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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17. 2017

사랑은 현실을 딛고 피어날 때,
더욱 더 아름답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를 보고





예상이 어긋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모처럼 가진 아내와의 데이트. 데이트 때 볼만한 영화는 역시나 로맨스가 짱이지! 생각하며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예고편과 몇 가지 주워 들은 이야기로 아주 달달한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죠. 하지만 그 기대는 영화가 시작되고 오래지 않아 생각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세 커플의 현실적 사랑 이야기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에는 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포인트가 있습니다. 세 커플 중 가장 젊은 20대 커플인 파리스와 다프네의 첫 만남부터 그랬죠. 귀가 중이던 대학생 다프네는 밤길에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지만, 지나가던 청년 파리스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우연히 버스에서 다시 만나 호감을 가지게 되며, 결국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죠.

      

하지만 둘은 평범한 연인이 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파리스는 그리스 국적의 평범한 청년이 아닌 시리아로부터 넘어 온 이민자였으며, 이러한 이민자들은 그리스의 우익조직, 소위 파시스트(민족주의자)들의 탄압과 폭행으로 인해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두 청춘의 어깨 위에 놓여진 무거운 짐은 그들의 순수한 사랑만으로 극복하기엔 애초부터 불가능했는 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커플인 지오르고와 엘리제는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후 엘리제를 다시 우연히 회사에서 만나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지오르고의 회사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스웨덴으로부터 파견된 사람이었던 겁니다. 저승사자와의 만남이었던 거죠. 지오르고의 머릿 속은 복잡해 집니다. 게다가 그는 아내와 별거 중으로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고 있던 상태였죠. 매주 동료들이 추풍낙엽 떨어지듯 해고되는 그런 구조조정의 상황에서 과연 이들의 사랑은 온전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세 번째 커플이자 60대 노년의 사랑이야기 또한 평범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온 세바스찬은 마트 앞에서 마리아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두사람은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마트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마리아는 남편과의 불화로 심한 가슴앓이를 하던 중이었고, 세바스찬의 따스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스르르 열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로 인해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죠. 그런 그녀에게 세바스찬은 인생에는 ‘Second Chance’가 있다고 말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흔들리는 마리아,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며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미궁으로 빠져 들게 됩니다.




이 영화는 세대가 다른 20대, 40대 그리고 60대 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그리스가 처한 정치, 경제적 위기 상황이 짙게 깔려져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생된 그리스의 심각한 국가 문제들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죠. 만약 이러한 현실적 배경이 영화에 삽입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세 커플의 사랑 이야기에 그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 안에 냉엄한 현실적 상황들을 가감없이 배치함으로써, 사랑이 결코 현실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를 뛰어넘어 우리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또한 각기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나이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해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같은 세대인 두 번째 커플의 이야기가 제일 와 닿았는데요, 별거와 육아 그리고 다니는 회사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내 자신,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지나간 20대 때의 사랑에 대한 회상, 그리고 앞으로 맞게 될 노년의 사랑까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현실을 딛고 피어날 때 더욱 더 아름답다 

    

이 영화에는 위와 같은 내용 외에 2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이 영화의 복선이라 할 수 있는데, 세 커플의 옴니버스식 사랑 이야기가 마지막에 가서는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 진다는데 묘미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 해석하기 나름일 수 있겠지만, 작은 반전이라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다른 하나는 60대 남자 주인공 J.K.시몬스(J.K.Simmons)가 보여준 놀라운 연기력입니다. 그는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학대와 폭언을 일삼는 폭군 플래처교수 역으로 나오는데, 여기에서 보여주는 그의 행동과 표정은 그야말로 광기어린 듯 보여집니다. 뭐랄까요, 자신의 끝이 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극한까지 몰고 가 아예 목까지 죈다, 라고 표현하면 어느 정도 감이 올까요?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미친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랬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의 풍성하고 달달한 표정과 미소를 보여줍니다. 역시나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감독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Christopher Papakaliatis)는 이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를 통해 이렇게 말하는 듯 싶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 지라도, 결국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이라고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 국가 경제가 나빠지고, 정치적 환경들이 최악으로 치닫을 지라도, 그 안에서 우리가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을 통해서라고요. 그러니 무슨 일이 벌어질 지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60대 커플의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과 여자 주인공 마리아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순수한 표정과 미소는, 진정 사랑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위로이자 격려이며 원천 임을 다시 한번 느끼도록 만들어 줍니다. 사랑은 현실 위에, 그 현실을 딛고 피어날 때 더욱 더 아름답습니다.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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