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May 25. 2017

우리가 반드시 인문학을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

#13, 인문적 통찰의 힘이 곧 행복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


<인간이 그리는 무늬>

욕망하는 인문적 통찰의 힘


최진식 지음/소나무





 

강연에서

 

3년 전인 2014년 여름의 아침, 회사에서 교양강좌가 있었다서강대 최진석 교수란 분이 <주체의 독립과 인문적 통찰>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고 했다우연한 경로를 통해 그 교수님이 쓰신 <인간이 그리는 무늬>란 책에 대해 들었었고한번 읽고자 그 책을 사 두었었다하지만 아직 읽기 전이었고그런 연유로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원작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영화부터 보고 나중에 원작을 읽는다는가벼운 마음으로 강연에 참석했다.

 

하지만 웬걸강연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웬만하면 강연에서 졸지 않지만솔직히 좀 졸기까지 했다굉장히 따분하고 지루했다아마도 참을성 많은(?) 내가 이 정도였다면다른 직원들은 더 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아침시간의 강연치고는 너무 딱딱했다그리고 가벼이 들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닌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주제(주체의 독립그리고 인문적 통찰!이라니...)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은 가지고 있었다어찌되었든 간에강연은 많은 아쉬움만 남긴 채 끝나 버리고 말았다.

 

당시 졸린 가운데에서도 2가지는 확실히 기억에 남아 있다먼저 생각의 확장부분에 대한 예가 눈에 띈다한 피아니스트(Pianist)가 있다스스로를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 사람은 그저 피아니스트로서만 존재하게 된다하지만 스스로를 피아노에 국한시키지 않고음악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경우그 사람은 피아니스트가 아닌 뮤지션(Musician)으로 승격된다그럴 경우그 사람이 다루게 되는 범위는 피아노에서 모든 음악적 요소로 확장이 가능하다여기서 한번 더생각을 넓힐 경우 즉 뮤지션이 아닌모든 예술을 다루는 사람인 아티스트(Aritist)로 스스로를 간주하게 되면그 사람은 아티스트로서 활동이 가능해진다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적 요소를 다루는 예술가로 승천(!)하는 것이다.

 

15세기 중세 문화를 이끌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생각해 보자그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을 그린 미술가로만 기억되지 않는다조각·건축·토목·수학·과학·음악뿐 아니라 철학에 이르기까지요즘 말로 하자면 그는 엄청난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추구한 위대한 아티스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그는 그 자신을 하나의 장르에 국한된 전문가로 생각했을까아닐 것이다그는 그 스스로를 아티스트라 여겼기에여러 다양한 장르에서그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교수님의 부인에 관한 이야기로무려 28년째(!) 다이어트를 해 오고 계신단다워낙 오랜 시간을 경험하다보니 다이어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하며그야말로 다이어트 박사라 해도 될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자랑한단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은 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최교수님은 이에 빗대어 수많은 기업들 또한 혁신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혁신에 대한 연구분석토론하는 것을 혁신이라 또는 혁신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했다맞다듣고보니 정말 그런 듯 싶다수많은 검토와 분석보고 등을 진행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드물지 않은가다이어트에 실패한 다이어트 전문가처럼기업 또한 혁신하지 못하는 혁신 전문기업으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책에서

 

좋은 책을 만나면 마음이 들뜨게 된다책을 읽는 내내 일어난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책을 덮고서도 그 여운은 꽤나 오래 간다그리고 사람을 수다쟁이로 만든다여기저기 소개하고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에틈만나면 입을 놀리도록 만드는 힘에 지배받게 된다이 책이 그렇다정말 간만에 만난읽는 내내 아하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치도록 만든그야말로 흥분제와도 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인문적 통찰이란 무엇인가?”이다오로지 한가지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다하지만 그 안에 삶과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웬만한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책을 읽고 나면 인문적 통찰만 얻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까지 얻게 된다대단한 책이자대단한 강의다하나씩 인용구 중심으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자.

 

 

  사람이란

 

최진석교수는 인문학에는 대표적으로 문사철즉 문학, ()사학 그리고 철학이라는 세 분야의 학문이 포함된다고 말한다그는 이 세가지 학문에는 인문(人文), 즉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공통점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데문학이란 언어의 수사적 기법을 사용하여 감동의 형식으로”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정체를 알게 해주려는 학문이며사학이란 사건의 시간적인 계기를 재료로 삼아” 인간이 그리는 결의 정체를 알게 해주는 학문을 의미한다고 말한다그리고 철학이란 명증한 범주와 개념들로 세계를 포착하여 그것들의 관계 및 변화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인간의 동선을 알게 해주는 학문이라 정의하고 있다종합해보면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결론내릴 수 있다.

