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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04. 2018

고향 콤플렉스를 이겨낸 청춘에게 엄지 척!

영화 <변산>을 보고


고향(故鄕).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4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2.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4.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된 곳.


당신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혹시 1번이자 2번, 그리고 3번까지 모두 해당되나요? 만약 3번의 풀이에서 고향이 ‘그립고 정든 곳’이 아닌, ‘끔찍하며 잊고 싶은 곳’이라 한다면, 그래도 그곳은 나의 고향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쇼미더머니 6년 도전에 빛나는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 그는 래퍼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 만의 랩을 펼쳐보이는 꿈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상스레 계속 떨어지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분명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도 가지고 있는데 왜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걸까요?


학수는 고향 병원의 누군가로부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지만, 며칠 뒤 무언가에 이끌리듯 고향인 변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꾀병을 앓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장항선)와 별 존재감 없는 동창생 선미(김고은) 그리고 영양가없는 친구들이었죠. 특히 어머니를 버린, 그럼으로써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드는 단초를 제공한 아버지와의 재회는 그의 잊고 싶은 과거를 소환시킵니다. 학수에게 아버지는 결코 온전한 아버지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와도 같았으니까요.



아버지와의 재회 외에도 고향에서 학수는 여러 징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지명수배자와 닮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고, 자신의 시를 도둑질 해 등단까지 한 사기꾼 선배 원준(김준한)와 얽히게도 되며, 학창시절 사랑고백을 했다 거절당한 미경(신현빈)과 저녁을 먹다 조폭이 된 친구 용대(고준)로부터 험한 꼴까지 당하게 되죠. 학수는 이런 지긋지긋한 고향을 한시라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오는 게 아니였다며 자책도 하죠. 그에게 고향은 추억의 장소가 아닌, 그저 어서 빨리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하는 장소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학수의 행동들을 선미(김고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 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고향에 살고 있지 않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당신에게 고향은 그리움과 추억의 장소인가요, 아니면 학수의 고향 ‘변산’처럼 흑역사로 점철된 악몽의 장소인가요?


영화 <변산>에서 학수는 현실을 회피한 채 오롯이 꿈만 꾸며 살아갑니다. 그는 유일한 꿈인 랩퍼로써 성공해야 하며, 그래야 자신의 힘든 삶도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 철썩같이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왜 그럴까요? 어쩌면 학수는 지금 현재의 청춘을 대변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 우리는 성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혹여나 돌아가더라도 금희환향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소위 고향 콤플렉스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실패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수의 마음은 늘 허합니다. 텅 비어있다고도 할 수 있죠. 왜 일까요? 그건 바로 사람과의 관계, 특히 아버지, 고향 친구들과의 진득한 관계들을 끊어 버리고, 그저 랩퍼 심뻑으로만 살려 하기 때문이다. 겉은 화려할지 몰라도, 결국 속이 비면 그 티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고향을 떠나온 청춘은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학수처럼 고향 콤플렉스가 있다면 더 할 수 밖에 없죠.


이준익감독은 영화 <변산>을 통해 힘든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자신의 고향이 시골일지라도, 그것이 어디가 되었든 자신이 기억하는 마음의 고향 안에서 함께 했었던 가족, 친구, 사람들 사이에서 겪었던 상처와 위로, 격려 등이 총합을 이뤄낸 순간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순간이다.”




학수는 어렵사리 아버지와 화해하지만, 그럼으로써 마음 편하게 아버지를 보내 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응어리가 많이 남아있던 용대와도, 마침내는 고향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게 됩니다. 고향을 마음 속에 담게 된거죠. 너무나 가난해 보여줄 거라고는 노을 밖에는 없는 고향을 말이죠.




어찌보면 삶은 블랙코미디와도 같습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일 투성이니까요. 웃음대신 썩소가 나오는 이유일 수 있죠. 하지만 이 안에 진짜 삶이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진실된 관계가 들어 있고, 그 관계를 통해 서로간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성장하게 되니까요. 그래요, 삶은 블랙코미디입니다. 웃기지만, 기가 막히기도 하고, 그럼에도 웃게되는. 허탈한 웃음도 웃음이며, 기가 막힘도 결국 웃음으로 승화되는 이유는 블랙코미디 안에 진짜 삶이 숨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3526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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