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내실, 리스크 관리가 개인경제의 KEY 입니다
현재 저는 모 식품회사 자금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23년째 근속 중이고, 현 자금팀에서만 13년째 근무 중입니다. 제가 일반 직장인보다 경제관련 상황과 경제공부법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서당개(?) 효과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는데, 그 기간에 10년을 더 얹었으니 당연한 거 아닐까요?^^
13년의 자금팀 근무를 통해 경제에 대한 많은 것을 접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분야 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죽 어려우면 글로벌의 모든 수장들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국가경제와 경기부양을 내세우고 있을까요? 그만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경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트럼프라고 하는 전혀 의외의 캐릭터가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다른 건 몰라도 경제만큼은 잘 살리지 않을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때문 아니었을까요?
경제공부를 하며, 그리고 공부를 통해 개인 자산을 관리하며 몇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3가지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실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투자를 통해 많이 벌든, 연봉이 높아 많이 벌든, 그보다 지출이 크면 남는게 없습니다. 투자를 못해 제대로 벌지 못해도, 연봉이 작아도, 스스로 지출을 잘 조절할 수만 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산은 증식되게 되어 있죠. 결국 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혹은 자산이 줄거나 마이너스가 되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더하기와 빼기를 잘 하거나 혹은 못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산수를 잘 하는 사람이 자산도 잘 관리하는 법입니다.
둘째는 과감한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안정되게 오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대한 최근 사례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주 모은행과 미팅을 했습니다. 은행에서 오신 분은 법인 상품소개를 하러 온 것으로, 그 상품은 달러와 같은 외국환율에 투자하는 거였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회사에서 달러를 팔아야할 때 해당 은행의 상품을 이용하면 현재 환율보다 30원을 높게 팔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겁니다. 대신 최소 6개월 이상 계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요. 즉 첫 거래로 정해진 환율이 6개월 동안 계속 가게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1,200원이라면, 그보다 30원이 높은 1,230원에 보유한 달러를 팔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30원만큼 이익을 보겠죠? 그리고 계약된 6개월 동안 한번 정해진 1,230원에 계속 달러를 팔아야만 하는 거고요. 회사입장에서는 이렇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환율인 1,200원이 고점으로, 향후 6개월 동안 그 아래 혹은 현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란 판단이 든다면 30원 이상 높은 환율에 계속 달러를 팔 수 있으니 환차익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해 되시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상품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만약 1,200원이 고점이 아니라, 계속해서 올라가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번 맺은 계약은 파기할 수 없으므로, 환율이 윗 방향으로 솟구칠 경우 속절없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으며,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되는 겁니다.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거죠.
혹시 ‘키코(KIKO)’란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으로,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견실한 수출 중소기업들을 도산시킨 악명높은 상품입니다. 상품구조는 위의 모은행에서 소개한 상품과 거의 동일합니다. 당시에도 은행에서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조금 더 높게 달러를 팔 수 있게 해줄테니 계약을 하자고 했죠. 처음엔 좋았습니다. 약간의 메리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은 900원 초반에서 거의 1,600원까지 수직으로 치솟았습니다. 중소기업에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손실이었고, 결국 많은 회사들이 도산하고 말았죠. 이후 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패소했고요.
이처럼 눈 앞의 이익만 보고 뒤에 도사린 커다란 리스크를 보지 못한다면 엄청난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보다도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반드시 자신의 투자성향을 돌아봐야만 한다는 겁니다.
제가 투자상담을 할 때면, 항상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원금손실을 두려워한다면, 더 나아가 절대 손해보는 것을 스스로 허용할 수 없다면, 절대 주식이나 펀드, ELS와 같은 투자상품들은 쳐다도 보지 말라고 말합니다. 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설사 어느 정도 과감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원금손실이 나게되면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데, 하물며 그런 성향이 아닌 사람이 원금손실을 보게 되면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을까요? 그러니 투자하기에 앞서 반드시 자신의 투자성향을 확인해 봐야지요.
최근 새정부가 들어서며 그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식시장은 역사적 고점을 갈아치우며 활활 불타오르고 있고, 양대 축의 하나인 부동산 시장 또한 조만간 터질 것만 같은 휴화산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개인들의 신용잔고가 8조원을 넘긴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고, 부동산시장 또한 더 오르기 전에 미리 매수를 해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 듯 보여집니다.
어떠신가요? 이런 뉴스를 접하면 조급해지시나요? 빨리 투자를 해야할 것만 같나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입니다. 특히나 자신의 성향이 절대 원금손실을 용인하지 못한다면, 투자에 대한 생각은 접으시는 게 좋습니다. 투자를 안하게 되면 돈도 벌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잃는 돈도 없습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투자를 했는데 잘못되면, 자신의 자산은 줄어들게 됩니다.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거죠. 명심해야 할 것은 투자를 통해 누구나 돈을 벌진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벌게 되면, 누군가 잃게 되는 것이 투자시장의 속성이기 때문이죠.
개인경제는 잘 지키는 사람이 오래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지켜진 자산은 쉽게 새어나가지 않습니다. 카더라 하는 뉴스에, 주변의 헛된 소문에 흔들리지 마세요. 먼저 자신의 성향을 돌아보고, 내실을 다지며, 리스크를 피하세요. 이렇게 하는 것이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가장 안전하면서도 튼튼하게, 그러면서도 가장 빠르게 자산을 증식시키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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