 

그는 인문학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사람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사람이란 다음처럼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흔히 잊고 지내는 것이지만 아주 중요한 정의이자 인문적 통찰을 위한 전제사항이라 할 수 있다.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개념의 구조물인 이념에 지배되지 않고, 피가 통하고 몸이 살아 움직이는 활동성을 위주로 한다는 것이죠.활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죠. 이 힘이 바로 욕망이며 덕이며 개성이며 기질이며 감각입니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할 때, 우리는 이념이나 가치관 혹은 신념의 대행자가 아니라,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11P)

 

그가 정의하는 사람이란 개념이념신념과 같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오로지 자신의 욕망개성기질감각에 의해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라 할 수 있다그는 개념신념이념과 같은 것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라즉 의 것이 아니라, ‘우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이데올로기적 체계에 불과할 뿐이라 강조한다그렇기 때문에 이념이나 신념이 자신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생각될 지라도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욕망과 감각개성에 의해 형성된 것과는 엄연히 다른타인의 것이라 말한다더불어 자신이 진짜 사람으로서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때는 성욕과 식욕이 발동되거나 실현될 때라고 덧붙이고 있다다음을 읽어보자.

 

신념과 이념과 가치관은 기본적으로 집단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우리의 것’이에요. ‘나만의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신념과 이념과 가치관, 즉 ‘우리의 것’을 벗었다는게 뭐냐 하면, 바로 ‘내’가 되었다는 겁니다. ‘우리’는 ‘나’를 가두는 우리입니다. ‘우리’는‘나’를 가두는 감옥입니다. 내가 이념 등과 같은 감옥을 벗어난다는 말은 그것들이 더 이상 주인 행세를 못하게 된다는 뜻이죠? 그러면 뭐가 남을까요? 뭐가 남아서 주인 자리를 차지할까요? 바로 ‘나’입니다. 바로 온전한 ‘나’일 수밖에 없습니다.(71P)

 

‘우리’라는 것은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권력의 구조로만 존재하는 것이지요. ‘우리’라는 것은 사실 ‘나’들의 총합일 뿐이에요. ‘나’들이 합쳐져서 ‘우리’가 되었는데, 이성적인 구조 속에서는 ‘우리’의 실재성을 강조하다보니, ‘나’의 존재성은 경시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겁니다.(81P)

 

그의 말처럼 우리란 들의 총합에 불과할 뿐이다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사회는 구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사회를 운영하기 위한 논리와 체계사고방식에 의해 우리가 만들어지고마치 우리의 존재이유목적지향점 등이 의 것인냥 살아왔고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진짜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우리가 아닌, ‘를 먼저 찾으라고 노교수는 강조한다즉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념신념가치체계기준 더 나아가 이성에 지배받지 말고 온전히 자신의 욕망감정개성기질이 이끄는 대로의 살라는 것이다그럴 때 진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아래는 그가 정의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란,

경지 정리가 매끄럽게 잘된 땅에서 누구나 심으려고 하는 작물을 심고 남들보다 더 잘되기만을 바라는 경쟁적인 요행심을 갖는 것보다 차라리 측량도 안 된 황량한 들판에 서서 땅과 자신의 관계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고민하는 우직한 자,

자와 컴퍼스로 그려진 정치한 설계도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집 지을 땅 위에 서서 바람의 소리를 따르고 태양의 길을 살펴 점 몇 개와 말뚝 몇 개로 설계를 마무리할 수 있는 자,

외국 철학자들 이름을 막힘없이 들먹이면서 그 사람들 말을 토씨 하나까지 줄줄 외우는 것보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애써 자기 말을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자,

이념으로 현실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현실에서 이념을 산출해 보려는 자,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릴 때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자,

이론에 의존해 문제를 풀려 하지 않고 문제 자체에 직접 침투해 들어가는 자,

봄이 왔다고 말하는 대신에 새싹이 움을 틔우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려고 아침 문을 여는 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자,

