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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01. 2018

우리의 작은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영화 <원더>의 기적이 일상이 되기를




2017년 마지막을 훈훈하게 장식할 영화 <원더>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많은 기대가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네티즌 평점이 무려 9점대가 넘고, 먼저 상영을 시작한 미국에선 이미 1억불을 돌파했다고 하니 기대만빵인 것이 당연지사였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안면기형(정확한 병명은 ‘트레처콜린스 증후군(TCS)’)을 안고 태어난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태어나자마자부터 무려 27번의 성형수술을 받게 된다. 그 결과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은 마치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기 흉한 상태로 남게 된다. 엄마 이자벨(줄리아 로버츠)은 이런 어기를 자신의 박사과정 논문까지 포기한 채 집에서 가르치게 된다.



시간은 흘러 어기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된다. 엄마 이자벨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어기를 세상 밖으로 내놓기로 결정한다. 드디어 어기가 ‘우주헬맷을 벗고’ 사회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녹녹치 않다. 아이들은 어기의 외모를 보고, 전염병이라도 옮을 것처럼 그를 멀리한다. 어기는 크게 상심한다. 학교 가기를 거부하지만, 가족들의 위로에 힘을 얻어 다시 작은 사회로 한걸음을 내딛는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완전한 가족영화라 할 수 있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함께 봐도 좋은 영화인데, 그 이유는 영화의 관점을 어기에만 맞춘게 아니라, 어기를 감싸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그 관점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기로부터 시작해 절친이 되는 잭 윌(노아 주프),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엄마 이자벨 그리고 비아의 친구인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의 이야기까지 확장됨으로써 영화는 더 따스하고 보다 넓은, 진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어기의 이야기로만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갔다면, 이 영화는 다소 식상하고 맥이 빠지는 그저 신파적인 영화가 되고 말았으리라.


이 영화는 2012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무려 45개국에 수출되어 8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원더>(국내제목 :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저자인 R. J. 팔라시오는 이 책을 통해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아무리 힘든 상황을 맞닥뜨릴 지라도 숨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자신있게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용기를 내어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 때 세상은 조금씩 바꿔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만든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이 원작을 영화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결국 자신의 선택에 의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선택이 온전히 나만을 위할 수도 있고, 조금은 나를 희생하고 타인을 배려한 선택일 수도 있다. 물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이롭게 하는 선택을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 나의 파이를 줄이고, 그 부분을 조금 더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보다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훈훈한 해피엔딩 덕에 푸근해진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딱 한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뭐랄까. 조금 밋밋하지 않았나하는... 그러면서 혹시 나의 사고관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요즘 너무 자극적인 영화, 드라마만 보다 보니 이런 잔잔함에 뭔가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찜찜했다. 왜 그런 걸까. 며칠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현재 돌아가는 세상사가 오히려 영화보다 더 끔찍하고 무섭다보니 그런 것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거론하기 조차 싫은 흉악하고 경악스러운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지 않은가. 완전히 뒤바뀐 듯 싶다. 이런 일들은 영화의 스크린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현실에서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들이 연속해서 터지고 있으니...


영화의 어기처럼, 그리고 어기에게 친절함을 택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아진다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된다면,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비효과처럼 우리 사는 세상도 점차 살만해지지 않을까?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영화 <원더>의 기적이 현실에서도 일상처럼 자주 접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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