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Dec 25. 2017

만화는 만화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매력적인<신과 함께>

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139분


139분, 무려 2시간하고도 19분의 긴 러닝타임.



사실 한국영화치고는 좀 긴 편이다. 하지만 영화에 빠져 있노라면 길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전직 소방대원 김자홍(차태현 분)과 저승삼차사의 리더격인 강림(하정우 분), 단순무식 용기발랄 해원맥(주지훈 분) 그리고 사랑스러운 막내 덕춘(김향기 분)이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의 7개 지옥을 거쳐가며 만들어 가는 스펙타클 판타지 어드벤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가장 신파적인 드라마(어머니와 자식, 그리고 형제 간의)를 절묘하게 배치해 놓음으로써 판타지, 액션, 감동, 눈물이라는 비빔밥 같은 요소들을 기가 막힌 맛으로 섞어 놓았다. 그렇다. 이 영화 <신과 함께>는 긴 외국여행으로부터 돌아오는 한국 비행기 안에서, 무려 몇 달만에 맛보는 비빕밥과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기가 막힌 맛이다.



만화 VS 영화


아마도 이 영화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원작 만화 <신과 함께>와의 비교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더 강력히 회자되는 부분은 만화에서 가장 최우선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 ‘진기한’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수가! 그토록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니... 그러니 당연히 웹툰을 인상적으로 본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 폄하할 수 밖에 없다. 이건 마치 핫도그에 소시지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진기한’이라고 하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외해야만 했을까? 그또한 원작만화를 봤다면 당연히 매력적이라 느끼지 않았을까? 그의 대답을 들어보자.


“(이승과 저승의) 두개의 시점을 하나로 합치는 경우, 저승차사는 변호사 역을 할 수 있지만 변호사는 저승차사 역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저승차사 강림(하정우)에게 변호의 역할까지 맡겼다. 나로선 일곱번의 재판을 논리 정연함 혹은 통쾌함으로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


영화를 보게 되면 김자홍과 저승 삼차사는 각기 다른 지옥을 거치며 재판을 받게 되는데, 이때마다 변론과 함께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다. 만약 7개의 지옥의 재판과정을 소상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된다면 영화는 무한정 늘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원작 만화에서는 저승에서의 재판 과정은 김자홍과 진기한 변화사가, 그리고 나머지 이승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저승 삼차사가 맡아 해결하는 이원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영화를 끌고 가게 되면 이는 영화가 아닌 최소 10부작 이상의 미니 드라마로 제작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용화감독은 과감히 진기한 변화사의 역할을 강림의 캐릭터 위에 덧씌움으로써 영화의 한계성을 돌파하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장르의 특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원작 그대로 캐릭터를 살렸다면, 영화가 제대로 살 수 있었을까? 밋밋해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영화는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도 그리고 영상, 분위기, 조연의 역할, 음악 등도 모두 중요한 입체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만 가지고 무조건 영화가 아쉽다, 혹은 문제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좀 아닌 듯 싶다.



원작만화와 영화를 모두 본 관람객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나는 두 장르 모두 만족스럽다. 만화는 만화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각자의 장르에서 장르에 맞는 만족감을 주고 있다고 본다. 변호사 진기한의 지혜로움도 좋고, 그 역할을 포함한 강림의 영민함과 리더십도 좋다. 만화에서 회차마다 보여주는 아기자기함과 소소함의 반전도 좋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화려함과 액션 그리고 뛰어난 CG 또한 매력적이다.



여기에 더해 자식과 부모의 사랑이라는 드라마를 절묘하게 덧붙인 것은 영화의 감동을 더 크게 만들어 놓은 하나의 장치라 할 수 있겠다. 혹자는 관객이 ‘눈물 흘릴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것’과 같다고까지 표현하며 작위적인 신파에 대해 비난했는데, 내가 그 상황의 부모 혹은 자식이라면 당연히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으리라 본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눈물없이 보기 힘든 수많은 드라마들이 많겠지만, 죽음과 연관된, 혹은 죽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은 매번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실 수 밖에 없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 2편에 대한 짧은 예고가 등장하는데, 이는 관객을 위한 선물인 듯 느껴졌다. 1편을 이렇게 재밌게 봤는데, 내년 여름에 그 후속작을 또 볼 수 있다니. 1편 못지 않은 2편을 기대해 본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73003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 공지사항 한가지!

차칸양이 진행하는 '경제/인문의 밸런싱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6기를 12월 27일(수)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는 직장인의 경제공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와 더불어 경영 그리고 인문까지 함께 공부함으로써, 10개월이란 시간동안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신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고, 더불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또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모색하고 싶은 분이라면 용기를 내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라며, 이제 며칠 남지 않았으니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295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이틀을 남기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