들은 말을 여기저기 옮기지 않을 수 있는 자,

옳다고 하더라도 바로 행동하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 볼 수 있는 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체계를 뚫고 머리를 내밀어 볼 수 있는 자,

호들갑스럽지 않고 의연한 자,

기다리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을 수 있는 자,

‘해야 할 무엇’보다 ‘하고 싶은 무엇’을 찾는 데 더 집중하는 자,

십여 시간이 넘는 비행 여정에서도 내릴 때까지 시계를 한번도 안 볼 수 있는 자,

아는 것에 제한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근거로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려 하는 자,

이성으로 욕망을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욕망의 지배 아래 둘 수 있는 자,

‘나’를 ‘우리’ 속에서 용해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는 자,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기 보다는 모호함 자체를 품어 버리는 자,

자기 생각을 논증하기 보다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자,

남이 정해 놓은 모든 것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자,

편안한 어느 한편을 선택하기 보다는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자.(12-13P)

 

‘나’로 존재한다는 말은 내가 ‘우리’가 되기 이전의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충동, 힘, 의지, 활동성, 비정형성의 감각 등이 주도권을 가지고 행위 과정에서 최초의 동기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이성적이기 이전에 내적 충동성에서 출발한다는 뜻이지요.(81P)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충동, 힘, 의지, 활동성, 비정형성의 감각 등을 ‘욕망’이라고 부릅니다. 욕망은 차라리 의식 이전의 무의식 덩어리일 수도 있습니다. 비율에 맞게 계산되기 이전의 종잡을 수 없는 충동 같은 것입니다. 역사화 되기 이전의 야만성 같은 것이죠.거친 황무지이며,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힘입니다. 자기 자신마저도 알아듣기 힘든 상태로서 아직 언어도 아닌 야생의 어떤 소리일 뿐입니다. 개보다는 늑대에 가까운 것입니다.(82P)

 

 

  인문학을 하는 목적

 

인문학을 하는 목적은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어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을 갖는거예요. (중략) 단적으로 말해 인문적 통찰력을 기르는 것입니다.(40P)

 

우리가 인문학 공부를 하는 목적은 뭘까그는 그 목적으로 인문학적 지식을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인문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즉 인문적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인문학을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흔히 우리는 지식정보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필요에 의해 공부를 한다지식이 쌓아지고 넓어지게 되면소위 가방끈이 길어지게 되면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나 명성이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하지만 그게 다일까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자유로워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행복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유연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관용적인 사람이 되었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 지내게 되었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눈매가 더 그윽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생기발랄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력도 더불어 늘어났습니까? (92-93P)

 

그는 말하기를지식은 실재하는 세계가 남긴 것으로구체적 사건들이 남긴 흔적 혹은 똥(!)이라 표현하고 있다즉 지식이란 세계를 해석하여 표현한 것이지세계 그 자체사건 그 자체 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렇지 않은가그렇기 때문에 지식은 실재하는 세계를 알기 위한 거름 즉통찰을 위한 거름아는 곳에서 모르는 곳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거름인격과 욕망의 깊이를 키우는 데에 사용하는 거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우리가 절대 착각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가 거름은 결코 삶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삶과 사건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는 지식이란 허구이며그 지식을 예측하여 실제 삶에 응응하지 못한다면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 단언하고 있는 것이고.

 

다시 위의 질문을 보자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예스인가 아니면 인가나의 경우지식자체만 증가하는 경우라면 지만경험이 쌓이는 경우라면 예스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경험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직접 사건을 겪어보는 것이니까즉 감각을 통해 느끼고 만지고 체험하는 것이니까.

 

 

  인문적 통찰이란

 

인문학적 통찰은 뭐냐? 바로 ‘죽음’이라는 개념에 익숙해 있는 사람에게 ‘죽어가는 일’이 “툭!”하고 경험되는 거예요. 죽음이라는 명사가 갑자기 동사가 되어 자기에게 파고드는 사건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명사로 굳어진 사람이 동사적 율동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주체력을 회복하는 일이자 덕의 힘을 갖는 일입니다.(230P)

 

