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차를 맞이한 '거의의 꿈'의 10번째 오카리나 정기공연
11년 전, 그녀들이 만난 곳은 초등학교에서였습니다. 대개 평범한 주부들이었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이었죠. 이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당시로서는 그렇게 많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생소한 악기라 할 수 있는 오카리나를 배우기 위해서였죠.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직접 제작하기도 하던 학교 선생님이 이 모임의 발족을 이끌었습니다. 모임명은 ‘거위의 꿈’으로 정해졌습니다. 오리처럼 훨훨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거위의 꿈.
지난 10월 19일 토요일 오후. 1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거위의 꿈’의 10번째 정기 연주회가 용인문화예술관 마루홀에서 열렸습니다. 대개는 경기도 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던 공연이 올해는 용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화려한 무대의 실내 공연장에서 열린 겁니다. 총 300석의 좌석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거위들의 공연은 과거 공연들보다 더 힘차고 열정이 넘쳐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11년차의 관록까지 느껴졌죠.
예전 진행되었던 공연들이 떠올랐습니다. 실력 부족보다는 대중 앞에 선다는 긴장으로 인해 박자를 놓치기도 하고, 호흡 불규칙으로 인해 소리가 거칠게 들리는 등의 일은 다반사였죠. 무대 위에서 시선은 흔들렸고, 조금이라도 더 잘 해보려는 노력은 한번 엉킨 자잘한 실수로 인해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1년에 한번, 이 공연을 위해 보다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로 거위들의 실력은 매년 일취월장됨을 눈과 귀 그리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체감하고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아내도 15명의 거위 중 한명입니다. 물론 오카리나 입문 11년차임을 감안한다면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실력이긴 합니다. 그러나 초창기 악보조차 보기 힘들어했음을 떠올린다면 지금 아내의 실력은 그야말로 ‘엄지 척!’이라 할 수 있죠. 아내뿐 아니라 모든 거위들의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었던 나이가 이제는 40~50대 초반으로 11년이란 시간이 얹어졌지만, 그만큼 그녀들의 무대 위 표정과 실력은 여유로워졌고 깊어졌으며 유연해졌음이 느껴지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아내에게 묻기를, 올해 공연에는 함께 합주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타로 반주를 넣고 아내는 오카리나를 멋지게 불고 말이죠. 하지만 그러지 말라고 하더군요. 남들 앞에서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말이죠. 아내 말 듣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타를 1년 넘게 배우고보니 실력이란 결코 쉽게 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이 실력으로 아내와 합주를 했다면 부부가 함께 망신살이 뻗쳤을 수도 있겠더군요.^^
내년에는 정기 연주회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식년을 보낼 수도 있다 하네요. 대신 모임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합니다. 봉사 모임으로 말이죠. 병원이나 요양원 등을 찾아다니며 오카리나 연주로 봉사를 하는 건데, 아마도 어르신들이 엄청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거위들의 에너지가 탄탄하여 그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들뿐 아니라, 이들이 연주하는 오카리나의 소리의 청명함이 귀와 가슴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무엇을 하든 그것에 몰입하여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자 즐거움입니다. 지난 토요일, 거위들의 연주는 여기에 더해 감사함까지 느껴졌습니다.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을 잘 보내려 노력하는 모습들. 거위는 하늘을 날지 못합니다. 하지만 꿈이 있다면, 그리고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다면, 언젠가 넓은 하늘을, 푸르른 창공을 훨훨 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시간이 길든 짧든 말이죠.
앞으로 펼쳐질 거위들의 멋진 비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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