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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Feb 21. 2018

당신의 <리틀 포레스트(작은 숲)>는 무엇인가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왜 돌아왔냐고?


열심히 준비했던 임용고시에 떨어짐으로써 취업도, 연애도 다 물거품이 된 혜원(김태리)은 아등바등 매달렸던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속으로 다짐하죠. 딱 더도 말고 겨울 동안만 이 곳에 머물며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겠노라고. 갑작스런 그녀의 귀향 소식에 놀란 절친 은숙(진기주)은 반가움과 함께 혜원에게 궁금했던 점 한가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왜 돌아오게 되었냐고. 혜원은 그 물음에 이렇게 답합니다.


“배가 고파서.”




원초적 답변입니다. 어찌보면 본질에서의 회피를 위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실제 그녀에게 있어 이 대답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그녀 만의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혜원은 도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매 식사를 인스턴트 음식으로만 때웁니다. 인스턴트는 말 그대로 인스턴트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리적 배고픔은 채울 수 있어도, 음식 안에 담긴 사랑, 정성, 관심, 배려, 맛은 대체 불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어쩌면 단순한 배고픔보다는 삶에 대한 허기 때문에 더 힘들어 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결핍을 채울 진정한 음식을 필요로 했고,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바로 귀향이었던 겁니다.



3가지의 힘 - 우정, 음식 그리고 자연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한 힐링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친 마음을 살며시 그리고 따스하게 보담아 주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잠시 쉬어가도, 조금 달라도, 서툴러도 괜찮아’라며 우리를 위로해 주고 있죠.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고향집에 돌아온 혜원은 다음의 3가지를 통해 삶에 대한 허기를 채움과 동시에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됩니다.



3가지 중 첫 번째는 절친 은숙과 재하(류준열)와 만들어 가는 우정을 통해서입니다. 이들은 청춘입니다. 청춘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단, 주눅들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때 청춘은 더욱 큰 빛을 발하죠. 혜원은 도시에서 실패했지만, 시골집에서 다시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녀 만의 청춘이 무엇인지 친구들과의 잦은 만남과 애정어린 관계를 통해 알아가게 됩니다.



두 번째는 제철 음식의 힘입니다. 요리는 혜원의 특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로부터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특히나 자연으로부터 바로 얻은 싱싱한 재료들은 그녀의 허기를 채움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큰 힘이 되어 줍니다. 수제비, 김치전, 나물 파스타, 무지개떡, 오코노미야키, 꽃 튀김, 오이 콩국수, 막걸리, 떡볶이를 맛스럽게 먹는 그녀와 친구들의 얼굴엔 행복이 넘치고, 그 장면을 보는 관객들의 입엔 탄성과 함께 침이 고입니다.



마지막은 자연이 주는 선물입니다. 혜원은 겨울만 머물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깨고, 봄, 여름, 가을까지 시골집에서 머뭅니다. 떠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이 그녀를 너무나도 포근히 안아주었기 때문이죠. 엄마가 없는 시골집이었지만, 자연이 엄마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먹다 땅에 버린 토마토는 제대로 심지 않는 한 다시 자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토마토가 1년 내내 양지바른 곳에서 온전한 태양빛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란 토마토라면, 그냥 버려질 지라도 스스로 땅에 자리를 잡고 싹을 틔워내 자라난다고 합니다. 자연이 준 자생력, 강인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혜원은 1년간 건강한 토마토로 자랍니다.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가더라도 버텨낼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양파의 아주심기처럼,


다시 돌아온 겨울, 그녀는 친구들에게 메모 한 장 남겨두고 다시 도시로 떠납니다. 그런 혜원을 원망하는 은숙에게 재하는 양파의 ‘아주심기’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튼튼한 양파를 얻기 위해서는 한겨울의 추위가 오기 전에 미리 모종을 심어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심은 양파는 미리 뿌리를 내리고, 한겨울 추위를 견딤으로써 봄이 왔을 때 아주 튼튼한 양파로 자라나게 되죠. 이처럼 한 곳에 자리잡고 뿌리를 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아주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재하의 예언(!)처럼 튼튼한 양파가 나올 봄 무렵, 혜원은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 그녀를 재하는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녀가 기르던 개 ‘오구’를 다시 돌려주면서 말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녀를 가슴으로 맞아 줄 또 다른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네요.







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눈과 감성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약 100분의 러닝 타임 내내 제철 음식과 함께 자연의 아름답고 정감있는 풍광으로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줍니다. 여기에 세 청춘의 진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함을 다시 깨워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중함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인 <리틀 포레스트> 즉, <작은 숲>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임순례 감독은 이 잔잔하고 수려한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이렇게 묻고 있죠. 당신의 소중함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작은 숲>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냐고 말이죠.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6307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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