최진석 교수는 인문적 통찰의 시작이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그는 인문학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버릇없어 지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익숙한 것당연한 것정해진 것들에 한번 고개를 쳐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 말한다그 한가지 예로 타조사냥 이야기를 들고 있는데타조들은 오랜 시간 사냥꾼에 쫓기다보면 결국 긴장감을 못 이긴 채 결국 고개를 처박고 만다고 한다하지만 만약 인문학을 공부한 타조가 있다면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잇이왕 죽을거 날 쫓던 놈들이 누군지나 보고 죽자!”하며 뒤를 돌아볼 경우사냥꾼들이 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놀라 혼비백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인문학의 기본적 출발은생각’ 낯섬에 대한 도전당연함에 대한 거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문적 사고를 시작한다고 하거나 철학을 시작한다고 하는 것은 낯설게 할 줄 안다는 말이에요. 낯설게 한 다음에 그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 낯섦의 발생이나 집요함의 유지가 모두 주체의 활동력, 즉 덕의 발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욕망의 작동이라는 것이죠. 이 관찰의 집요함 속에서 새로 등장한 세계, 그것이 바로 자기의 세계이지요. 그것을 글로 써 놓으면 시가 되고, 색깔로 표현하면 그림이 되고, 소리로 표현하면 노래가 되고, 명증한 범주의 틀로 구성하면 철학이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죠. 익숙한 세계가 아니에요.(241P)

 

최교수는 인문적 사고를 위해 예민함을 유지하고더 나아가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항상 깨어 있으라고 말한다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어야만삶의 사건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일상을 낯설게 만들라고 한다낯설게 만든다는 것은 당연시 보고별 것 아닌 듯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만지고 느껴보라는 것이다즉 집요함을 가지고 관찰하라는 것이다그럴 경우 이 세계는 우리의 세계가 아닌 온전한 의 세계가 되며자신의 생각과 감각감정을 담아 글로 옮기면 시가 되는 것이며그림으로 표현하면 미술이소리로 바꾸면 음악이사고의 체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철학이 된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개똥철학도 분명한 자신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적 통찰은 생각에서 시작되어 그것이 깊어지고 구체화되며실행됨으로써 얻어지게 된다위의 인용구에서 든 예처럼 죽음은 개념에 불과하지만자신과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면죽음은 개념의 단계에서 실재의 단계로 내려서게 된다는 것이다객관적 3자인 관객의 위치에서 주관적 실체로 무대에 등장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머리가 아닌가슴으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그것이 바로 인문적 통찰이라 할 수 있다그렇다면 인문적 통찰은 왜 필요할까?

 

우리가 인문적 통찰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궁극적 지점은 어디냐? 행복입니다! 갈등 속에 휩싸이지 않게 해줍니다. 더욱 아량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생명력이 넘치게 해줍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헌신하도록 인도해 줍니다. 상상력이나 창의성이 넘치게 해줍니다. 이념과 가치관과 신념의 체계를 벗어 던지고 인문적 통찰의 길로 진입하는 순간 오로지 자기만 우뚝 서 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명력이 충만한 오로지 자신만의 욕망이 드러납니다. 순수한 자기 욕망이 지식에 매몰되지 않고 그 지식을 딛고 지혜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것이 바로 욕망입니다. 나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줄 수 있는 의지, 생명력, 동력, 충동입니다.(155P)

 

최교수는 인문적 통찰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행복행복해지기 위해서라 강조한다그는 행복이란 자기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데살아있다는 느낌이란 무엇일까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것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헌신하는 것상상력이나 창의성이 넘치는 것자기만 우뚝 서 있는 경험을 하는 것 등한마디로 행복이란 자신의 순수한 욕망이 이끄는대로 살아가는 것을 행복이라 정의하고 있다정리하자면인문학 공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내부에 숨겨져 있는 순수한 욕망을 발견하기 위함이며그 잠재적 욕망을 외부로 꺼내어 그 욕망이 바라는 바대로진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그것이 행복이니까.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 공지사항 한가지!

차칸양이 진행하는 '좋은 책 읽고 쓰기 습관화 프로그램' <에코독서방> 5기를 5월 29일(월)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에코독서방>은 첫째, 좋은 책을 읽고, 둘째, 반드시 독후감을 작성하며, 셋째, 정기적인 독서 습관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6개월 간(6월~11월) 6권의 자유도서와 6권의 공통도서를 읽게 되며, 월 1회의 오프모임을 통해 사회에서는 만들기 힘든 형/누나/동생의 관계까지 얻게 되는 특전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번 하게 되면 푹~ 빠지게 되는 에코독서방의 매력,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https://brunch.co.kr/@bang1999/230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움이란 결국,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