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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07. 2017

인생이란 이름의 이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인생은 여로(旅路), 즐기며 가는 길



인생은 여로(旅路), 즐기며 가는 길


우리는 삶을 여로(旅路)라고 부릅니다. 여행길이란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삶이란 여행이자 곧, 그 앞에 놓여진 길을 걸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길에는 수 많은 길들이 있습니다. 쫘악~ 시원하게 펼쳐진 대로(大路)가 있는 반면, 보일락말락 아스라한 숲속 오솔길이 있고, 고민할 것 없이 마냥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일방향 길이 있는 반면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두갈래, 세갈래, 네갈래의 길도 있습니다. 


또한 여행의 목적에 따라서도 길은 나뉘어 집니다. 하지만 어디를 향해 떠나든, 그저 여행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어떤 길이라도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족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도착해야 할 목적지와 시간이 정해져 있는 여행이라면 그 길에는 목적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며, 그 길은 반드시 여행자의 필요충분조건에 맞아야만 합니다.


잠시 생각해보죠. 우리의 인생 여로는 이미 목적지와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걸까요? 목적지와 시간에 대해 단순하게만 생각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목적지(종착지)는 무덤이 될 것입니다. 삶의 끝은 곧 죽음이니까요. 하지만 무덤을 목적지라 부를 순 없습니다. 삶의 목적이 단순히 죽음은 아니기 때문이죠. 



목적지, 목표 그리고 성공


목적지를 도달하고자 하는 위치란 개념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그 의미를 바꿔서 생각해보죠. 목표란 기준치가 있고, 그 수치를 넘어설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즉 목표와 성공은 마치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으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우리의 여로는 공허함에 그칠 가능성이 크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은 성공에 대한 욕구 -- 그것이 크거나 작을 지라도 -- 를 가지고 있으며, 성공을 위한 목표를 설정한 후 여기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땀을 투자합니다. 성공이란 곧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던 목적지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는 중도에 좌절하곤 합니다. 힘겹게 한발 두발 떼며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그 목적지로 연결된 길인지 의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길 위에 자욱히 낀 안개 속을 헤매며 기약없는 방황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여러 갈래길 앞에서 어렵사리 한 길을 선택한 후 걷다가, 이내 곧 후회하며 방향을 틀어냐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 속에 괴로워 하기도 합니다. 수 많은 순간에 있어 대부분의 선택은 온전히 나의 결정에 의해 내려지지만, 두려움과 불안 속에 내려진 선택은 항상 크고 작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힘겨울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정글과도 같은 험난한 삶의 여정을 헤쳐가며 언젠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목적지로 이어진 나의 길 —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길, 이왕이면 비단길 같은 — 이 짠!하며 등장하리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분명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만한 기회가 벼락같이 찾아와, 내 손을 이끌어 새롭게 준비된 다른 차원의 세계, 내가 그토록 그리며 바라마지않던 그 세계로 나를 인도할 것이라 생각하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준비된 길이 열리리라 믿으며 살아 가는 겁니다. 


하지만 꽤 오랜기간 힘겹게 걸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내가 가고자 하던 길이 아니라는 참혹한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의심하다가 절망하고 체념했다가 결국은 포기에 이르죠.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삶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왜 내게 성공의 길은 열리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다른 차원으로의 점프업(Jump-up) 할 수 있는 그런 경험은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평범을 넘어 비범으로 올라서는 다른 차원으로의 전환은 왜 언제나 남의 일인 것일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스스로를 깊은 수렁에 빠뜨리지만, 언제나 그렇듯 명쾌한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 만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죽자사자 따라 해보아도 언제나 결말은 새드 엔딩 혹은 바닥에 널부러진 바람빠진 풍선과도 같아 보입니다.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200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어 1년간 그야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혹독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만 제대로 이수하게 되면 금방 작가가 되고, 성공한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지금은 소천하셨지만, 당시엔 구본형 선생님이란 독보적 롤 모델이 있었고, 선배들의 빛나는 업적들도 있었기에 그리고 나의 독종같은 마인드를 믿었기에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리라, 당연한 사실처럼 믿고 지내왔죠.


그리고 10년 가까이가 흘렀습니다. 지금의 나는, 10년전의 나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밥벌이를 위해 회사를 다니고 있고, 다른 차원으로의 변신은 아직도 나의 머릿 속에서만 존재하는 꿈일 뿐입니다. 치열한 노력과 미치도록 한 고민들의 결과는, 아쉽게도 성공과는 거리가 멉니다. 멀어도 너무 멉니다. 그렇다면 10년이란 시간동안 난 무엇을 한 걸까요? 40대 초반에서 이제 40대 막바지에 이른 인생의 아스라한 언덕길에서 난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는 60년이 넘게 살아왔지. 그러나 내 앞에서 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네. 반면에 내 뒤에서는 수 많은 길이 닫히고 있다네. 이 역시 삶이 나를 준비된 길로 이끌어 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겠지.” 


파커 J. 파머(Paker J. Palmer)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Let Your Life Speak)』란 책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난 이 말에 공감하고 또 공감합니다. 2017년 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난 10년 전의 나와 거의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더 이상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말이죠. 나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삶의 내용이자 관점에 대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 이미 내 뒤에 놓여진 길, 그동안 꿋꿋하게 발을 디디며 걸어온 길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끊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하나. 내가 걸어온 그 길을 다시 활용할 수 없도록 파손시킨 장본인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는 사실...


지난 10년간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글을 쓰며 지내왔습니다. 그 결과로 아주 다행스럽게도 2권의 성과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인세를 받고, 청중 앞에서 여러 번의 강연을 했다 할지라도 기나긴 인생길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으며,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성공을 꿈꿉니다. 유명해지길 원하며, 속물근성으로 비출 수도 있겠지만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속박받는 인생이 아닌, 어린아이와 같은 자유를 맘껏 누리며 천방지축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고도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10년이란, 아니 그보다 긴 시간들을 참고 인내하며 살아왔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자 합니다. 인생을 여행길에 비유했을 때, 더 이상 내가 도착해야 할 목적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고민하지 않기로 말이죠. 이 여행 자체에만 몰입하고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말이죠. 여행을 오로지 목적지를 가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달려가는 삶은 목적지에 제 시간에 맞춰 도착했느냐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2가지로만 나뉘어 집니다. 속도가 중요하며, 과정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 자체에 몰입하는 삶은 오솔길을 걷는 것처럼 한가롭고 유유자적하며,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여유가 곧 자유이며 행복이 될 수 있죠.


물론 가야할 방향은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있되, 하나의 길만 고집하진 않으려 합니다. 여행길에 정답이란 자체가 없을테니까요. 온전히 현재의 감정과 시간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이야기하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최대한 그렇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진실된 여행의 참맛이자 진국일테니 말이죠.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자 또한 죽음이란 마지막 도착지에 이를 때까지의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가장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죠.


    

All these years of living large

are starting to do a sin

I wont say it wasn't fun

but now it has to end

Life is moving oh so fast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and listen to it grow 


더 큰 것만 원하던 우리의 일상이 어느새 죄악이 되어가고 있었던거야.

물론 재미도 있었지. 하지만 이제 멈춰야만 해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삶의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대고 쉬게 하며

가만히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봐  


그룹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 曲 중에서 -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www.louisien.com/222)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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