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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11. 2017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2편)

절약은 이 세상 현존하는 최고의 재테크


☞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1편)




외벌이로 만들어낸 경제적 여유에 대한 3가지 비결


첫째, 아내의 절약 신공.

둘째, 복리 상품 투자가 아닌 복리식 투자.

셋째, 흐름에 맞는 투자. 지속적인 투자 공부.





내가 옹졸한 건가?...


결혼 전 아내를 만나 서로에 대해 조금씩 호감을 가져갈 때의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주말 오전 일찍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당시 재개봉했던 유명한 고전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자 하더군요. 무려 4시간(!)짜리의 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점심 무렵, 당연히 점심을 먹어야죠. 식사 후 까페에서 커피 한잔. 그리고 근처 고궁에서 즐거운 오후를 보내다가 저녁 때가 되었네요.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그리고 다시 까페에서 차 한잔 한 후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즐거운 하루 데이트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기분이 조금 묘했습니다. 뭐랄까요, 제가 영화와 음료수 비용, 점심값, 커피비용, 고궁 입장료, 저녁비용까지는 당연히 낼 수 있고, 또 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차 값 정도는 은근 아내도 한번은 내주겠지 생각했었죠. 그러나 아내는 전혀 그럴 기미조차 안 보였고, 결국 마지막 순서까지 제가 다 부담해야 했지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옹졸한건가?’하며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져 보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란 생각이 가시지 않더군요.


결혼 후 아내와 이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그러더군요. 이쁜 마눌님을 사귀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사실 더 벗겨(?) 먹을 수도 있었지만, 사람 됨됨이가 나쁘지 않아보여 그 정도에서 봐준 거라고요. 쩝.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도 하는 마당에, 유비보다 더 위대한 존재인 마눌님을 위해 그깟 데이트 비용 조금 더 쓴다는 건 그야말로 ‘새 발의 피(鳥足之血)’, 아니 ‘구우일모(九牛一毛)’ 수준도 안된다 할 수 있을테니까요.^^



내 아내는 '짠순이 of 짠순이!'


살아보니 아내는 그야말로 절약의 화신(!)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사람 중 제 아내보다 더 한 ‘짠순이’를 본 적조차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말로 ‘짠순이 of 짠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지금의 제가 이 정도 경제수준으로 살 수 있게 된 3가지 비결 중 가장 우선으로 아내의 절약신공을 꼽는 이유는, 만약 아내가 이처럼 대단한 절약정신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여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그 절약신공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지금은 그 횟수가 많이 늘은 편이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저희 가족의 외식횟수는 1년에 딱 5번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네 식구의 생일날 그리고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바로 외식날이었죠. 예외라면 아이들의 졸업식 날이었는데요, 졸업식만큼은 연례행사라 볼 수 없었으니까요. 외식을 할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우선으로 하지만, 그 외에는 자주 접하지 못했던 음식 위주로 선정합니다. 왜냐하면 식구들이 먹어본 후 괜찮다싶으면, 그 다음부터는 아내가 솜씨를 발휘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내는 웬만한 음식들도 뚝딱 잘 만들어 냅니다. 식혜는 물론이고 강정, 약밥, 부꾸미, 타락죽, 코다리찜, 감자탕, 닭찜, 마파두부... 심지어는 짬뽕과 베트남 쌀국수까지 집에서 맛볼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굳이 외식을 할 필요가 없었고, 그 비용은 상당부분 세이브 되었지요.


저희 집에는 꽤 오래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냉장고인데요, 결혼할 때 사용한 냉장고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나이로 22살이니, 대단하죠? 가끔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무난하게 자신의 할 일을 잘해내고 있죠. 장롱과 서랍장도 아직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륜이 쌓임에 따라 이제는 빈티지의 위용까지 드러내고 있지요. 어쩔 수 없이 교체하긴 했지만 TV와 세탁기도 15년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아이들 책상과 침대 또한 친척과 주변 지인으로부터 얻어온 것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고요. 아, 예전에도 한번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저희집 자동차는 올해로 18살입니다. 2년 후에는 조촐하게나마 성년식을 치러줘야 할 듯 싶네요.^^



절약은 이 세상 최고의 재테크


처음엔 아내가 좀 과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쓰면서 살아도 되지 않겠냐며 나름 항의도 했었죠. 저의 이런 행동의 저변에는 아끼고 절약하며 산다는 것이 웬지 구태의연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초라하거나 창피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알겠더군요. 아끼지 않으면 모은다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사실 식품회사의 연봉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닙니다. 여기에 외벌이까지 하고 있었으니 아내의 입장에서 아끼지 않으면 잘 살 수 없으리라 판단했던 겁니다. 저는 그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았던 거고요.


제 책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을 출간한 후 아내가 제게 한 말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절약 부분에 대한 내용은 자신이 다 알려준 거라고요. 맞습니다. 만약 아내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내를 통해 절약의 필요성,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제 경제관 그리고 ‘최경자(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었을 것이고, 절대 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아내는 이 책의 가장 큰 공로자이자 공저자라 할 수 있죠.^^



절약은 단순한 하나의 행동지침이 아닌, 경제관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절약을 통해 돈을 모은다는 기본 경제관이 없다면, 절약의 실천은 너무나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서 정작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자신은 열심히 절약을 하며 사는데도 이상하게 통장의 마이너스가 늘어난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죠. 아마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는 것은 일정 부분 맞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의 과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분들은 절약을 하지만, 실제로는 균형있는 절약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절약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급여(수입)의 40~50% 이상을 통장에 입금되자마자 바로 저축이나 투자로 옮겨놓은(혹은 자동이체) 후, 나머지 금액으로 생활하는 겁니다. 이런 강제성이 있어야만 절약을 실천할 수 있고, 또 습관으로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처음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돈의 부족은 마치 지독한 금단현상과 같아 몸도 마음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적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있으면 대부분 쓰게 되지만, 없으면 안 쓸 수 있고 통제할 수 있게 되니까요.




아내 덕택에 깨닫게 되었지만, 절약은 이 세상 현존하는 최고의 재테크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모으고 싶으시다면, 무엇보다 먼저 절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3편)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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