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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ug 04. 2015

평생직업이 평생을 좌우한다

#9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취직을 함으로써 비로소 취업에도 성공하게 됩니다. 즉 직장에 들어가게 되면(취직) 일을 하게 되고(취업), 그 일을 통해 밥을 먹게 됩니다. 여기에 한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월급은 직장으로부터 나라고 하는 개인에게 주어지지만, 실제로는 내가 아닌, 내가 한 일의 댓가로써 주어지는 것이란 사실이죠. 즉 어떻게 보면 취직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취업이 밥벌이란 측면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젠 잊혀진 단어, '평생직장'


1998년의 IMF 위기 이후 대한민국에서 거의 모습을 감춘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평생직장’이란 단어죠.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직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 즉 직원들에 대해 직장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돌봐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냄과 동시에 성과를 꾸준히 내는 직원들에 대해 직장은 평생 고용보장으로 화답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 또한 부침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뤄내야만 하죠. 


하지만 IMF 위기 이후 이러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산업환경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죠. 과거의 기업들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큰 위기없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면, IMF 위기 이후 기업들은 ‘아차!’하는 순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어깨에 진 채 기업활동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산업의 발전이 더디거나 정체 혹은 일부 산업만이 발전하게 됨에 따라 기업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마치 정글과도 같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에 의해 언제 도태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다보니 기업은 살 궁리를 모색해야만 했고, 그 결과로 계약직, 비정규직이란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정규직 또한 하시라도 필요에 따라 해고할 수 있다는 논리가 합법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죠. 이로 인해 기업은 더 이상 직원들의 평생을 보장하지 않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기업이 살아야만 직원도 살릴 수 있다는, 즉 기업이 사람보다 우선이라는 명제가 성립된 겁니다.     



평생직업이 평생을 좌우한다


이제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더 이상의 평생직장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생직업은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직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며, 그 일로 밥을 먹기 때문이죠.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이 배운 도둑질로 밥 문제의 해결이 가능한 겁니다. 만약 현재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재정적으로 위태롭거나, 인간관계 등 여러 사정에 의해 다니기 힘들다 판단되면 현재의 직장을 떠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됩니다. 그러나 한가지 전제조건이 붙게 되는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가치 즉 전문성이 가고자 하는 직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죠. 생각해봅시다. 어느 누가 실력이 검증되지 않거나 떨어지는 사람을 데려가고 싶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문성 혹은 자신의 상품성을 의미하는 경력이란 어느 직장을 다녔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어떤 일을, 어떻게, 얼마나 잘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합니다.     


비조직형 인간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직장의 관점보다는 직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경력이란 분야(직장)과 직업을 합친 단어라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과거와 현재의 두가지 시재가 존재하게 됩니다. 만약 현재 당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2번째 직장이라면 과거의 경력은 표 1-1과 같을 겁니다. 즉 분야(직장)란에는 첫 번째 다녔던 회사가 들어가게 되죠.

* (과거) 경력  =  1st 분야(직장)  +  직업(일)

표 1-1. 과거의 경력


또한 현재를 기준으로 경력을 작성한다면 표 1-2와 같을 것입니다.

* (현재) 경력  =  (현재) 분야(직장)  +  직업(일)

표 1-2. 현재의 경력     


표 1-1 과거의 경력과 표 1-2 현재의 경력을 비교해볼까요? 분야(직장)는 바뀌지만 직업은 그대로입니다. 즉 어느 직장을 가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첫 직장에서 마케팅 일을 하던 사람이 전문성을 가지게 되자, 다른 회사에서 보다 좋은 직급과 연봉을 조건으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와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면, 이는 마케팅이란 일(직업)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직장만 바꾸게 된 케이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직장은 계속해서 변할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직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을 둘러볼 때 직업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과거 평범한 일반 직장에서 일반 행정업무를 보던 직장인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피나는 공부 끝에 회계사 자격증을 딴 후 회계법인에 들어갔다면, 이는 직장과 함께 직업도 바뀐 케이스가 됩니다. 최근의 경우에는 일반 직장인들 또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안정적인 근무가 가능한 공무원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직장과 직업이 함께 바뀌는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자면 경력은 직장과 더불어 직업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경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직업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직업을 통해 전문성은 물론 자신의 브랜드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며, 충분한 혹은 그 이상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보유하고 있다면 직장은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는 회사 내에서도 유효합니다.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하고 싶어할 정도의 전문가라면, 기존의 회사에서도 이직을 막기 위해 충분히 좋은 대우를 해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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