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Nov 03. 2015

아담을 기다리며

마사 베크의 실제 이야기 <아담을 기다리며>


자, 지금부터 상상의 나래를 펴볼텐데요, 저와 함께 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실까요? 


나는 지금 경영학 박사과정 중이고, 앞으로 1년 안에 논문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인생이 이 1년 안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내 지도교수는 나를 자신의 수제자로 키우겠다 공언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참, 한가지 빼먹은게 있는데, 내가 지금 박사과정 중인 이 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라 할 수 있는 S대학교이다. 


나는 작년에 결혼했다. 전공은 다르지만 아내 또한 같은 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사실 연애할 시간조차 없었는데, 결혼까지 하게 된 건 어쩌면 기적과도 같다. 사랑의 힘이라 할만하다. 결혼했지만,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누릴 시간은 없다. 아내도, 나도 잠 잘 시간조차 줄여가며 박사과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언제든 볼 수 있고, 안고 잠들 수 있으니까. 


그러던 며칠 전,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어렵게 말을 건넸다. 애기가 생긴 것 같다고. 머리가 복잡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임신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우린 둘 다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큰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 병원에 간 날, 의사가 우리 부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기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정밀검사 후 밝혀진 병명은 다운증후군이었다. 염색체 이상으로 정신 지체, 신체 기형, 전신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을 일으킨다는 유전 질환. 흐느껴 우는 아내의 손을 잡고 흔들리는 어깨를 감싸 안았지만, 내 눈에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인척들은 아이를 낳지 말라고 종용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와 우리 삶,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아이를 낳게되면 지금까지 당신이 쌓아온 화려한 경력들이 다 사라질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엘리트의 옷을 벗어야만 합니다. 또한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며 엄청난 삶의 고통을 겪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대의 선택을 하게 되면, 당신은 현재의 길을 계속해 갈 수 있고, 최상의 엘리트에게 주어지는 훈장을 목에 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슴 속 응어리는 계속 남게 될 지도 모릅니다.





화자를 1인칭으로 표현하고 내용도 다소 각색하긴 했지만, 이 내용은 실화입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과정 중이던 마사 베크는 『아담을 기다리며』란 책에서 자신과 그녀의 남편이 겪었던 실제 이야기들을 담담히, 하지만 매우 극적으로 펼쳐내고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그들은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박사과정을 포기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하죠. 아이를 낳기로. 그러자 저명한 지도교수가 남편을 자신의 연구실로 부릅니다. 교수는 (화를 참아가며) 이렇게 말하죠. 


“이런 종류의 일로 어른과 아이가 구별되는거야. 인생에서 큰 장애물을 만났을 때 — 우리 모두 언젠가는 만나게 마련이니까 — 그때 자신을 증명해야 해. 장래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무너지고 말 것인가?” 


남편은 교수의 말을 들으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논문만 계속해 찍어내고, 만족해하며, 그것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교수가 자신을 이끌던 곳이 바로 그런 곳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러며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그들의 삶이 햄스터와 닮아 있다는. 햄스터는 정말 열정적으로 쳇바퀴를 돌리지만, 결국 좁은 우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는 교수실을 박차고 나옵니다. 


마사 베크는 다운증후군 아들인 아담을 키우며 자신들의 삶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아담을 우리의 삶에 받아들이기로 한 선택은 우리가 몹시 사랑하는 아들을 갖게 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었다. 그것은 우리를 모험을 감수하는 사람들로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감으로써, 꿈이나 직관 혹은 우리의 깊은 원망(願望)에 근거한 결정을 함으로써 잃어버리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 비합리적으로 — 확신하고 있다. 아담이 우리에게 온 뒤로 우리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특이한 사람들과 사귀고, 터무니없거나 무모하거나 그냥 멍청해 보이는 프로젝트들을 맡았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늘 즐거운 일이었다. 


그들은 비록 하버드 박사과정을 이수하진 못했지만, 보다 더 풍요롭고 즐거우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아담을 만나지 못했다면 절대 겪거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다채롭게 경험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짜 인생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해가면서 말이죠.




※ 공지사항 한가지!

차칸양이 진행하는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찾기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4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경제공부를 토대로, 경영과 인문을 접목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작지만, 그럼에도 큰!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s://brunch.co.kr/@bang1999/51

매거진의 이전글 Good to Grea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