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와 위대한 기업의 상관관계
아래는 지난 10월초 한 신문기사에 등장한 회사들의 순위인데요, 무슨 순위일까요? 한번 유추해 보시죠.
<대기업>
1. 현대엔지니어링(건설) 2. 카카오(IT) 3. 나이스평가정보(금융) 4. 대우건설(건설)
5. 현대오토에버(IT) 6. SK텔레콤(IT) 7. GS건설(건설) 8. 기아자동차(제조)
9. SK하이닉스(제조) 10. SK플래닛(IT)
중견/중소기업도 10개 회사의 순위가 있는데요, 죄송하지만 제가 잘 모르는 회사들이네요. 3위의 배달의 민족(IT), 8위의 이스트소프트(IT - 알집, 알약 프로그램 회사) 그리고 10위의 잡코리아 정도가 그나마 눈에 익습니다.
무슨 순위인지 감 잡으셨나요? 알쏭달쏭하시죠? 만약 취직하고 싶은 회사 순위라면 응당 별셋전자(?)나 현대달구지(?)가 목록 안에 있어야 할테니까요. 답을 알려드릴께요. 기업평가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이 발표한 ‘2015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라고 하네요.
자, 그렇다면 이 회사들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길래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었을까요? 기사에 의하면 이 회사들은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휴가, △경영진, △사내 문화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직장인이라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떠올리셨을겁니다. 어떤가요? 내 회사도 당연히 이 정도의 장점들은 가지고 있죠, 그렇죠?^^ 이에 반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회사들은 △보수적, △적은 급여, △야근, △비효율, △체계 없음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굳이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불량(?) 회사를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이죠?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은 질문을 드려볼께요. 일하기 좋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 즉 △승진 기회, △성장 가능성, △복지, △만족스러운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휴가, △좋은 경영진, △사내 문화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가지만 고른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성장 가능성?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 문화? 뭐 그렇다고 해도 급여가 적으면 조금, 아니 많이 아쉽겠죠? 만약 저보고 선택하라면... 에구 저도 어렵네요. 어찌보면 한가지만 선택하라는건 어리석은 질문일 수도 있을 듯 싶네요. 왜냐면 좋은 회사란 여러 장점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기업이라 볼 수도 있을테니까요.
혹시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란 단어를 아시나요? 들어본 적은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좀 아리송하죠? 이 단어는 경영 고전 중의 고전이라 일컫어지는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인용됨으로써 널리 알려졌는데요, 실존인물인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의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하네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장교이던 스톡데일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이나 포로 수용소에 갇혀있었는데, 그 동안 수용소 내의 통솔 책임을 떠맡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도 가능한 한 많은 포로들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자신은 물론 많은 포로들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믿음을 잃은 적이 없었어요. 그 곳에서 풀려날 거라는 희망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거니와, 결국에는 성공함으로써 그 경험을 내 생애의 전기로 전환시키고 말겠노라 굳게 다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그저 낙관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희망에 대한 믿음 외에 또 다른 한가지가 자신을 죽음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이란 '크리스마스 때까지 나갈거야' 라고 말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면 나갈거야' 라고 말하죠. 그다음은 추수감사절, 그리고 다시 다음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상심해서 죽지요. 이건 매우 중요한 교훈입니다.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 결단코 실패할 리는 없다는 믿음과 그게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규율은 결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윗 글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 박사가 떠올려질겁니다. 그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스톡데일과 프랭클 박사, 두 사람 모두 강조한 것은 살아날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더불어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냉정한 이성이었습니다. 그저 ‘잘 될거야’라고 하는 낙관은 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게 됩니다. 그 때문에 현실이 낙관과 어긋나게 될 때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게 되는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살기 위한 모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시도했기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책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기업들은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종 승리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과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고 위대한 회사로 우뚝 서고야 말리라는 맹세를 지켰다. 우리는 이 이중성을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고 부르기로 했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들이 ‘스톡데일 패러독스’, 즉 성공에 대한 흔들림없는 믿음과 냉혹한 현실에 대해 엄정한 대처를 함으로써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스톡데일 패러독스 또한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키는 데 필요한 일차적인 과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회, 즉 진실이 들리는 기회가 매우 풍부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중간 관리자 그리고 모든 직원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토론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무한소통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수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을 때, 전 직원들이 같은 뜻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힘을 모아 전진할 수 있으며, 그럴 때만이 기업은 좋은 기업을 뛰어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선다는 겁니다.
이 글 앞에서 소개해드린,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10개 회사가 진실이 통하는 기업문화까지 조성함으로써 향후에는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하길 기원해 봅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또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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