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표님, 차칸양의 조근조근 문체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네요.
7월초에 계약을 하고 초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이후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전체적 내용이 좋아 딱히 수정할 것은 없지만, 2가지 정도는 손을 좀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째는 문장 자체가 모두 존대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일반적 문장으로 바꿨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즉 ‘~하다’ ‘~하라’로 고치자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나는 난색을 표했다.
‘차칸양’이란 필명으로 쓴 대부분의 글이 존대어로 쓰여졌기 때문이고, 내 글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투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지금 이 글은 존대어가 아닌 일반체로 쓰고 있는데, 이것은 조금 더 진솔하고 편하게 쓰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모든 문장을 ‘~하다’ ‘~하라’로 고치게 된다면 이야기 톤이 무척 딱딱해질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양보하기 어려웠다. ‘차칸양’이란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나의 이야기 톤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대표님께는 죄송했지만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러자 한참을 고민하시던 대표님은 결국 그냥 진행하자며 내 의견을 수용해 주었다. 만약 의견을 받아들여 문장체를 바꿨다면, 이 책의 느낌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글쎄, 나도 궁금하긴 하다.
두 번째는 책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약간의 비속어와 다소 장난끼 어린 문장들이 들어 있는데, 이것들을 제외시켰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흠, 아무래도 대표님은 책을 조금 고급지게 만들고 싶으신 모양인가 싶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이 부분은 대표님의 의견을 받아 들였고, 이후부터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3주 후인 8월초에 최종 원고를 넘겼다. 그러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고, 즉시 계약금이 나의 계좌로 입금되었다. 이로써 마침내 꽤나 오래 묵혔던, 그래서 손때깨나 묻어 있던 정든 원고가 나의 손을 떠났다.
이후에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딱히 할 일은 없었다. 처음부터 12월쯤 출간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1월초. 이쯤에는 무언가 움직임이 있어야 할텐데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조금 걱정스러웠다. 어떻게 할까. 전화를 했다. 그러자 듣게 된 이야기는 내 책이 아닌 다른 책을 먼저 출간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책 출간에 맞춰 리뷰 이벤트와 여러 홍보 관련 일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작정 원래의 계획대로 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좀 그랬다. 아무래도 출판사는 투자를 하는 입장 아닌가. 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론 서운함이 몰려왔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그런 계획이 있었다면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왕 통화가 된 김에 구상하고 있던 계획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러자 목소리의 변화가 느껴졌다. 다시 한번 일정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원래의 계획대로 가잔다. 준비한 이벤트들이 있다면, 그에 맞춰 진행을 해보자고 하신다. 휴. 다행이네. 이로써 올해 안에 따끈따끈한 책을 손에 잡아볼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출판사에서 이야기한 일정은 1월 중순이었다. 해를 넘겨야만 했다. 어쩔 수 없지. 편집, 교정, 디자인, 인쇄, 유통 등의 일은 모두 출판사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다 할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할까? 번쩍, 머리 위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래, ‘출간 전 연재’!
브런치의 ‘위클리 매거진’에서 4월부터 7월까지 거의 4개월 간 <한권으로 읽는 B+ 인생 교과서>란 제목으로 연재를 진행했었다. 연재가 끝나고, 출판사와 계약이 되어 책이 나오게 되면 브런치에서는 추가적인 연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것이 바로 ‘퍼스트 오더’란 프로그램이다. 만약 출간 전에 연재가 된다면 이는 소위 ‘출간 전 연재’가 되는 것이다. 브런치에 곧바로 신청을 했다. 그러자 ‘퍼스트 오더’ 프로그램 양식을 작성해서 보내란다. 오케이. 양식을 보낸 후 확정 답변을 얻기 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돈 걱정없이 잘 살고 싶다면>이란 제목으로 5주에 걸쳐 연재를 하게 되었다.
브런치에 ‘퍼스트 오더’ 프로그램을 신청하며 네이버쪽에도 신청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당연히 안될 가능성이 크긴 하겠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삼성화재에서 연재했던 <차칸양의 월급쟁이 짠테크 도전기> 칼럼이 가끔 네이버 모바일 ‘경제M' 섹션에 소개되기도 했으니까, 특히나 <1억 만드는 법> 같은 경우는 무려 7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었으니까 그래도 조금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7편에 계속)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재무 컨설팅, 강의 등 상담 문의 : bang1999@daum.net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차칸양의 (무려) 5년 4개월 만의 신간 <(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없이 잘 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위클리 매거진에 연재되었던 <돈 걱정없이 잘 살고 싶다면>의 원본판이라 할 수 있으며, 지난 6년간 진행되었던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의 총 집약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경제, 경영, 인문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여유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이 장기 불황의 시대에 보다 잘 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