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빛내주고 있는 힘은 바로 끈기, 성실함, 열정입니다!
그의 첫 인상은 마치 대학원 조교와 같았습니다. 안경 쓴 모범생(말수가 적은) 같이 보기이도 했고요. 그는 2014년에 진행된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3기에 지원했고, 상견례 자리에서 그와의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약간 어눌해 보이는 듯한 말투와 표정, 다소 자신감 없어 보이는 행동에서 느낄 수 있듯, 그렇게 존재감이 도드라져 보이는 타입은 아니었죠.
그의 닉네임은 NG(Neutral Good)입니다. ‘중용의 미덕’을 사랑하기 때문에 닉네임도 NG라 지었다 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NG를 냈다’할 때의 ‘NG(No Good)’로 착각을 하지만 말이죠. 당시에 그는 조선업계 대기업인 S중공업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그 회사는 큰 잘못만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거기에다 설계직 같은 경우 정년 이후에도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생 일을 하며, 돈 걱정없이 다닐 수 있다고 했죠. 업무 또한 거의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요. 그는 자신의 직장과 일에 대해 지극히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공부를 시작하며 NG는 빛을 발했습니다.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기를 자신의 취미이자 강점은 바로 ‘공부’라고 했는데, 그의 서평을 보면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양이면 양, 질이면 질 어느 한군데 부족한 게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거기에 더해 에코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딱 한달 여가 지난 시점부터 NG는 까페에 <경제기사 읽기 실습>이란 글을 매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경제기사 중 하나를 골라 요약한 후, 자신의 의견을 후기에 담아내는 형식이었죠. 필요에 따라 관련 경제도서의 문장들을 인용도 하고요. 2014년 11월에 처음 시작된 글은 2017년 9월까지 2년 10개월 동안 무려 545편이 이어졌습니다. 그야말로 끈기와 성실, 그리고 열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말나온 김에 한번 읽어 보시죠. 그의 545번째 글입니다.
경제기사 읽기 실습545 - 노조 "노사 분쟁해결 계기" vs 기아차 "매우 유감…항소
이렇게 열심이던 그가 작년 9월 이후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소위 잠수를 탄 겁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전화통화를 했고 그는 담담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2017년 봄 조선업종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모든 조선회사들이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S 중공업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자신 또한 나가려 했지만 윗사람들의 만류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했습니다. 하지만 9월에 진행된 마지막 구조조정에서는 더 이상 결정을 늦출 수 없어 사직서를 제출했고, 결국 회사를 나왔다고 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했던 회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정년퇴직, 그리고 정년 이후에도 계약직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고 했던 말들. 그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그렇게 굳건해 보이던 회사가 한순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으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 어쩌면 그의 성향에는 공무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이도 있고, 또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 것인지...
해가 바뀌고 한참 봄이 만연하던 5월의 어느 날, 카톡으로 그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양재고등학교에 와 있는데, 제 생각이 나서 연락한 거랍니다. 웃기지요? 양재고에 와서 ‘양재우(차칸양)’를 떠올린 거니까요. 시험은 어떻게 되었냐 물었더니 오~ 필기에 합격(!)해서 인성 검사 받으러 온 거라고 하네요. 그야말로 인간승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나온지 고작 8개월 만에 합격한 거니까요. 공부가 취미이자 강점이라 한 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무원 시험이 어디 그렇게 쉽게 붙을 수 있는 건가요? 그가 얼마나 치열하고 절실하게 공부했을까 마음이 짠했습니다. 어쨌든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정말 축하해 줄 일입니다.
7월초 그를 강남에서 만났습니다. 표정이 밝아서 좋더군요. 다시 에코에 컴백해서 책도 읽고 독후감도 쓰겠다네요. <경제기사 읽기 실습>도 재개할 거고요. 그러면서 묻더군요. 이제 공무원이 되었는데 어떤 공부를 하며 살아야 할지. 그에게 더 이상 진급이나 승진을 위한 자기계발 공부는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겁고 풍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한 공부를 하라 권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예전과 다른 인생을 살아가야 할텐데, 그전과 똑같은 삶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할 뿐 아니라 어찌보면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만 새 술다운 맛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NG가 돌아와 많이 기쁩니다. 마치 잃어 버렸던 동생을 되찾은 기분입니다. 그와 함께 에코를 지금보다 더 활기차고 북적대는 배움&놀이터로 만들 생각에 마음이 들뜨네요.^^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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