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Jan 19. 2018

내 삶의 물음표, 느낌표, 그리고 쉼표

#7, 아침엔 물음표, 낮엔 느낌표 그리고 밤엔 쉼표의 삶으로



여의도로 출근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제가 겪은 여의도는 늘 바쁜 거리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비슷한 매무새의 직장인들이 전철에서 쏟아집니다. 점심시간에는 어느 식당도 예외 없이 손님들로 북적대고 줄지어 서있습니다. 가끔씩 식사 후에 길거리 카페에서 주문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들고 증권가 뒷골목을 산책합니다.


워낙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어김없이 오늘도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모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대학교 동창이 건네 준 명함이 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DE?!GN’이라는 글씨가 명함 한가운데 써있습니다. 영어단어 S와 I 대신에 물음표와 느낌표가 명함에 들어 있다는 게 낯설고 특이합니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일을 추진하여 고객에게 감동을 주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문득 기업뿐 아니라 우리 인생도 물음표와 느낌표를 적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음표는 창조와 개선의 출발점


물음표(?)는 창조와 개선의 출발점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만약 물음이 없었다면 도약과 발전을 꿈꾸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물음표(?) 모양을 가만히 보면 귀처럼 생겼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 관심과 의문을 가지고 귀 기울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급하게 해답 찾기에만 골몰합니다. 좋은 질문은 우리 삶을 올바른 길로 인도합니다. 때론 귀찮고 고통스러운 질문을 통해 우리는 핵심에 접근할 수 있으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늘 가슴에 품고 되새김질하는 물음이 몇 가지 있습니다.

‘너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피터 드러커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한 충격이 한 동안 오래갔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질문에 지금 대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하지만 50살이 되어서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건 네 삶을 낭비했다는 뜻이란다.”

‘~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삶의 순간마다 결정적인 선택을 할 때 나의 역할 모델을 떠올려보며 그분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봅니다. 후회하지 않는 판단 기준이 됩니다.

‘지금 나는 즐겁고 의미 있게 살고 있는가?’


현재라는 시간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Present)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잘 살고 있는지 반문해봅니다. 

물음표는 씨앗과 같습니다. 그 씨앗에 물을 잘 주고 정성으로 키운다면 마침내 꽃을 피우고 깨달음이라는 느낌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느낌표는 감동, 그리고 쉼표는 전환점


느낌표(!)는 감동입니다. 이 세상에서 정말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입니다. 행복의 척도는 우리가 삶 속에서 느낌표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는 것입니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가 즐겨 쓰는 단어 ‘와우(Wow)!’, 우리 아이들이 자주 쓰는 표현 ‘앗싸~’, ‘아하!’를 들으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감탄 속에 행복이 깃듭니다.


그렇지만 우리 삶은 물음과 느낌만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지만 때로는 쉼이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위해 조용히 곰삭힐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 자신을 잘 보듬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쉼표(,)는 멈춤이 아닙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환점입니다.

나는 친구의 명함에 새겨져 있는 ‘DE?!GN’ 맨 뒤에 쉼표(,)를 넣고 싶었습니다. 오늘부터 일기를 물음표와 느낌표, 그리고 쉼표로 나누어 적어보려 합니다. 아침에는 물음표의 성찰과 다짐으로, 이후에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느낌표의 감동으로, 집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쉼표의 여유로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요?




                                                                         - 오병곤(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2007년 12월 3일)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전명작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길을 잃습니다. 그녀는 헤매다가 고양이를 만나게 되죠. 그리고 묻습니다.


앨리스 :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겠니?

고양이 :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지..

앨리스 : 난 어디든 상관이 없는데...

고양이 : 그렇다면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지...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가야할 곳이 있나요? 쉽지 않은 질문(물음표)입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이 우리가 갈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도로시 리즈가 쓴 <질문의 7가지 힘>이란 책에는 질문이 가지고 있는 7가지 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2.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3.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4,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5.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6.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7. 질문을 받으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질문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마음을 열게 하며, 귀를 기울이게 한다는 것이라 봅니다. 이는 자신의 인생을 겸허하고 진중하게,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까지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질문을 통해서 말이죠.



그러나 질문만 한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뭐든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공수표에 그치기 때문이죠. 또한 실행도 실행으로 그쳐서는 역시나 자신에게 큰 도움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얻었냐는 점이죠. 이게 바로 느낌표(!)입니다. 어떤 감동을 받았느냐가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동은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기억입니다. 이러한 기억은 자신의 뇌에 평생 기록됩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며, 이는 자신에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삶에 감동을 느껴야만 하며,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생 여정은 마라톤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볼 때 마라톤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구간을 똑같이 빠르게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쉬어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물론 멈추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를 조절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완주하기 힘들뿐 아니라 제대로 된 기록 또한 내기 어렵기 때문이죠.


쉼표는 도약을 위한 충전이자, 그리고 방향을 재점검하기 위한 돌아봄의 시간입니다. 쉼표가 있어야 우리는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으며, 여유를 가지고 밀려오는 파도와 겨룰 수 있습니다. 또한 쉬는 시간을 통해 하루를 되짚어 볼 수 있어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되며,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쉼표는 선택이 아닌 필수여야 합니다.



위 마음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남습니다. 


아침에는 물음표의 성찰과 다짐으로, 이후에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느낌표의 감동으로, 집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쉼표의 여유로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요?


우리도 글쓴이처럼 물음표, 느낌표, 그리고 쉼표로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삶이 분명 보다 풍부하고 여유로우며, 행복해질 겁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열가지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