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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15. 2015

약해지지마

균형 찾기 #14

여기 한 여류 시인(詩人)이 있습니다. 그녀는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오는거야’라며 우리에게 속삭이듯 말합니다. 또한 아침이 선물처럼 우리에게 오듯, 어제의 힘든 일 때문에 결코 ‘약해지지마’라며 우리의 지친 삶을 어루만져 주고자 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바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약해지지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약해지지마>란 시를 쓴 그녀의 이름은 시바타 도요로서, 시인으로 등단하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온 주부였죠. 그녀는 스무살에 친척의 소개로 맞선을 봐서 결혼 했지만 남편의 무능력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혼하고, 서른 세 살에 음식점 주방장과 재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습니다. 재혼을 했다는 점을 빼놓고는 그녀의 삶에 특별한 점은 없었죠. 하지만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하고, 그 시가 우연히 일본 산케이 신문 <아침의 시>에 입선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조금 알리게 되었고, 첫 시집 <약해지지마>가 일본에서 16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녀는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시는 마치 순수한 초등학생의 마음과 닮았습니다. 읽다보면 그 순수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소절 되지 않는 짧은 싯구들을 음미하다보면 그 속에 따스함이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입니다. 그녀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아침은 찾아오기 때문에 바로 이 순간, 바로 지금이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라는 거죠. 어제는 과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이며, 우리는 매일 아침이라는 현재를 디딤돌 삼아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은 올꺼야


홀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불행해⋯.”

한숨짓는 네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거야





그녀의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읽혀지는 이유는 무려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첫 시집인 <약해지지마>를 출간한 2009년은 그녀가 98세 되던 해였습니다. 아들의 권유로 너무나도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시쓰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인생에 괴롭고 슬픈 일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담담히 말합니다. 비록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이 정말 괴롭지만, 힘을 내 침대에서 일어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그래도 인생에 작지만 소소하며 알찬 행복들이 깃들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



삶의 희망을 노래하고, 인생의 행복과 꿈을 꾸던 그녀는 안타깝게도 2013년 1월 20일, 101세의 나이로 영면하였습니다. 그녀의 삶은 평범했지만, 그녀의 싯구들은 우리의 곁에 남았고 또한 우리의 마음 속에도 자리잡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하늘에서도 아침마다 일어나 시를 쓸 것이고, 그러면서 환히 웃을 것입니다.



                              

귀뚜라미


깊은 밤 고다쓰 안에서

시를 쓴다


나 사실은

이라고 한 줄 쓰고

눈물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귀뚜라미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귀뚤귀뚤 귀뚜라미야

내일도 오렴


내일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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