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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20. 2015

자네, 일은 재미있나?

균형 찾기 #15

Career  Stagflation


혹시 ‘커리어 스태그플레이션(Career Stagflation)’이란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그렇다면 같이 알아볼까요? 커리어(Career)란 단어는 잘 알고 계시죠? 아시는대로 커리어는 주로 경력(經歷)으로 해석되며,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지내 온 것’ 또는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을 의미하죠. 그렇다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무엇일까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주로 경제학에서 쓰여지는 용어인데, ‘경기침체(디플레이션)와 물가인상(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1970년대 석유값 급등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당시 사람들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고까지 이중고를 겪었죠.     


사실 ‘커리어 스태그플레이션’은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미국 비즈니스 전문 칼럼니스트인 데일 도튼이 쓴 『자네, 일은 재미있나?』란 책에 등장하는 조어(造語)입니다. 책에서 노인 맥스는 일에 지쳐있는 30대 평범한 샐러리맨 주인공에게 ‘커리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시각으로 볼 때, 또 하나의 상상 불가능한 조합이 탄생했지. 그 조합의 이름은 바로 '권태'와 '두려움'이라네. 서로 어울리는 짝이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는데도, 이 둘은 엄연히 같이 다니지.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권태), 그 일자리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잔뜩 겁에 질려 있는거야(두려움). 이것을 '커리어 스태그플레이션(Career Stagflation)'이라고 부른다네."      


일을 함에 있어 ‘권태’와 ‘두려움’은 마치 스태그플레이션의 두 요소인 ‘경기침체’와 ‘물가인상’처럼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인걸 뻔히 알면서도 월급이라는 달콤한 마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달려 있게 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금의 일자리마저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까지...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은 재미없는게 당연한 겁니다. 마인드 트레이닝이나 교육을 통해 일을 보다 재미있게 받아들이려 노력해도, 일은 일, 더 나아가 노동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 거죠. 주변에 질문을 던져 보시죠. 일이 재미있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마도 신입사원처럼 이제 막 일을 배워나가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홀푸드마켓/고어/구글의 공통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요? 마치 놀이처럼 말이죠. 저자인 데일 도튼은 이 책을 통해 일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직장의 일뿐 아니라 인생을 실험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실험이란 단어가 아주 중요한데요, 예를 들기 위해 다른 책을 한권 더 소개하겠습니다.     


게리 하멜이 쓴 유명한 경영서 『경영의 미래』에는 창조적 경영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세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표적 유기농식품회사인 홀푸드(Whole Foods Markets), 고어텍스(Gore-Tex)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혁신적 테크놀로지 회사로 올라선 고어(W. L. Gore & Associates) 그리고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진출한 구글(Google)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창의적 혁신을 가장 중요시하는 회사들로써, 직원들의 자발적인 다양한 실험들을 장려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회사란 점입니다.      


홀푸드 마켓의 경우 전국에 걸쳐 수많은 지점들이 있지만, 몇가지 원칙을 제외하고는 모든 운영을 각 지점 자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사까지 지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죠. 또한 지점 수익에 따라 연봉 또한 결정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직장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터이자 얼마든지 창조적 아이디어를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실험의 장소인 셈입니다.     


고어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년이 지날 경우, 급여의 12%를 회사의 주식으로 지급받게 되며, 경력이 오래될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회사가 낸 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들에게 분배(인센티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함으로써 직원 스스로 회사의 성장을 통해 자신 또한 성장하는 것이라 인식하게 만들죠. 이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그저 일을 하는 장소라는 인식을 뛰어 넘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구, 더 나아가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험하게 만든다 할 수 있습니다. 고어의 비전을 보면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고어의 비전은 이렇습니다.

      

혁신을 위한 헌신이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입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 구체적 언급은 필요 없을 듯 한데요, 그저 이 이야기 하나만 드려도 될 듯 싶네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이들이 회사를 설립한 목적은 단 하나였다고 합니다. 보다 재미있는 회사.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문제를 다루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실험하고 도전하며, 그럼으로써 일하는 것 자체가 활력이 되는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 찬 곳, 그 곳이 바로 그들이 꿈꾸던 회사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놀이터처럼 즐거우려면..


이처럼 창조적 기업들은 ‘실험’을 강조합니다. 실험을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결국 그 안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아무도 생각지 못한 성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하죠?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실험은 창조의 기본이자 회사를 성장시키는 가장 기초적 실천이라고요.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실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험을 통해 직장을 그저 일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실험실, 또는 재미있는 놀이터로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놀이터처럼 즐거우려면 우선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 바라지 않았던 상황을 불평하는 대신 그 일의 좋은 면을 보고 그 점을 넓혀나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내자. 그리고 자신의 좋은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것을 기뻐하자. 이때 직장은 품삯을 벌기 위한 노역의 장을 넘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의 장으로 바뀐다. 호모 루덴스, 인간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놀이를 즐길 줄 아는 동물이다."


또한 중성자탄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전 GM 회장 잭 웰치는 『잭 웰치, 위대한 승리』에서 직장에서의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일에 대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일을 사랑하거나 적어도 일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을 재밌게 하는 방법은 실험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를 실험의 하나로 보고, 초등, 중학교 때 실험실습을 하듯 하나하나 호기심을 가지고 부딪쳐 나가보는 것입니다. 실험이 재미있으면 과정이 즐거워지고, 과정을 즐기다보면 성과도 좋게 나올 가능성이 훨씬 커지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선순환이 일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자네, 일은 재미있나』의 맥스 노인이 우리에게 넌지시 속삭여주는 다음의 말은 두고두고 새길만한 큰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직장뿐 아니라 삶에서도 이러한 실험은 인생까지도 재밌게 만들어 줄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문제는 실험을 하라는 신호인 셈이야. 그리고 각 실험은 세상에 던져진 질문인 셈이고. 그리고 각기 그 답들은 하나의 여행이라네. 인생이 알아서 여정을 짜도록 놓아두게나. 자네가 할 일은 짐을 가볍게 꾸리고 사진기를 가져가는 정도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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