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정리를 하며 추억을 되새기다
이제 딱 이틀 남았네요. 출근할 날들이.
지난 주부터 책상을 비롯한 각종 짐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지내온 시간들이 20년이 넘다보니 자질구레한 것들이 꽤나 많이 나오네요. 이런 것들이 있었나 하는 물건들도 제법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눈길을 머물게 하는 것은 사원 때 만든 사원증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찍은 사진이 사원증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젊음이 좋긴 하네요. 피부도 탱탱하고, 무엇보다 머리숱(!)도 풍성해 보이니까요.^^
다음으로는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감사 카드들입니다. 주로 회사 후배들로부터 받은 것들이 많은데, 정리를 하기 전에 하나씩 천천히 읽어 보았습니다. 당시 상황과 후배의 얼굴을 떠올리며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을까? 오히려 내가 무엇이라도 해 줄 수 있어 사실 더 고마운 것 아닐까?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것을 마음 속에 잘 새기겠다는 그들의 겸손한 태도가 내게는 더 감사한 일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이런 착한 후배들이 앞으로 회사에서든 사회에서든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몹시 후회가 되네요. 책상정리를 하며 사원증이며 감사카드까지 모두 다 버렸는데, 이왕이면 사진으로라도 남겨둘 걸. 그래야 다시 그 사진들을 보며 여러 기억과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쩝,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네요.
그리고 오래된 업무 다이어리들을 정리합니다. 팀장이 되고 나서는 중요한 사항 외에는 메모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과거 팀원 시절의 다이어리에는 그야말로 빽빽할 정도로 많은 업무사항들이 적혀져 있네요. 아마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겠죠?^^ 아, 그러고 보니 한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리시절이었던 것 같은데요, 당시 저의 팀장님이었던 분이 제 빽빽한 다이어리를 보더니 한마디 하시더군요.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 하죠? 뼈있는 농담, 아니 마음 속에 담긴 진심이었겠죠. 뭐 그래도 그 이후엔 그런 소리 안들었으니, 나름 더 열심히 일한 것 아닐까요?^^
중간중간 짤막한 일기도 많이 썼더군요.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 그때 이런 일, 그리고 저런 일도 있었구나. 당시 기분이 이랬었구나. 당시의 상황이 떠오르고, 그때의 감정 또한 마음 속을 스쳐 갑니다. 행복하기도, 때론 슬프기도 했던. 2002년 벨기에 해외출장 갔을 때의 일기도 있습니다. 벨기에에서 일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식품 박람회도 참가했었죠. 그러면서 짬을 내 루브르 박물관도 갔었는데, 그야말로 대단한 규모의 박물관을 둘러보며 결심 하나를 했었죠. 꼭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다시 오겠다는. 그 바램은 8년 뒤인 2010년에 이루어졌습니다. 15일 동안 가족들과 함께 배낭여행으로 영국(런던)-프랑스(파리)-스위스(루쩨른)-이탈리아(밀라노,베니스,로마)를 다녀왔으니까요. 물론 루브르 박물관도 하루 둘러봤고요.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입니다.
제 짐 중에서 무엇보다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책입니다. 2008년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을 하며 본격적으로 책을 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10년 동안 계속해서 사들였더니 꽤나 많아졌습니다. 사실 회사에서도 부서이동을 할 때마다 책을 같이 옮겨야 해서 만만치 않은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 책들을 다 집으로 옮겨야 하니 이제는 더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총무부서로부터 박스를 구해 책을 싸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많습니다. 더 이상 안볼 책은 상당부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0박스 가량이 나오네요. 대충 세어봐도 400권 이상은 될 듯 싶습니다. 업무시간 중에 작업을 하면 부서원들에게 괜히 폐가 될 것 같아, 모두 다 퇴근한 늦은 시간에 작업을 합니다. 조용하니 좋네요. 박스를 차에 다 옮기니나니 밤 11시를 넘겼습니다. 땀깨나 흘렸지만, 그래도 제일 무겁고 힘겨운 정리를 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네요.
책상정리를 모두 마치고 나면, 남은 시간에는 회사 내 그리고 외적으로는 업무상 인연을 맺었던 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겠습니다. 남겨진 이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겠네요...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alee.tistory.com/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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