이라고 할만한 것도 되지 못했다. 그것은 절대 불치병이 아니었다. 소심이는 관문을 통과하며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소심이란 또 다른 자신임을. 평생 같이 도우며 살아가야할 내 안의 또 다른 나 임을.


드디어 소심이는 만병통치숲에 도착하였다. 보아뱀은 이 세상 무엇보다 거대했다. 보아뱀의 ‘쉭~쉭~’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그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침착했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는 한발한발 다가섰다. 보아뱀은 그의 몸만한 혀를 낼름거리며 한 입에 그를 삼켜버릴 듯이 달려 들었다. 순간 소심이의 눈과 보아뱀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하지만 소심이의 눈이 더 빛났다. 소심이는 빠르게 달려오는 보아뱀의 머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눈에 그의 칼을 박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 보아뱀도 그의 다리를 물었다. 보아뱀은 이 세상 가장 처절하고 듣고 있기 힘든 소리를 냈다. 만병통치숲의 모든 동물들이 두려움에 떨 정도로 큰 소리이자, 무서운 소리였다. 소심이는 그 와중에도 침착하게 다시한번 이번에는 반대편 눈에 그의 칼을 쑤셔 넣었다. 보아뱀의 눈에서는 초록색 피가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소심이의 몸은 그 피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보아뱀은 고통에 계속 몸을 엄청나게 흔들어댔다.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소심이 또한 다리에서부터 독이 퍼져 오르고 있었다. 그 독은 순식간에 몸통으로 팔로 그리고 머리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 또한 살기 어려워 보였다. 그의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아... 보아뱀의 심장을 꺼내서 엄마에게 가야하는데... 그래야 엄마가 살 수 있는데... 내가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안되는데... 엄마... 엄마가... 기다..리...는......데........., 엄...마......나.... 어...떡....해.......... 미....안.....해..........엄......마.........사...........랑.................해................................................................................



엄마 ‘당사위태사’는 눈을 번쩍 떴다. 꿈 속에서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건 아니었다. 죽어야 하는 건 아들 소심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어야 했다. 나는 죽더라도 소심이는 살아야 했다. 우리 아들 소심이는 누구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만 했다. 아들이, 아들이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본에도, 각본에도 있어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스토리 전개였다. 하지만 아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냥 흐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흐느낌은 작지만 길게, 아주 길게 퍼지고 있었다.




며칠 후 트리미 왕국에는 한가지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은 한 엄마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떠났던 여행에서 죽은 아들과 그 죽은 아들 덕분에 몸은 나았지만, 결국 죽음을 택한 슬픈 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소문은 곧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져 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듯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단지 ‘남’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한편 트리미 왕국의 의사들은 계속해서 <소심병>의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으나, 그 원인을 밝혀 내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소심병>을 불치병으로 선언하고 말았고, 현대까지도 그 병은 이어져 내려와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심이 모자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소심병은 결코 병이 아님을. 그리고 그것은 소심이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또 다른 나와 만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음을....




<소심의 유래 THE END>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mulpix.com/all_a_sundry)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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