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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Oct 20. 2017

<30초 안에 소설 잘 쓰는 법>이
궁금하다면?

#20, 소설가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소설가의 일>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이 책은


소설가의 일이란 무엇일까? 그냥 소설을 쓰는 것 아닐까?


이 책은 한 소설가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쓴 것이다. 나는 소설가고, 나는 이러이러한 일을 한다고 말이다. 참으로 재미없는 설정이자 주제 아닌가? 솔직히 소설가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말하지 않아도 대충 알고 있고, 그것을 소상히 듣는다 할지라도 그다지 땡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가? 만약 소설가가 아닌 제3자, 특히나 자기계발이나 전문성 위주의 글을 주로 쓰는 사람이 이러한 내용으로 책을 썼다면 어떨까? 글쎄... 그래도 역시나 재미없긴 매한가지일 듯 싶긴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뻔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정말 재밌고 흥미롭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소설마냥 이 책 또한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과 마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책이 이런 매력을 가지는 데는 역시나 저자의 힘이 클 수 밖에 없다. 소설가 김연수, 그는 이 책을 너무나 사랑스럽고, 흥미와 매력이 뿜뿜 뿜어나오는 책으로 만들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한 여자분이 한 독후감에서 이렇게 쓸 정도니까 말이다.


매일 아침 오늘도 연수씨랑 놀아야지‘, ’연수랑 오늘은 머하고 놀까라는 생각에 일주일동안 즐거웠었다사실 김연수 작가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고 작가님이라고 해야 맞는데 작가님보다 이 책에서 와닿은 그는 연수씨가 적당했다그만큼 친근했다그리고 너무 사랑스러웠다.


어떤가? 이 정도라면 한번 읽어보고 싶지 않은가?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써 놓은 적이 있다.


올해(2016년) 읽었던 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강한 임팩을 가진 책.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이렇게 살 수도 또한 이렇게 살다 늙어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여러 생각들을 던져준 책.

그리고 어느 유머집보다도 많은 웃음을 던져준 책.



예비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진솔한 조언을 건네는

(소설가 김연수)


이 책은 소설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즉 초보 소설가에게 저자는 소설가로써,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꽤나 진실하게 와 닿는다. 한번 읽어 보시라.


글쓰기의 기본은 이 세계와 인간이 세부 정보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 사실을 알면 이 세계는 경이로워진다.(36P)


소설가에게 필요한 동사는 세가지다. ‘쓴다’ ‘생각한다’ ‘다시 쓴다’.(74P)


소설을 쓰는 대부분의 시간은, 그러니까 내 경험으로 창작의 대략 팔십 퍼센트는, ‘아, 잘 못 썼구나’라는 걸 깨닫는 시간이다.(88P)


소설은 원래 두 번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처음부터 잘 쓰지 그랬냐?”라는 사람도 있더라그런 말을 들으면 그런가 싶어서 그 사람 얼굴을 쳐다본다인생 처음 살면서 지금이 내 인생의 첫 번째 플롯 포인트로구나이 불타는 다리를 지나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 있구나 싶어서처음부터 잘 쓰지 그랬냐고아직 결말을 모르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잘 쓰나마찬가지다내 인생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무슨 수로 처음부터 잘 살겠나소설을 쓰는 일은 인생이라는게 원래 뭐 그따위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는 일로 시작한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처음부터 잘 사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그건 소설도 마찬가지다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소설은 시작된다.(92P)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이 ‘행동한다—좌절한다—곰곰이 생각한다—다시 행동한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면, 소설을 쓰는 나 역시 ‘쓴다—좌절한다—곰곰이 생각한다—다시 쓴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소설 쓰기의 절정으로 올라가야만 하리라. 그러니까 먼저 소설가가 되라고 말한다면 순서가 잘못됐다. (중략)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는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104P)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2.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3. 서술어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토해놓은 걸 치운다.

4.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면 감각적 정보로 문장을 바꾸되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5.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 (194-218P)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

삼십 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 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 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끝.(217-218P)          


인용구 하나하나가 꽤 절절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와 닿는다. 이것이 바로 소설가 김연수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생고생이 만들어 주는 인생의 깊이


또한 이 책은 예비 소설가뿐 아니라 그저 인생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소설가의 일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저자는 책에서 밑도 끝도 없이 할리우드 이야기 공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이 진짜 공식으로 있는 지 어떤지 말이다. 하지만 이 공식을 통해 저자는 삶에 대한 이야기, 특히나 ‘생고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에 의하면 ‘생고생’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할 때마다 이야기는 발생한다더 많은 걸더 대단한 걸 원하면 더 엄청난 방해물을 만날 것이고생고생(하는 이야기)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중략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면 새드엔딩이다원하는 걸 가지거나가지지 못하거나그게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엔딩이 찾아오면 이야기는 완성된다이야기는 등장인물이 원하는 걸 얻는지 얻지 않는지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인생 역시 이야기라면 마찬가지리라이 인생은 나의 성공과 실패에는 관심이 없다대신에 얼마나 대단한 걸 원했는가그래서 얼마만큼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느꼈으며 또 무엇을 배웠는가그래서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가다만 그런 질문만이 중요할 것이다.(40-41P)


개인적으로 헐리우드 이야기 공식에 따른 생고생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어 별도로 글을 하나 썼다. 제목은 <생고생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인생이 드라마틱해진다>. 소설가 김연수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따지지만, 이야기 자체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욕망했는가, 그로 인해 어떤 생고생을 겪게 되는 가로 인해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고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다. 즉 소설다운 인생, 인생으로써의 멋진 소설이 하나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발견한 생고생에 관한 제일 멋진 문구 하나를 소개한다. 우리가 생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대로 표현한 문장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사랑이 없다면 피할 수 있었던 그 많은 생고생들이 이를 증명한다뒤집어서 말하자면이 생고생의 본질은 무엇인가그건 내가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46P)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는데, 딱 한마디만 하자면 무조건 읽어 보시라.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만약 이 책에 영화 별점을 매긴다면 별 다섯 개에 별 사점 구구개를 주고 싶다. 인생에 100%란 건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 이 책에서 언급한 김연수 작가의 책/영화 리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 <검은 집>,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양철북>, 귄터 그라스

-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슈디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

- <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 <개들조차도>, 존 맥그리거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 <환상의 책>, 폴 오스터

- 영화 <자전거 탄 소년>, <케빈에 대하여>

- <마쿠라노소시>, 일본 고위 궁녀가 쓴 수필집

- <저스트 키즈>, 패티 스미스

- <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 사사키 미쓰오 부부

- <Slow Learner>, 토머스 핀천

- <잔디밭의 복수>, 리처드 브라우티건

- <아홉 가지 이야기>, J.D.샐린저

- <팅커스>, 폴 하딩

- 김해경, 줄리언 반스, 폴 오스터, 스티븐 킹, 로맹 가리의 책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paigestannard/5885189449)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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