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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Oct 27. 2017

내가 회사동기의 부친상에
가지 않은 이유

경사(慶事)는 꼭 가지 않아도 되지만, 애사(哀事)는 반드시 가야 한다


경사(慶事)는 꼭 가지 않아도 되지만, 애사(哀事)는 반드시 가라


지난 주 화요일엔 강원도 춘천,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엔 전라도 광주를 다녀왔습니다. 평상시 지방을 거의 안 다니는데, 그것도 주중에 먼 곳까지 다녀온 이유는 조사(弔事)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춘천은 친한 대학친구의, 광주는 같은 회사 팀장의 부친상으로 말이죠. 아무래도 날씨가 환절기로 접어들다보니 고비를 넘기시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듯 싶습니다. 봄과 여름에는 그다지 장례식장에 다녀올 일이 많지 않은데 유독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이 즈음부터 겨울 동안에는 조사가 많아집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많이 듣는 말 중에 ‘경사(慶事)는 꼭 가지 않아도 되지만, 애사(哀事)는 반드시 가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경사는 기쁜 일이다보니 굳이 나누지 않더라도 그 기쁨이 당사자에게 그대로 남지만, 애사는 나누지 않으면 그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당사자의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죠. 애사는 스스로 겪어 보지 않으면 그 무게감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하기 조차 어렵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의 위로는 어깨 위 얹혀진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죠.


작년말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저를 놀라게 만들었죠. 연도가 막 바뀌려고 하는 연말이었고, 당연히 이때는 송년회 모임이다 뭐다 해서 몸도 마음도 바쁠 수 밖에 없는 때 아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 장례식장까지 찾아오셨으니 고마운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죠. 그리고 이들의 한마디 위로는 물론이고,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여주는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장례식장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것,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부친상을 치룬 이후(평상시에도 웬만한 조사는 참석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더 다른 분들의 조사에 열심히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죠.



내가 회사동기의 부친상에 가지 않은 이유


강원도 춘천에 마련된 대학동기의 상가는 혼자서 다녀왔습니다. 아무래도 평일에 춘천까지 다녀오기가 쉽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당연히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었죠. 제가 간다고 하니 대신 조의금을 전달해달라는 친구들이 꽤 많더군요.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마음을 표현하고픈 친구들이 많다는 건, 그 친구가 잘못 살고 있진 않다는 방증일 테니까요. 상가에 온 다른 친구(원주에 사는)와 만나 오랜만에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고, 부지런히 차를 몰아 집에 오니 새벽 1시가 되었더군요. 피곤했지만 그래도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솔직히 광주는 제법 고민이 되었습니다. 가긴 가야겠는데 멀기도 멀고, 또 회사 동료긴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다 보니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되었죠. 그래도 가야한다는 생각이 훨씬 더 강했던 건, 그 팀장이 제 부친상에 왔었는데 먼 지방이라고 안간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던 중 다행히 옆 부서에서 간다는 사람이 있어 흔쾌히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3명이서 차를 몰아 조금 일찍 광주로 출발했죠. 아, 그래도 멀긴 멀더군요. 중간중간 밀리는 길이 있어 약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상가에 도착해서 그 팀장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많이 초췌해진 표정이더군요. 힘내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 수 밖에 없지만, 시간이 마음을 천천히 위로해 줄 것이라 했습니다. 고맙다고 하더군요.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춘천과 광주를 다녀왔지만, 실은 그 중간에 조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 회사 동기의 부친상이었죠. 주말이었고, 또 장례식장 또한 제가 살고 있는 용인과 가까운 동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이 또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연히 가야한다고 말이죠. 그러나 최종적으로 조의금만 보냈을 뿐 상가를 다녀오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회사 동기의 평소 행동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동기 모임에 한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기들이 얼굴 한번 보여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다음엔 꼭 나갈게’라고 했지만,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뿐 정작 모임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뿐 만 아니라 동기들의 상가를 찾은 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제 부친상에도 오지 않았고요. 조의금은 보냈더군요...


먼 지방까지도 다녀오면서 가까운 동기의 상가엔 가지 않는다? 참 속상했습니다. 당연히 가서 그의 손을 잡고 위로해줘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싫더군요. 뭐랄까요, 이렇게 행동으로라도 그가 그동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하면 맞을까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동안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었을까요? 착잡했습니다.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죠. 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리상 가는 게 맞겠지만, 제 마음을 속이긴 싫었습니다. 착한이 코스프레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뭐 어차피 착한 사람도 아니니까요.



인생이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로부터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안 간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부친상을 치르며 했던 제 의지, 각오를 스스로 깼기 때문입니다. 그 동기는 제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상가에 안 간 것에 대해 속상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당연히 모르겠죠. 에휴, 이만 잊어야겠습니다. 이렇게 속상해 하면 저만 손해일 테니까요. 그래도 마음 한켠에 바라는게 하나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가 다른 사람의 애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으면 한다는 겁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특히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며, 손을 내밀고 도와주길 바라게 됩니다. ‘돕다’라는 의미의 한자어 ‘조(助)’는 ‘차(且)’와 ‘력(力)’의 합성어로, 제사에 쓰이는 도기에 고기를 수북이 담아 올리기 위해 서로의 힘을 합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도와야 제대로 된 제사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상가를 방문하는 일은 가장 강력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사에는 반드시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한 사람은 물론, 다소 덜 친한 사람의 애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애사의 슬픔을 같이 나누게 되면, 그 일로 인해 조금 거리가 있는 관계라 하더라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또한 상가를 방문하여 상심에 가득차 있는 상주에게 수려한 문구로 위로의 말을 전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간단히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힘 내세요’ 이 한마디면 족합니다. 상가에서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그 사람의 감정이 애사로 인해 최대로 오픈되어 있기 때문이고요. 평상시 인간관계의 호전을 위해 잘 보이려하는 행동이나 노력보다 이럴 때 단순히 얼굴을 보여주는 것, 그 효과가 수십배, 수백배 더 크다할 수 있습니다. 슬픔을 같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 사람은 이미 진정한 동료이자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상가집에서 회사동기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letsfoto.tistory.com/category/%ED%95%9C%20%EC%9E%A5%EC%9D%98%20%EC%82%AC%EC%A7%84%20%EA%B7%B8%EB%A6%AC%EA%B3%A0...?page=3)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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