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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11. 2017

당신과 함께 ‘선운사’ 목청껏
소리높여 불러 봤으면

구본형 사부님, 당신이 더욱 그리워지는 봄입니다


사부님, 드디어 감격스런 봄이 왔네요.

봄이 오면 더욱 잊혀지지 않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당신의 이름, 사부님.

당신을 보낸 지도 벌써 4년이나 되었건만, 여전히 당신은 제 맘 속에 그대로 있네요.

그래서 그럴까요?

2013년 이후의 봄에는 예전 봄의 그 느낌처럼 따스함, 역동, 감동, 설레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움, 아쉬움, 촉촉함과 아스라함의 향취 또한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요즘의 봄은 웬지 봄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는 유독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더 많이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더불어

엄청난 중국발 미세먼지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워야 할 봄을,

봄같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듯 싶습니다.


춘래불사춘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여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한편 숨어 있었네요.

중국 전한(前漢) 시대(기원전 206년~기원후 8년) 원제(元帝)의 궁녀였던 왕소군(王昭君)은

절세의 미녀로써, 중국 4대 미녀(서시, 초선, 양귀비, 왕소군) 중 한명이었다 합니다.

그런 그녀가 북쪽의 위협적 세력이었던 흉노족과 친화조약을 맺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하네요.

정든 고향의 땅과 사람들을 두고 저 멀리 오랑캐의 땅으로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

그녀의 애달팠을 마음을 당시 시인이었던 동방규(東方虯)는

‘소군원(昭君怨)’이란 제목의 시를 통해 이렇게 옮겼다고 합니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저절로 옷이 헐렁해지니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이는 허리를 날씬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네


흉노족의 나라에 시집가서도 고향을 잊지 못했던 왕소군은 

그 애절함을 이기지 못한 채 불과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게다가 죽어서도 그 안타까움이 가시지 않아서였을까요?

그 추운 겨울 북쪽의 풀이 모두 시들었어도, 그녀의 무덤 위 풀들만은 사시사철 늘 푸르러

사람들은 그녀의 무덤을 ‘청총(靑塚)’이라 불렀다 하네요.

슬프지만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대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왕소군이 흉노족에게 시집가고 난 이후의 이야기는 후세의 사람들이 지어낸 허구라고 하네요.

진실에 의하면 그녀는 흉노왕의 왕비가 된 후 아들딸 낳고 잘 살았으며,

그 후로도 무려 50년을 더 살며 장수했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솔직히 궁녀의 삶보다 왕비로서의 삶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엄청난 미녀였던만큼 흉노왕 또한 왕소군에게 잘했으리란 건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이였을테니 말이죠.

왕소군의 뒷 이야기가 사실과 달라진 이유는,

아마도 자존심 강한 중국 역사가들이, 더 이상의 수치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토요일은 아내와 천안(아들이 천안에서 시험을 봤거든요)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가지고 간 음식도 먹으며 봄을 만끽했습니다.

그러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눈꺼풀을 스르르 내리게 해 꿀맛같은 봄잠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모든게 더할 나위없이 좋았죠.

반나절의 봄나들이가 제게는 춘래불사춘이 아닌 춘래감진춘(春來感眞春),

진짜 봄을 느꼈던 하루였었습니다.



사부님.

몇 년 전 경주에 다녀왔을 때가 기억납니다.

당신과 함께 첫 시간인 장례식 수업을 하고, 

저녁을 먹고 맘껏 놀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흐드러지게 핀 밤의 벚꽃을 보았죠.

어스름한 조명과 더불어, 활짝 핀 벚꽃 한송이 한송이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환히 빚나고 있었습니다.

그윽한 술기운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의 삶이, 저 벚꽃잎처럼, 저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고요.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고요.

우리 모두는 이 곳으로 잠시 소풍 온 별 그 자체니까요.


사부님.

무려 1년 만에 맞이하는 감동의 봄입니다. 

이런 봄을 맞아 딱 한가지 소원을 빌라고 한다면,

이런 감격의 봄날에, 당신과 함께 벚꽃 나무 아래서 막걸리 한잔 마시며

‘선운사’ 한번 목청껏 소리높여 불러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춘래불사춘이 아닌, 춘래감진춘의 봄을 당신과 함께,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현실이 아니라면 꿈속에서라도...



2017년 봄날에


차칸양 올림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chulsa.kr/27109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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