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게 사는 맛 아닐까 하네요^^
지난 화요일, 인천의 교통연수원이란 곳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재무강의였죠. 용인 집에서 인천까지 가야 했기에 조금 일찍 서둘렀습니다. 교육담당자와 인사를 나누고, 오후 2시 강의장에 섰습니다. 생각보다 인원이 많더군요. 총 84명. 예전 삼생생명 직원 100명 앞에서 강의를 한 이래 제일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살짝 긴장이 되더군요.
긴장이 될 때면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야구경기에서 투수가 공을 던져야만 본격적으로 경기가 진행될 수 있듯이, 강의 또한 강사가 말을 시작해야만 비로소 강의는 시작되는 거라고요. 강의를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문제고, 강의를 하는 시간만큼은 강사인 나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즉,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요.
아무래도 강의 시간으로 오후는 좋지 않은 듯합니다. 특히나 오후 1~3시 타임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마의 시간이라 불릴 만큼 졸음과의 사투가 벌어지는 시간대니까요. 더군다나 담당자로부터 얘길 들어보니 오전엔 중간평가 시험이 있었다 하더군요. 에휴... 그러니 강의 중에 졸고 있는 친구들이 제법 눈에 띈다는 것이 이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거기에 더해 제 목소리 톤이 졸음을 유발하기 딱 좋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ㅠㅠ
강의 초반부엔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더군요. 하지만 2번째 시간엔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목이 트였다고 할까요? 여유도 좀 생겼고요. 질문도 하고, 약간의 농담도 던지며 강의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죠. 물론 여전히 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강의에 참여하는 친구들을 보며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신입사원에게 꼭 필요한 경제상식과 금융상품에 이어, 자본주의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한 경제관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2시간의 강의를 마쳤습니다. 많이 부족한 강의지만 그래도 제 이야기가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강의를 마친 후 담당자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는데 담당자 왈, 하반기에 한번 더 와줄 수 있겠냐고 묻네요. 그때는 신입사원이 아닌, 40대의 중간 관리자를 위한 재무강의로써 말이죠. 당연히 올 수 있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뭐가 더 필요할까요, 초짜 강사에게 기회를 더 준다는데 말입니다.^^
교통연수원을 나와 동인천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에코 독서방에서 만난 친구 도영이를 보기로 했거든요. 그는 사람과 직업연구소라는 1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전직과 생애설계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동갑이라 하더라도 사회에서 만난만큼 친구가 되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그와는 여러 면에서 통하는 구석이 있어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죠.
1인 기업을 시작하면서 도영이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강의도 그가 다리를 놔주어하게 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노사발전재단 인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교통연수원 강의를 주선해 준 것이니까요. 이외에도 그에게서 여러 가지 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커리어 컨설턴트임과 동시에 1인 기업가 선배기도 하니까요. 그는 제게 있어 든든한 다리 같은 존재입니다.
그를 만나 동인천의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었습니다. 제법 볼거리가 많더군요. 그 입구에는 각종 전시장과 미니 도서관도 있었고요. 그보다 더 좋았던 건 평일 오후의 한적함이었습니다. 적당한 바람, 서늘함, 상쾌함 그리고 강의를 마친 후의 홀가분함, 거기에 더해 편한 친구와 함께하는 수다까지.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결코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 이쁜 찻집에서 맛있는 커피까지, 늦은 오후 그리고 초저녁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집에 가서 식구들과 먹으라며 간식까지 사서 손에 들려주네요. 여기는 자신의 홈그라운드라며 말이죠. 고마웠습니다. 크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감동이 울림이 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 날은 그의 표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를 편하게 대해주는 그의 넉넉한 표정과 세심한 말투 덕분에, 내가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이렇듯 좋은 친구를 만나 넉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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